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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고향 이야기/김달진 문학관

그리웠습니다

by 실비단안개 2010. 12.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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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 몇 알 담은 봉지를 크게 돌리며 걸었습니다.

들판과 산을 가로막은 괴물같은 공사중인 다리도 용서할 수 있을 것 같은 마음이며, 곁을 지나는 이들에게 안녕하세요하며 다정하게 웃기도 했습니다.

김달진 문학제가 9월 초에 있었으니 거의 두 달만에 김달진 문학관과 생가를 방문합니다.

 

익은 정다운 골목에 언제 세워졌는지 솟대가 맞아줍니다. 너머 쌍동이 은행나무는 잎을 대부분 떨궜지만, 담장엔 붉은 담쟁이가 아직은 온기를 간직하고 싶다는 듯이 착 달라붙어 있습니다.

인구조사 하면서 지척인 이 골목을 한번도 걷지 못했습니다.

마음에 여유가 없었기 때문입니다.

에휴~ 저긴데….

어떤 날은 하루에 세 번을 갔지만, 저 느티나무 아랜데… 하며 중얼거리며 다른 구역으로 걸음을 옮겨야 했습니다.

그 사이 계절이 바뀌었습니다.

 

 

골목을 걸어 차례차례 방문 해야 합니다.

갤러리 '마당' 담장에만 눈길을 주고 문학관으로 갔습니다.

그 사이 학예사님과 식사를 한 번 하긴 했지만 우리의 시간은 그때 너무 짧았으며 둘만의 시간은 없었습니다.

그렇다고 아주 특별한 이야깃거리가 있는 건 아니지만 함께 있으면 편안하며 오래 알아도 낯 붉힐 일이 없는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나도 커피를 잘 타는데 학예사님은 언제나 손님대접 하듯이 손수 커피를 타 줍니다.

손님대접처럼 이라고 거리를 두었다거나 낯선 그런 뜻은 아닙니다.

 

마주앉아 커피를 마시는데 문학제 기념호 '시애'가 눈에 들어 왔습니다.

맞다, 문학제때 짐이 된다고 문학관에서 얻기로 했지.

 

시애를 가방에 넣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는데 손님이 오셨고 김씨아저씨도 왔습니다.

두번째로 가는 집이 김씨아저씨네지만 첫번째가 아니라서 미안하다 이런 마음은 전혀 없습니다.

항상 그 자리에 있는 문학관이 나에게 첫번째라는 걸 김씨아저씨도 이미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악수를 하고 '꽁뜨'로 갔습니다.

이쁜 처녀가 쉬는 날이라 김씨가 그 자리에서 혼자 아는 글들을 잔뜩 풀어 놓았습니다. 그것들이 무엇인지 대충 알지만 먼저 말을 걸지는 않았습니다.

 

 

문학관에서 커피를 마셨지만, 코코아 줄까 커피 줄까 하기에 얼라가 아니기에 커피를 달라고 했습니다.

김씨 김현철 씨가 커피를 내립니다. 꽁뜨에 커피향이 가득 찼습니다.

지금 생각하니 꽁뜨에서 커피나 쥬스를 마시고 한 번도 계산을 해 준적이 없네요.^^

 

오후 햇살 아래 창문 너머의 김달진 생가가 따듯합니다.

이쁜 이모들이 새색시처럼 마당을 걷습니다.

 

 

곱배기 커피를 다 마셔갈 즈음에 친구 사이인 여자분들이 오셨습니다.

자랑쟁이 김씨는 더 신이 났습니다.

나는 손님이 아닌지 꽁뜨를 통째 빌려줄 수도 있다고 합니다.^^

 

 

수아와 걷고 규화 언니와 걸었던 골목을 걸었습니다.

학교 선생님이 이사를 할 거라던 집은 단장이 되어 마당에 무와 배추가 움크려 있었습니다. 허술한 대문에 열쇠가 채워졌고 담쟁이가 이뻤던 집이었는데 붉은 담쟁이는 없었습니다.

 

집앞의 은행나무가 잎을 떨궜지만 이 집은 할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계속 비워져 있는 것 같습니다.

주인이 없어도 꽃은 계절마다 잊지않고 핍니다만 늦가을 국화는 외롭습니다.

 

 

골목을 돌면 갤러리 마당입니다.

풍접초가 진 자리에 국화가 가득이며 마당엔 은행잎이 뒹굽니다. 마당이 많이 야해졌습니다.

"선생님 안녕하세요~"

 

 

처음 보는 이라면 박배덕 화백을 누구도 그림을 그리는 분이라고 생각하지 못 할 겁니다.

세수도 하지 않은 듯한 얼굴에 역시나 작업복 처림으로 포장을 하고 있었습니다.

그 사이 마당에서 새해 달력전시회를 했으며, 서울 전시를 위해 작품들을 포장중이었습니다.

 

선생님, 구청에 가니 선생님 작품이 있었습니다.

대작이든 걸요.

아~ 경찰서에 가면 더 큰 그림이 있어요.

그래요, 그럼 경찰서에 가면 봐야 겠네요.^^

 

 

 

 

이건 뭐여요?

대나무 풍차는 또 뭐여요?

 

자연을 이용하여 겨울이 허허롭지 않도록 꾸미는 중이랍니다.

그러니까 대나무에 꽂힌 동그란 대나무통은 대나무꽃인 겁니다.

대나무 풍차도 마당과 겨울이 따듯하도록 만들었으며 지금도 작업중이시랍니다.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는 이들이 늘 해맑은 걸로 봐 키만 자라고 가슴은 자라지 않는 모양입니다.

환경미화원이 은행잎을 확 쓸어 버릴것 같아 담아 와 마당에 뿌렸답니다. 

대나무꽃 옆에 앉아 포장하는 선생님을 지켜봤습니다.

 

 

정기영 선생님 연세를 모르지만 백발이시기에 어렵습니다.

조심조심 가게로 갔습니다.

계세요?

 

 

서너번 계세요하니 사모님께서 나오셨습니다.

두건으로 머리를 싸맸으며 화장도 단정하신 분입니다.

선생님은 출타중이시니 학예사님과 함께 차를 마시자고 합니다.

그런데 학예사님께서 그 사이 은행(우체국이나 농협)에 가셨기에 둘이서 차를 마셨습니다.

 

차는 대추차인데 오랜 시간 고아 대추와 잣을 고명으로 했습니다. 

누가 겨울이니 계피를 좀 넣어봐라 하여 대추를 골 때 계피를 넣었는데 대추만 했을 때 보다 맛이 못하다고 합니다.

그런데 계피향이 많이 나지 않았기에 계피 이야기를 하지 않으면 모를 것 같았습니다.

대추차는 달작하며 뜨거워 좋습니다. 차사발을 감싸 보약 마시듯이 대추차를 마셨습니다.

 

 

정기영 선생님은 요즘 인물상에 빠졌답니다.

한 1만여점 만든 후 전시회를 하고 싶다고 하신답니다.

 

 

김달진 시인 생가 마당을 걸었습니다.

비파꽃에 많은 벌이 낑낑거렸습니다.

날씨가 좋으면 내년에는 비파를 많이 거둘 것이며, 내년에는 지역의 어려운 이웃과 나누고 싶기에 더 열심히 배추를 거뤄야 겠다고 합니다.

같은 나라의 일을 하면서도 사람들의 생각은 이렇게 차이가 납니다.

두 달 전과는 달리 시는 한쪽에서만 조용히 흔들렸습니다.

 

문학관을 방문하여 선한 사람들을 만나고 오면 그날은 밤에도 마음이 착합니다.

 

 

▲ 문학제 때인 9월

 

▲ 11월마지막날의 시와 텃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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