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 명절을 앞둔 진해 경화시장 풍경

 

구제역과 한파, 고물가로 모두가 힘든 시기지만 설명절이 코앞에 다가왔습니다.

같은 명절이라도 시골은 준비할 게 많다보니 어떤 가정은 한 달여전부터 준비를 하며, 나물과 떡종류 외에는 적어도 보름전부터 마련하지만, 저희는 큰댁으로 설을 쇠러 가기에 소박한 선물만 준비하기에 비교적 여유로운 명절이 됩니다.

여러 사정으로 힘들겠지만 모두 힘 내시고 전국 최대규모인 진해 경화시장에서 훈훈한 정을 느껴보시기 바랍니다.

 

평소에도 붐비다 못해 넘치는 인파로 시장통을 빠져나가려면 서로 어깨가 부딪치기 마련이지만 거리를 걸을 때와는 달리 서로 씽긋 웃어주는 여유를 가지게 하는 곳이 재래시장입니다.

 

시장을 둘러보기전에 경화시장 상인회 회장 권충웅 씨(사진)를 찾았습니다. 상인회 회장님은 작은 수퍼마켓을 운영합니다.^^

 

경화시장은 진해 경화동과 병암동, 이동에 걸쳐 있으며, 규모가 엄청나고 없는 게 없는 시장입니다.

 

경화시장은 1945년 해방이 되던 해에 생겼으며, 처음 장옥은 4~500여평이었으며, 그 장옥은 현재 경화시장 가운데에 있는 데, 도로를 가운데 두고 양쪽으로 있으며, 한쪽은 장옥형태가 그대로 있고, 맞은편은 장터국밥이나 시장국수를 먹을 수 있는 식당가입니다.

 

4~500평의 시장은 점차 규모가 커져 현재는 이동의 남흥아파트 앞의 도로에서 경화시장통을 이어  경화역 맞은편까지 장이 서는 데, 그 길이가 1km가 넘습니다.

 

경화시장은 오전 7시에 장이 서며, 파장은 오후 9시인데, 동절기에는 빨라질 수 있고, 현재 상인회 회원은 800여명으로, 점포수가 120개며, 난전이 약 700개입니다.

경화시장의 하루 이용 고객은 보통 5천명으로 하루 매출고 3억, 특수 시기에는 4억을 넘는다고 합니다. 재래시장으로는 엄청난 매출고입니다.

 

시장 입구의 대형할인점 개장으로 4~5개월간은 상인들이 어려웠으며, 지역민 역시 호기심으로 대형할인점을 잠시 이용했지만 그 기간은 그리 길지 않았으며, 지금은 대형할인점이 개장하기 전보다 더 많은 지역민이 경화시장을 찾는다고 합니다.

 

다른 지역의 재래시장과는 달리 경화시장통은 장날이 아닌 날에는 차도로 3일과 8일이 되면 장이 섭니다.

 

▲ 평일과 장날(3, 8일)의 경화시장

 

없는 게 없는 경화시장통을 걸어 보겠습니다.

대목 아래 재래시장은 제수용품이 주를 이루는데 생선과 채소전입니다.

생선과 채소 모두 비싸기에 손이 오그라들겠지만 그렇다고 명절을 몰라라 할 수 없으니 주부들의 마음이 무거울 겁니다.

 

 

 

사진양이 워낙 많아 대부분 묶었는데요, 과일전의 상자가 연신 비워지며, 경화시장의 명물인 철길위의 꽃가게는 계절탓으로 한산하지만 졸업시즌부터 복작거리게 될 겁니다.

김을 즉석에서 구우며, 바느질실을 비롯하여 잡다한 것들도 여러 군데서 팔고 있습니다.

 

 

재래시장에는 할머니들께서 손수 재배한 채소들이 나오는데, 할머니들은 연신 파를 비롯하여 채소를 다듬으며, 늙은 호박도 긁고 마른 고사리도 불려 나왔는데 낮은 기온에 손마디가 더 굵어졌습니다.

더러는 중국산을 국산이라고 하며 판다는 말도 들리지만 그런 할머니들이 얼마나 되겠습니까. 그러하니 시장통에서 할머니 앞을 지날때는 물건을 팔아주면 좋겠지만 그러하지 못할 때는 건강하시라는 인사라도 드린다면 서로 좋을 것 같습니다.

 

 

경화시장에는 즉석칼국수와 직접 기른 콩나물과 손두부, 게장 등 주부들이 손수 장만한 것들도 있습니다.

손두부를 사면 비지는 공짜로 주기도 하는데요, 비지찌개는 게장과 마찬가지로 밥도둑입니다.

 

 

차례상에 빠질 수 없는 게 떡과 떡국, 건과류며, 가물치, 미꾸라지 등 민물생선도 있고 즉석에서 참기름을 짜주며, 귀한 고래고기, 돼지껍데기와 순대, 잡곡, 한약재도 있습니다.

저는 떡국거리와 칼국수, 식혜를 만들기 위해 엿질금을 샀습니다.

 

 

 

 

 

 

쌀, 콩, 옥수수, 누룽지 등을 튀기기 위해 줄을 섰으며 대목을 맞은 뻥튀기 할아버지가 펑 할 때 마다 고소한 냄새가 시장통에 진동했습니다.

집에서 직접 곤 엿도 나왔으며, 1년에 딱 한 번 나오는 땅콩과 깨강정 할머니도 오셨습니다.

저는 간식으로 먹기 위해 땅콩과 깨강정을 샀습니다.^^

 

 

시장통에서 먹거리가 빠지면 안되지요.

어묵과 떡볶이, 순대, 김밥, 삶은 달걀, 튀김, 찐빵, 호떡, 만두, 족발, 닭발, 호박죽, 장터국밥… 모두 셀 수 없을 정도로 많은 먹을거리가 장터에 있습니다.

야채고르깨를 사니 이쁜이모가 맛을 보라며 만두를 입에 넣어주며 예쁘게 찍혀야 한다며 정리를 해 주기도 합니다.

일반 제과점이나 마트에서 맛볼 수 없는 재래시장의 맛입니다.

 

제가 이모가 주는 만두만 먹었겠습니까 호박죽 한그릇도 비웠지요.^^

 

 

식당가입니다.

장터국수와 장터국밥, 호박죽, 팥칼국수 등을 팔며 생선회와 명태전도 있습니다.

즉석에서 먹기도 하지만 식구들을 위해 포장이 가능하며, 낯선이들이지만 한 밥상에서 먹기도 합니다.

국수를 먹는 처녀가 앞의 (전혀 모르는)할머니께 수저를 놓아 드리기도 했는데 이 역시 장터에서 볼 수 있는 훈훈한 풍경입니다.

 

 

진해 경화시장을 추억하는 이들이 잊지 못하는 어묵전과 강아지전입니다.

이 두 풍경이 없으면 경화시장 풍경은 무효라고 하는데요, 경화시장엔 어묵을 만드는 곳이 서너곳 되며, 강아지와 고양이를 파는 곳은 시장통에서 장사를 하면 비위생적이라는 지적으로 자리를 옮겼습니다.

강아지, 고양이, 토끼를 파는 곳은 경화한의원에서 행복빌라로 가는 쪽의 묵은지 감자탕 앞에 있습니다.

할머니는 보이지 않고 조금 젊은 분들이 계셨는데 강아지와 고양이, 토끼 모두 있었으며 언제나 이 자리에서 판매를 한다고 합니다.

 

 

 

진해가 작은도시며 경화시장 주변에 텃밭이 많습니다.

또 유명하다보니 전국에서 구경을 하러 오거나 진해변두리 농민들이 시장을 찾기에 농기구를 비롯 장화, 채소와 꽃씨 등을 판매하기도 하며, 명잘앞이 아니더라도 시장통에는 크기별로 상을 펼쳐놓습니다.

참 태극기 할아버지도 있으니 정말 없는 게 없는 시장입니다.^^

 

 

경화시장은 출입이 가능한 곳이 여러곳인데, 이곳은 시장통 윗쪽의 중고장터로 스치기 딱 좋은 위치지만 운이 좋으면 마음에 드는 옷을 그저 얻다시피 합니다.

얼마전에 텔레비젼 프로그램 중에 화성인 바이러스인가에서 중고 옷을 전문으로 구입하여 입는 여자분이 있더라고요.

그리고 요즘은 중고라고 하여 아주 낡아 못입는 그런 옷이 아닌, 끌려 구입 했지만 집에서 거울을 보니 어울리지 않아 상품으로 내 놓는 이들이 많습니다.

 

 

지난해 보다 손님이 줄었다고 하지만 대목을 맞아 사람도 많고 물건도 참 많은 경화시장입니다.

이 많은 사람들이 모두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게 아니니 주차가 염려될 테지만 90여대가 경화시장 공영주차장에 동시주차가 가능합니다.

또 백화점이나 대형할인점 이용시 신용카드와 상품권 사용의 편리함을 내세워 재해시장이 불편하다고 하는 이들이 있는데요, 경화시장은 온누리상품권 사용이 가능하며, 경화시장 상품권은 개발 추진중에 있습니다.

다소 불편한 점이 있기는 하지만 도시의 큰상점에서 느끼지 못하는 훈훈한 정이 있는 재래시장이니 설 상차림은 우리 재래시장을 준비하면 어떨까요?

 

이 글은 경상남도 홍보블로그 따옥따옥(http://blog.naver.com/gnfeel)에 실린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