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마음 나누기/가본 곳

그 길이 마지막 뱃길, 풍양 아일랜드 고마웠어요

by 실비단안개 2010. 12. 22.
728x90

 

11월, 안골에서 풍양 아일래드 첫배로 거제로 갔습니다.

12월 13일 거가대교가 개통되면 없어질 수 있는 뱃길이었기 때문입니다.

지역민과 많은 국민들에게 관심을 받은 거가대교는 개통되었으며, 밀려드는 인파에 몸살중입니다.

물론 우리도 거가대교를 달렸습니다.

 

안골의 풍양 카페리에 전화를 했습니다.

예상대로 거제로의 뱃길은 지난주 토요일(12월 18일)에 없어졌답니다. 풍양 옆의 우성도 문을 닫았다고 합니다.

어제 뉴스에 부산 거제간 도선들이 12월 말까지 휴항계를 냈다고 했으며 이후 승객이 없을 시 문을 닫는다고 했습니다.

다리가 하나씩 세워질 때마다 나루가 없어졌는데 거가대교는 여럿 잡았으니 새로운 역사를 확실하게 쓰는 것 같습니다. 많이 아쉽습니다.

 

 

아래 글은 경상남도 홍보블로그 따옥따옥(http://blog.naver.com/gnfeel)에 실린 글입니다.

 

훌쩍 떠나 무작정 걷는 거제 옥하와 장승포

 

1, 우리나라 두 번째 큰 도시 부산과 두 번째로 큰 섬 거제를 연결하는 거가대교가 개통되면 혼자 쏠쏠하게 다니던 길이 없어질 것 같아 훌쩍 나섰습니다.

겨우 첫배가 닿은 것 뿐인데 간곡 뱃머리엔 승용차와 트럭, 어린이집 등원차들이 바쁘게 움직였습니다.

어묵 수증기에 가려진 점빵에 버스 시간을 물으니, 자주는 아니지만 연차로 나가는 버스가 곧 올거라고 했습니다.

연차로 나가는 길이 멀기에 머뭇거리고 있는데 합승 택시가 멈추기에 탔습니다.

버스노선이 좋은 곳 까지만 택시로 나가면 됩니다.

 

합승한 손님이 외포에 내리고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에 잠시 정차 했습니다.

이른 시간이라 기념관과 생가는 문이 열리지 않았지만 기념관은 처음이라 실내가 궁금했지만 개관 시간을 기다릴 수 없었습니다.

 

▲ 김영삼 전 대통령 생가

 

경상남도 기념물 95호인 덕포 이팝나무는 꽃과 잎이 졌기에 알 수 없었지만 하얀 덕포교회는 차안에서도 알 수 있었습니다.

출근으로 바쁜 옥포에서 버스로 갈아 탔으며, 이레교회 안내판이 있는 일운면 옥림에서 바다로 가는 길이 보이기에 옥하마을로 갔습니다.

 

▲ 옥하, 옥상마을

 

2, 옥하로 가는 길은 겨울로 가는 길목답게 늦단풍과 억새가 날렸으며, 바다를 배경으로 있는 중국 음식점이 펜션처럼 이쁘며 펜션은 외국의 그림엽서 같았습니다.

 

 

옥하 작은 포구의 갈매기는 바쁠것 없다는 듯이 느긋이 쉬며, 작고 낯선 포구는 이방인에게 늘 열려 있다는 듯이 안전벽은 안내판이 되어 있는데 옥하 역시 여름이면 많은 피서객이 찾는 포구입니다.

 

 

옥하마을까지 버스가 운행하지 않는 듯 합니다.

젊은 아기엄마가 택시를 기다리며 할머니와 두런두런 이야기를 나누고 아기도 강아지가 되어 동네 강아지들과 뜀박질을 합니다.

 

옥하마을은 50여호가 살며, 올해 여든 다섯인 할머니는 옥하에서 태어 났으며, 혼인하여 1년 정도 옥포에 나가셨다가 다시 옥하로 돌아 오셨습니다.

그러니 평생 옥하를 떠나본 적이 없다고 해도 영 틀린 말은 아닙니다.

할머니는 주변을 손금처럼 이었습니다.

 

옥하 옆은 옥상이고 그 옆은 소동이고 또 그옆은 공영이고, 저기 보이는 데가 지세포다.

지세포 다음은 와현이고 와현 다음은 구조라고….

 

아주 가끔이었긴 했지만 우리가 승용차로 달려 잠시잠시 머문 동네 이름들입니다.

옥하마을의 해안선은 긴 편이 아니기에 해안선을 따라 걸었습니다.

 

 

마을에는 구멍가게와 편의점 하나가 있습니다.

구멍가게는 시골의 점빵 모습이지만, 편의점은 담장에 그림이 그려져 있는데 사실은 도시의 편의점과는 달리 가게 이름만 편의점이었습니다.^^

점빵에서 캔커피 한 개를 마시며 또 이런저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새우젓 삭히는 통이 해안가에 있으며, 어부의 아내는 문어통발을 손질하고 있습니다.

농촌도 그렇지만 어촌도 예전같지 않아 살아 가기가 힘들다고 하는데 언제쯤이면 서민의 어깨가 펴질까요.

 

 

편의점 다음에 건물이 하나 있긴 하지만 돌아서야 했습니다.

옥하는 정말 작은 포구거든요.

 

나들이는 목적지가 정해져 있지만 여행은 목적지가 없을 수 있습니다.

옥하에 닿은 걸음이 그랬습니다.

옥하는 거제의 작은 마을이기에 도시인이 원하는 것들이 하나도 없을 수 있습니다만 그 곳엔 말간 바다와 소박하여 정다운 이웃이 있습니다.

 

 

3, 옥하마을 위에 절 같은 건물이 있습니다.

줌으로 당겨봐도 절 같습니다.

이레교회를 지나 사거리에서 아파트 단지를 지나면 나오는 절처럼 생긴 건물은 한옥펜션 소낭구입니다.

낭구가 방언이니 소낭구는 소나무입니다.

 

 

 

소낭구 펜션의 주소는 장승포며, 소낭구에서 내려다 보면 옥하마을과 지세포항이 보이니 거제에서 1박을 해야 한다면 이 정도의 집에서 묵어야 하지 않을까 싶을 정도로 건물과 수목에 끌렸습니다.

마당엔 닭이 뛰어 놀며 정자 등 쉴 수 있는 공간이 있고 숙소는 한옥에 어울리는 이름표를 달고 있습니다.

지난해 3월 고 노무현 대통령께서도 소낭구를 다녀가셨네요.

 

소낭구의 특이한 우편함입니다.

마치 구유같기도 하고.

두껑을 살짝 열어보니 진짜 우편물이 있었기에 혼자 씨익 웃었습니다. 편지가 아니더라도 우편물은 반가우니까요.^^

관리인은 나무에 겨울옷을 입히고 있었으며, 관리인이 가르킨 돌집에서 몇 번 불렀지만 주인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 소낭구 펜션 : http://www.sonanggoo.com/

 

 

소낭구 한옥이 아름다운데 조경은 더 아름답습니다.

구절초, 해국, 털머위가 피었으며, 동백이 질 때 옥하 앞바다로 툭 떨어지는 게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 소낭구의 숙소와 조경

 

 

4, 아파트 단지를 나와 바다로 가는 아랫길을 걸었습니다.

동백이 피었으며, 도로의 벽에도 동백이 피었습니다. 소낭구가 있는 장승포를 벗어나 바다, 갈매기, 여객선, 등대, 해물탕이 있는 진짜 장승포로 갑니다.

우리 식구들과 걸었으며 친구와 걸었던 길을 낯선듯이 잘 아는 듯이 그러면서 두리번 거리며 걸었습니다.

 

도로 끝에 문화예술회관이 있으며 오른쪽으로 여객터미널이 있습니다.

하얀등대로 먼저 가고 싶었는데 늦단풍의 유혹을 떨칠 수 없었습니다.

여객터미널엔 몇 개의 기념비가 있으며 그 가운데 유치환의 시비가 수줍게 있습니다.

터미널에서 부산행 도선 시간표를 (확인용으로)찍고 유치환의 시비를 찍는데 카메라 배터리가 떨어졌습니다.

 

 

그리움, 통영 중앙우체국에서 보이던 수예점 안의 이영도를 향한 노래겠지요.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임은 물같이 까닥 않는데
파도야 어쩌란 말이냐
날 어쩌란 말이냐

 

어느 노래의 답인지 알 수 없지만 이영도는 이렇게 답했습니다.

 

오면 민망하고 아니오면 서글프고

행여나 그 음성 귀 기울여 기다리며

때로는 종일을 두고 바라기도 하리라

 

정작 마주 앉으면 말은 도로 없어지고

서로 야윈 가슴 먼 窓만 바라 보다가

그대로 일어서 가면 햐염없이 보내리라.

 ㅡ 첫 시조집 '청저집'[1954년]ㅡ

 

통영과 둔덕이 아닌 곳에서 유치환의 시비를 만나니 접어두었던 둔덕이 그리웠습니다.

 

배터리를 사기 위해 편의점에 들렸습니다.

하얀 등대로 가는 길에 "순두부를 잘 하던 집이 있었는데 지금도 있나요?"하니, 문화예술회관앞의 바닷가쪽으로 이전 했다고 합니다. 묻기를 참 잘 했습니다.

어느 해 여름, 평범한 아침 식사를 하고 싶어 우리 식구들은 1시간 넘도록 등대주변에서 서성거렸으며, 그 기다림으로 그날의 순두부는 세상에서 제일 맛있는 순두부로 기억되어 있습니다.

 

 

카메라에 배터리를 넣고 하얀등대를 버리고 문화예술회관 방향으로 걸었습니다.

여러 음식점은 외도행 승선 할인권을 제공한다고 적어 두었지만  머리엔 순두부만 가득했습니다.

문화예술회관앞에서 횡단보도를 이용하기 위해 버스정류소를 스치는데 음성 교통안내였기에 버스를 타려면 기린 목이 되는 우리 동네와 다르기에 부러움이 일었습니다.^^

 

횡단보도를 건너니 1박 2일 거제편의 장면들이 여럿 있는데 얼굴이 큰 만큼 강호동의 모습이 제일 훤하게 보였습니다.

1박 2일의 왕팬은 아니지만 늦은 밤에 채널을 이리저리 돌리다 보면 1박 2일(재방송)이 더러 걸리는데, 요즘은 몽과 김씨가 없어 재미가 반입니다.

 

 

1박 2일 거제편은 못봤는데 충무김밥을 포장해 가서 먹은 모양입니다.

충무김밥이 너무 맛있어 모두 침묵입니다. 제가 먹어봐도 충무김밥은 또 먹고 싶을 정도로 맛이 있습니다.

충무김밥을 먹는 1박 2일 팀 앞에 굴구이 통이 쌓였습니다. 골라먹는 재미가 확실한 장승포입니다.

 

 

순두부집 입구에는 예전의 그 집처럼 화분들이 올망졸망하며 비지도 원하는 이들이 가져갈 수 있도록 입구에 두었습니다.

혼자 다니면 밥집에 들기를 망설이는데 이유는 1인분을 판매하지 않는 곳이 더러 있기 때문입니다.

 

순두부집의 몇 가지 찬은, 거제 해풍에 자란 시금치, 거제 멸치볶음 등 산지에서 생산되는 재료며 두부도 직접 만드니 안심하고 먹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집은 계란을 따로 냅니다.

 

 

장승포 여객터미널과는 달리 지심도행 여객터미널이 따로 있으며, 주민센터앞에 대형 관광지도가 있었기에 정말 낯선 사람이 되어 지도를 짚어보고 지심도 여객터미널에 들려 도선 시간 등도 알아봤습니다.

동백꽃섬인 지심도니 동백꽃이 피거나 질 때 가봐야 하니까요.

 

포구에선 바쁘게 생선손질을 하며 말리기도 했습니다. 숨을 크게 쉬었습니다.

갯가에서 자랐기에 갯내가 좋은데 어떤 이들은 비리다며 싫다고 하더군요. 나는 도시 냄새를 맡으면 가슴이 답답하며 머리가 아픈데.^^

 

 

 

물메기와 대굽니다.

굴과 함께 겨울에 사랑받는 어종으로 물메기와 대구 모두 탕으로 가능하며 대구는 푸짐한 생김과는 달리 대접받는 어종입니다.

 

 

 

 

아침에 내렸던 간곡으로 돌아와 풍양 아일랜드호를 탔습니다.

이 뱃길이 마지막이 아니길 바라며….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