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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누기/가본 곳

우포와 '습지와 인간' 그리고 김훤주

by 실비단안개 2010. 11.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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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위의 초원 우포(소벌)에 대해 좀 근사하게 쓰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아직은 우포를 사진이나 글로 제대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이유는 경남도민일보 김훤주 기자의 '습지와 인간'을 읽었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습지와 인간을 세 번 구입했습니다.

처음 구입하여 읽던 책은 이곳 습지인 논을 공단으로 조성하던 관계자에게 주었으며, 두 번째 구입한 책은 읽었습니다. 세 번째는 진알시 4강 서점에 기부했습니다. 또 누군가 추천도서가 무엇이냐고 물으면 주저않고 김훤주의 '습지와 인간'이라고 했습니다.

 

다니는 곳에 따라 반복해서 읽은 부분도 있지만, 습지에 대한 지식을 갖추지 못했다보니 소벌을 몇 번 방문했음에도 불구하고 사진마져 제대로 올리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가 김훤주 기자의 지식과 감성을 따르지 못한다는 건 알지만, 김훤주 기자와 '습지와 인간'에 대해 조금 알고 부터는 소벌에 가더라도 망망한 습지는 그저 망망할 뿐이었습니다.

소벌의 일출을 보기위해 근처에서 밤을 보내고 일찍 나섰지만 일출 시간을 제대로 계산못해 주변의 양파밭만 구경하고 왔으며, 한무리 철새를 보낸 후 그 자리가 토평천이란 것도 알았습니다.

 

자운영 필 때 가야지, 가시연 필 때 가야지, 버들잎 물 들때 가야지….

한 번 만남에 한가지씩 이야기를 풀면 되는데, 아직은 욕심이 많은 나이인지 한페이지에 모든 걸 기록하고 싶어합니다. 그러다보니 우포를 여러번 다녀왔으며 계절마다 다른 풍경이지만 버려야 했습니다.

 

2008년 11월, (우리끼리)작가와의 만남 시간으로 '습지와 인간'의 저자, 경남도민일보의 김훤주 기자(http://2kim.idomin.com/)와 블로거 거다란님, 파비님과 함께 소벌(우포)에 다녀왔었습니다.

하루에 소벌 네 곳을 걷는 건 상당히 힘들었으며, 이곳이 저곳 같고 저곳도 이곳같은 소벌은 신비로운 습지입니다.

 

▲ 2008년 풍경

 

 

현재 4대강 살리기를 외치며 강과 강유역을 파헤치는 정부가 이렇게 되기까지는 우리 국민이 우리의 문화를 외면한 탓도 있다고 생각하는데, 우리는 강과 강변에 관심을 가져본적이 없었습니다. 강과 강변은 관계자들과 강변 사람들의 이야기인줄로만 알았습니다.

 

강에는 강물만 흐르는 것이 아닙니다.

강에는 많은 생물과 무생물이 활동을 하며 일찌기 인간은 강을 중심으로 마을을 만들어 강과 함께 오늘에 이르렀습니다.

강가에는 먹거리가 생산되고 교통수단인 나루가 생겼지만, 보다 편리한 것을 추구하다보니 시멘트 다리가 생기는 만큼 나루는 사라졌습니다.

나루와 강가 혹은 내륙의 습지 모두는 우리가 보호해야 하는 문화입니다.

 

경남도청 주관 경남도민일보와 100인닷컴 주최 블로거 팸투어 둘째날, 주남저수지에 이어 소벌로 갔습니다.

잘 아는 듯한 소벌, 그러나 제대로 표현할 수 없는 소벌입니다.

 

인구조사로 글이 많이 늦었지만 당시엔 가을이 만발했기에 소벌 들머리에도 국화가 전시되어 있었으며, 생태관 앞엔 소벌의 대표적인 것을 표현해 둔 거룻배가 있는데 저자와의 만남 때 블로거 거다란 님은 습지와 인간을 들고 왔고 포스트에 지적하기도 했습니다.

또 거다란 님은 "문화가 파괴된 공간은 토건족들의 먹잇감입니다. 문화가 사라진 공간을 개발이 메꾸어나가는 것을 볼 때 문화를 함부로 대하는 것이 바로 환경을 파괴하는 짓이 되는 겁니다."라고 했습니다.

 

▲ 우포생태관벽의 가을과 구르다

 

▲ 생태관 앞 작은 소벌

 

김훤주 기자의 고향은 창녕이며 글은 창녕 비봉리 유적을 시작으로 우포로 이어집니다.

 

소벌은 4개의 늪으로 구분됩니다.

크기순으로 보면 우포늪 〉목포늪 〉사지포늪 〉쪽지벌로 나누어지는데, 이중에서 제일 큰 우포늪을 주민들은 '소벌'이라 불렀는데, 그 이유는 우포늪과 목포늪 사이에 우항산(牛項山) 또는 소목산이라는 산이 자리잡고 있어 하늘에서 내려다보면 소의 목처럼 생겨서 마치 물을 먹는 소와 같다고 여겼기 때문에 '소가 물을 마시는 벌'이다 해서 소벌이라 불려졌다고 합니다.

이 '소벌'을 한자로 표기하면 우포(牛浦)가 됩니다.
※ 여기서 '벌'이라는 말의 뜻은 넓을 들판 또는 펄을 의미함.

 

우포늪 뿐만 아니라 목포늪과 사지포늪, 그리고 쪽지벌도 그렇게 불려지는 이유가 있습니다.

목포늪은 한자로 표기하면 木浦가 되는데, 원래의 이름은 나무갯벌이라 불렸다고 합니다. 여름철이 되면, 작은 하천을 따라 나무 뗄감이 많이 떠내려 와서 나무 뗄감을 많이 모을 수 있는 곳이어서 그렇게 이름이 붙여진 것입니다.

사지포늪을 한자로 표기하면 砂旨浦가 되는데, 역시 목포늪과 마찬가지로 이름의 유래를 쉽게 알 수 있습니다. 네 개의 늪 모두가 모래나 뻘이 있었지만 사지포늪은 가장 모래가 많이 있어서 모래늪벌이라 불렸다고 합니다.

마지막으로 쪽지벌은 한자로 표기하지 않고 옛날 그대로의 이름으로 불리는데, 네 개의 늪 중에서 크기가 가장 작기 때문에 쪽지벌이라 불렸을 것으로 추정합니다.

이렇게 네 개의 늪을 통틀어 우포라고 부르고 있으며, 우포의 원래 이름은 소벌입니다.

 

우포는 대대로 '소벌'이라 일컬어져 왔으며, 동네 사람들한테 물어보면 한결같이 소벌이라고 하는데, 아이들과 다른 데서 찾아오는 사람들은 우포라고 한답니다.

 

김훤주 기자는 '우포'라는 말은 듣기만 해도 짜증이 난다고 합니다. 우포라고 하면 창녕 한가운데에 1억 4000만 년 동안 드러누워 있는 소벌이 습지라는 느낌이 전혀 묻어나지 않기 때문이랍니다. 김훤주 기자가 글을 쓰는 일을 직업으로 가졌기에 우리말과 글을 아끼는 마음이 더하기도 하지만 우리 땅과 문화에 관심을 가지는 이라면 누구나 같은 생각일 겁니다.

 

이렇게 흙냄새 가득한 우리 땅이름이 우포로 불리게 된 까닭은 1994년인가부터 환경단체의 관심이 쏟아지면서 세상에 이름이 알려졌는데, 행정용어인 우포를 잘못쓰는 바람에 국제기구인 '람사르협약'에도 우포로 올랐습니다.

그리곤 우리는 원래 우포였다는 듯이 우포 우포합니다.

 

김훤주 기자가 말하는 '소벌'입니다.

"소벌이 왜 소벌이냐 하면, 늪의 모양이 꼭 소대가리같이 생겼기 때문입니다.

또 한터 반대편에서 소벌로 가는 들머리에는 소목이라는 마을이 있는데, 이조차 중국글로 바꿔 우항(項)이라 한답니다.

 

우항이라는 말을 듣고 소목이 소벌의 목덜미가 된다는 사실을 누가 알겠습니까?"(습지와 인간 40~41 페이지)

 

팸투어를 다녀오면 후기를 기록하기 마련입니다.

다른 블로거에 비해 늦긴 했지만 고민은 방문지에 소벌이 포함되었다는 것을 알았을 때 부터입니다.

김훤주 기자는 소벌이라고 하는데 김 기자가 몸 담고 있는 경남도민일보 주최 팸투어 일정이 소벌이 아닌 우포로 기록되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리고 후기에 우포로 해야 하나 소벌로 해야 하는 고민을 했습니다.

 

소벌 첫 글로 산토끼에 대해 올렸는데 눈 질근 감고 제목에 우포로 기록했습니다만 참 찜찜합니다.

또 이런 일이 있었습니다.

1년여 전에 경남 홍보블로그 따옥따옥(http://blog.naver.com/gnfeel)에 "우포늪 대신 소벌이라고 하면 어떨까요? 경남 홍보블로그에서 제대로 홍보를 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라고 하기도 했습니다.

 

이 글을 포스팅 한다고 우포를 오늘 당장 모두 소벌이라고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압니다.

그러나 우리가 블로그에 소벌의 역사, 풍경 등을 기록할 때마다 우포 대신 소벌로 기록한다면 소벌은 본래의 이름을 찾으리라 생각합니다.

그리고 나들이나 탐방 때 식구들 내지 동행하는 이들에게 이렇게 말하는 겁니다.

"우리 소벌 가을 만나러 가자, 소벌에도 국화 전시를 한다더라"라고 한다면 나에서 떠나 내 가족 이웃이 함께 우포를 소벌이라 불러 줄 겁니다.

이 일이 행정에 반기를 드는 일이 될 수 있겠지만 우리 땅이름을 찾는 일은 우리 모두의 숙제라고 생각합니다.

 

인간보다 습지가 먼저 태어났기에 제목에 습지가 인간보다 앞에 있는 듯 한데 이는 김훤주 기자의 마음을 잘 나타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리가 알아야 하는 습지, 그 습지를 기록한 책 '습지와 인간'은 소벌 기념품 판매소에서도 판매를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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