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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수 한 그릇의 행복/담양 국수거리

by 실비단안개 2012. 7. 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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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20일 경남도민일보와 경남풀뿌리환경교육정보센터가 함께 하는 2012 생태·역사기행을 다녀왔습니다.

갱상도문화학교 주관, 경남도민일보와 경남풀뿌리환경교육정보센터가 함께 하는 2012 경남도민 생태·역사기행은 3월부터 10월까지 있는데 7월 생태·역사기행은 예정과 달리 담양 죽녹원과 관방제림, 메타쉐콰이어 길이었습니다.

 

거리가 있다보니 집에서 일찍 나서야 했으며, 학교 다닐때 근처친구들이 지각을 하는데 비해 집이 먼 친구들이 1등으로 등교를 하듯 그날도 기다리는 버스에 1등으로 탔습니다.

경남도민일보앞에서 9시쯤 출발하여 11시 40분즈음에 담양 죽녹원앞에 도착했으며, 담양팔경도 식후경이라 이른 점심식사를 하러 국수거리로 갔습니다.

담양하면 대통밥이기에 기대와 달리 국수라고 했기에 내심 서운한 마음이 들었지만 그 서운함은 잠시였습니다.

 

국수거리는 죽녹원 건너 관방천변에 죽 늘어서 있었습니다.

국수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즐기긴 하지만, 죽녹원 여행객은 모두 국수를 먹어야 한다고 할 정도로 국수집이 늘어 선  풍경은 처음입니다.

 

담양 국수거리는 1960~80년대 성황을 이뤘던 '죽물시장'이 열리던 이곳에서 장사꾼들이 주로 애용하던 국수집들로 지금은 죽공예품시장이 사라지고 길옆과 골목 안쪽에 남아 관광객과 주민을 상대로 장사하고 있다고 합니다.

 

 

국수집은 밖에 솥을 걸었으며, 큰솥에선 연신 김이 올랐고 국수솥옆엔 댓잎을 비롯 약초를 넣은 계란을 삶고 있었는데, 석곡의 규화언니와 통화시 삶은 계란을 꼭 먹어보라고 했습니다. 요즘은 계란도 지역마다 특색있게 삶아 내니 담양의 계란은 담양답겠지...

 

 

국수는 국수집이 아닌 관방천의 오래 된 나무그늘 평상에서 먹는데 그 평상은 담양답게 대나무 평상이었습니다.

낯설고 정겨운 풍경 건너편으로 죽녹원 대나무 잎이 하늘거렸으며 아래로는 관방천이 콸콸 흘렀습니다.

 

 

배가 고플 시간이 아님에도 여행지에 도착하면 배가 고픈기분이며, 그곳에선 그곳만의 음식과 동동주를 먹어줘야 여행의 마침표를 찍을 수 있다고 생각하는 편인데요, 담양 국수거리에서도 예나 그곳만의 술이 나왔습니다.

도자기처럼 생긴병에는 댓잎동동주가 담겨 있었으며, 음료수병처럼 생긴 길다란병에는 죽향막걸리였습니다.

밥알 동동뜨면 동동주며, 밥알 뜨지 않으면 막걸리라고 생각하는 데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국수가 나오기전에 동동주와 막걸리, 파전이 나왔습니다.

 

동동주나 막걸리는 막흔들면 뚜껑을 열때 넘치기에 흔드는데도 기술이 필요한데, 선비님은 뚜껑부분을 가볍게 쥐어 한쪽방향으로 살랑살랑 흔드는데 이렇게 하면 뚜껑을 열때 팍 넘치지 않는다고 했습니다.

영주님은 막걸리와 동동주 내용물을 비교했으며, 막걸리보다는 탁주가 더 어울린다는 말도 덧붙였는데, 우리촌에선 막걸리도 아니고 탁주도 아닌 탁배기라고들 합니다.

 

 ▲ 댓잎막걸리

 

 ▲ 댓잎동동주

 

국수집에 나오는 찬은 단무지나 깍두기 정도인데, 담양 국수거리의 국수집들에서는 자반김무침, 김치, 콩나물과 양념단무지가 나왔는데 우리가 먹은 집 외 다른집을 기웃거려봐도 찬은 같았습니다.

대나무 수만큼 인심도 넉넉한가 봅니다.

 

 

냉면이나 국수나 물보다는 비빔입니다.

집에선 보통 소면을 먹는데 여긴 굵기가 좀 있었는데 면발이 굵으면 덜 퍼지는지 어떤지는 모르겠습니다.

비빔국수는 매콤달콤한 양념에 열무김치를 넣어 비볐으며 파와 통깨로 마무리 했습니다.

맵다는 양반도 있었지만 저는 좋았습니다.

 

 

선비님과 한상에 앉았는데 선비님은 물국수로 했습니다.

전날 술을 마시지 않았더라도 남자들은 대체로 물국수를 선호하는 듯 합니다.

국물 맛 좀 봅시다...

맛국물은 멸치맛이 강했지만 개운했고, 호박 등 야채를 익혀 넣었습니다.

 

 

갱상도문화학교 단장이 우리들 마음속에 들어 갔다왔는지 계란도 먹었는데 김훤주 단장과 민병욱 기자가 서빙을 하느라 수고를 많이 했습니다.

계란속은 약초를 달인 색인 갈색이었으며, 소금에 찍어 먹지 않아도 될 정도로 간이 잘 배여 있었습니다.

 

 

 

국수국물은 그릇에 머리가 빠지듯이 마셔야 제맛을 느낄 수 있는데 순간 모델은 선비님입니다.

속이 든든해지니 느긋함과 나른함이 밀려왔기에 관방천에서 불어오는 바람에 눕고 싶었습니다.

 

국수양이 많기도 했지만 동동주와 파전으로 더 넉넉했으며, 계란은 남았기에 돌아오는 버스안에서 나눠 먹었습니다.

 

 

 

국수거리를 나서 관방천 징검다리를 건너 죽녹원으로 갑니다.

국수거리 건너편에서 본 담양 국수거리는 모두 나무그늘에 숨어 있습니다.

국수는 각 3,500원이며, 삶은계란은 3개 1,000원, 파전은 접시에 5,000원으로 우리가 머물렀던 집은 '옛날진미국수'집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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