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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고향 이야기/김달진 문학관

18회 김달진 문학제 국제 시 낭송콘서트

by 실비단안개 2013. 10.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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덥지도 춥지도 않은, 딱 좋은 10월입니다.

10월 26일에 이어 김달진 문학제는 이튿날 생가에서 계속되었습니다.

 

10시가 맞을 거야.

아침도 안 묵고 어디 가는기요?

문학관~

얼라아부지는 아침식사를 마치고 텃밭으로 갔으며 9시 마을버스를 탔습니다.

마을버스는 언제나 전세버스같은데 아버지께서 타고 계셨습니다.

어데가노?

문학제하기에 문학관 가는데 아버지는요?

이발하고 목욕할라꼬.

 

마을버스는 마천 수협옆에 정차를 하기에 그곳에서 내려야 하는데 아버지께서 기사님에게 부탁합니다.

소사다리걸에 좀 내려주소.

소사다리에 내리면 좀 덜 걷기에 그러시는 겁니다.^^

아버지 조심히 다녀가이소!

 

바람은 왜 이리 상큼하며 하늘은 왜 이리 또 푸른거야.

소사다리에서 문학관까지는 먼 거리가 아니지만 가는 길에는 여러 볼 거리가 있습니다.

마천장터 근처에서 본 문학제 안내 포스터는 문학관으로 가는 길의 전봇대, 가로등, 벽 등에 이어 붙어져 있고, 마을 입구에는 문학제 현수막이 팔랑였습니다.

이 날 만큼은 사진찍기에 방해가 되는 전봇대와 가로등도 이쁩니다.

 

우리식구가 가끔 가는 국밥집옆의 배추는 벌써 제법 솎아 냈으며, 홍화는 재미를 못 봤는지 볼 수 없었습니다.

언젠가 마천의 벽보판에 붙어져 있던 주말농장 분양은 잘 됐는지 농장엔 배추, 상추, 파 등이 이름표를 달고 있었습니다.

마음으로 인사를 했습니다. 우리도 올해 처음이거든요, 그 곳도 잘 됐음 합니다.

 

 

주차장입구에는 관장님께서 안내를 하고 계셨습니다.

만날때면 먼저 손을 내밀어 주시는 관장님이 감사합니다.

 

문학관에 들어서니 폴래폴래선생님이 보였습니다.

선생님 서울 가시고는 문학제때라야 뵐 수 있으니 얼마나 반갑겠습니까.

선생님 얼굴은 더 좋아 지셨는데 머리카락은 세월을 비켜가지 못 하나 봅니다. 그래도 여전히 선생님은 멋졌습니다.

시화전과 시 낭송 콘서트가 있는 김달진 시인 생가 입구에서 기념사진을 찍었습니다.

나와 같은 600D카메라인데 렌즈를 장착한 선생님 카메라는 더 폼이 났습니다.

앞쪽의 여성은 언제나 바쁘신 문학관 심화선 학예사님입니다. 아주 심각한 표정인데 뭐가 꼬였을까요.

 

 

제 24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인 정일근 시인의 시와 제 7회 김달진문학상 젊은시인상을 수상한 이현승 시인의 시가 감나무에 걸려 있고, 텃밭과 우물가에는 제 4회 창원 KC국제시문학상을 수상한 왕자신, 제 9회 김달진 창원문학상을 수상한 서일옥 시인의 시가 있으며, 사람들은 시인의 얼굴을 익히기도 하며 시도 읽습니다.

읽다보면 입속에서 구를날 오겠지요.

 

 

폴래선생님에게 이서린 시인의 안부를 여쭈니 어 저기~ 하시며 안내를 해 주었는데 이서린 시인은 참 오랜만입니다.

시인은 여전히 소녀며 잘 알지 못 하는 사이지만 반가운 사이입니다.^^

저기 어묵탕 맛있는데 드세요~ 합니다.

 

 

시인들도 그렇고 사람들은 7호 시애詩愛를 들고 있거나 펼쳐봅니다.

집에 가면 책꽂이에 시애를 가지런히 정리해야지.

 

 

시가 날리는 생가마당에 지짐냄새가 가득합니다. 잔치집입니다.

점심식사를 생가 마당에서 하기에 마을 어른들이 식사준비중이며, 태산목 아래에선 연탄화덕에서 어묵탕이 정스럽게 우러납니다.

추운날이 아니더라도 어묵탕은 이야기를 이어주는 고마운 먹거리입니다.

 

 

 

시인들과 주민들이 자리를 잡았으며, 사회는 안화수 시인이 봤습니다.

시 낭송은 문학제 본행사때 하지만, '국제 시 낭송 콘서트'라는 이름으로 잔치를 하기는 처음같습니다.

말 그대로 우리나라 시인과 외국 시인이 시를 낭송하는데 시골마을에서 이런 행사가 드물기에 근처나 소사마을 주민들에겐 축복이지요.

 

 

시 낭송이 시작되었습니다.

이근배 시인에 이어 제 4회 창원 KC국제시문학상을 수상한 왕자신 시인, 일본의 스키모토 마이코이며, 러시아 작가 피사레바 나리사, 김명인 시인, 번역낭송에는 앤드류 였습니다.

 

 

 

시인이 소개될때마다 누군가 시애를 넘겨주었습니다.

그러했기에 일일이 기록을 하지 않아도 됐습니다.

김달진 시인의 목련꽃입니다.

봄이 깊었구나 창밖에 밤비 소리 잦아지고 나는 언제부터선가 잠 못 자는 병이 생겼다. 아침에 일어나 보니 지난밤 목련꽃 세 송이 중 한 송이 떨어졌다. 이 우주 한 모퉁이에 꽃 한 송이 줄었구나.

 

 

우물 밖 동네 / 김명인

 

예전의 우물은 마을의 중심이어서

동네마다 공론이 샘솟는 우물 하나쯤은 갖춰놓았다

누구든지 말은 풀고 소문은 긷고

수다가 지나쳐 이끼가 피면

손 없는 날을 받아 두레로 청소했었지

 
우물 밖 동네란 지지리도 가난했지만

제 양껏 기갈 채워도 찡그리지 않는 물낯이 있어

하늘을 축이며 구름도 어루만지며

세월과 함께 느리게 혹은 빠르게 늙어갔지

이제 누구도 그 전설에서는 물 긷지 않아

허공 혼자 어루만지다 가는 저만의 얼룩

 
이야길 길어 올리려 두레박을 내린 것도 아닌데

이 우물, 너무 메말라서 수면조차 없네

들여다보면 캄캄하게 웅웅거려 더욱 골똘해진 그리움

별똥별 떨어져 표시하는 예전의 우물 자리에 서서

물 긷던 사람들의 아득한 별자리 헤아려본다

 

사라진 동네에 우물이 하나, 지금은

흔적조차 지워져버린

저 오랜 가난 깨우지 마라

사무친 전설들 뼛속 깊이 저며 올 때까지

 

 

안녕하세요? 누군지 모르겠지요?

황자총통님?

이순신을 배우는 사람들의 창원회원 황자총통 김병준 님이 오셨습니다.

아~

진해탐방을 함께 공부한 오은서 언니도 왔습니다.

자기 보고 싶었다, 연락처 좀... 이런 행사때 함께 가요 합니다.

김씨 아저씨의 꽁뜨를 운영하는 지연양도 짬을 내 왔습니다.

실비단안개는 김달진 문학제 아니면 못 보겠네... 형광등 선생님도 오셨습니다.

김달진 문학제는 창원의 축제며, 소사마을의 잔치고 개인적으로도 행복한 자리입니다.

 

국악관현악단 '휴'입니다.

송철민 님이 언제나 수고해 주시죠.

 

 

허형만 시인입니다.

 

파도를 보면

내 안에 불이 붙는다

내 쓸쓸함에 기대어

알몸으로 부딪치며 으깨지며
망망대해

하이얗게 눈물꽃 이워내는

파도를 보면

아, 우리네 삶이란

눈물처럼 따뜻한 희망인 것을

 

어디서 들었더라...

아~ 장사익!

유일하게 가지고 있는 장사익의 허허바다에 있던 그 노래, 아마 가을 이맘때였을 겁니다.

몇날몇일 종일 장사익만 들었던 적이 있었는데 이제 그런 열정은 증발하고 마음이 앙상해졌습니다.^^


- 파도 듣기 : http://www.koreartnet.com/wOOrII/initial/cdortape/musicfile/herherbada.asf

 

 

김수경 님의 판소리입니다.

동네 아가들도 고개를 내밀어 들었으며, 할머니들도 시 그늘에서 감상한 시간이었습니다.

 

 

제 24회 김달진문학상 수상자인 정일근 시인입니다.

진해가 고향이며 지역에서 활동하는 시인입니다.

시인이 그럽니다.

우물가 감나무가 김달진 시인의 청시에 나오는 감나무라고.

청시는 익어  높은 가지에 까치밥으로 남았습니다.

 

청시 / 김달진

                       

유월의 꿈이 빛나는 작은 뜰을
이제 미풍이 지나간 뒤
감나무 가지가 흔들리우고
살찐 암록색(暗綠色) 잎새 속으로
보이는 열매는 아직 푸르다.

 

 

정일근 시인하면 떠오르는 시는 단연 '흑백다방'입니다.

흑백다방 시 앞에 마을 어른이 서 계십니다.

 

흑백다방 / 정일근

 

오래된 시집을 읽다, 누군가 그어준 붉은 밑줄을 만나

그대도 함께 가슴 뜨거워진다면

흑백다방, 스무 살 내 상처의 비망록에 밑줄 그어진

그곳도 그러하리

 

베토벤 교향곡 5번 C단조를 들을 때마다

4악장이 끝나기도 전에

쿵쿵쿵 쿵, 운명이 문을 두드리며 찾아와

수갑을 차고 유폐될 것 같았던

불온한 스무 살을 나는 살고 있었으니

 

그리하여 알렉산드리아 항구로 가는 밀항선을 타거나

희망봉을 돌아가는 배의 삼등 갑판원을 꿈꾸었던 날들이 내게 있었으니

 

진해의 모든 길들이 모여들고

모여들어서 사방팔방으로 흩어지는 중원로터리에서

갈 길을 잃은 뒤축 구겨진 신발을 등대처럼 받아주던,

오늘의 발목을 잡는 어제와

내일을 알 수 없는 오늘이 뇌출혈을 터트려 내가 숨쉬기 위해 숨어들던 그곳,

 

나는 그곳에서 비로소 시인을 꿈꾸었으니

내 습작의 교과서였던 흑백다방이여

 

memento mori,

세상의 화려한 빛들도 영원하지 않고

살아있는 것은 모두 사라지느니

영혼의 그릇에 너는 무슨 색깔과 향기를 담으려 하느냐,

나를 위무하며 가르쳤으니

 

그 자리 그 색깔 그 향기로

사진첩의 속의 흑백사진처럼 오래도록 남아있는

since 1955 흑백다방,

진해시 대천동 2번지 

 

 

김구슬 시인입니다.

김달진 시인의 따님으로 샤를르 보들레르의 시를 낭송했습니다.

 

 

제 9회 김달진 창원문학상을 수상한 서일옥 시인입니다.

시인은 시조시인으로 시집 '그늘의 무늬'로 수상했으며, 창녕에서 활동중입니다.

무작정 집을 나섰을 때 칠원은 아니지만 낙동강으로 갈 때가 더러 있었는데 시인의 시를 마주하니 마치 그 강가에 선 듯 합니다.

나도 잘 살아야지.

 

낙동강 / 서일옥

 

칠월의 낙동강엔 바람도 초록빛이다

망초꽃 흐드러진 강둑에 앉아 보면

비늘을 세우고 있는

저 강물의 반짝임들

 

흐르는 그 강물 위에 내 생을 포개 놓고

남아 있는 시간의 길이를 재는 동안

가부좌 틀고 앉은 배도

묵상에 잠겨 간다

 

산다는 것은

참으로 잘 산다는 것은

헝클린 영혼을 빗질하며 늙어가는 것

조금씩 나를 흔들며

강물이 흘러간다

 

 

임형석 님의 피리연주입니다.

대니보이 연주에 이어 앵콜로 소양강 처녀를 연주했는데, 시인들도 우리 가요 연주에 손뼉을 쳤습니다.

 

 

제 7회 김달진문학상 젊은시인상을 수상한 이현승 시인입니다.

수상시집은 문학동네의 '친애하는 사물들'입니다.

 

 

 

 

단체사진을 찍은 후 식사가 이어졌습니다.

마당에는 테이블과 파라솔이 세워졌으며, 마을 어르신들도 식사를 합니다.

 

 

아래 가족은 마치 소풍나온 듯 한데요, 먹을거리가 정말 풍성했던 잔치였습니다.

마을 어르신들 옆에 앉아 국에 밥을 말아 먹고 일어 섰는데 12시 40분 수협발 마을버스를 타야 했기 때문입니다.

그 버스 놓치면 오후 3시라야 하거든요.

집에 돌아 와 텃밭으로 가려고 옷을 갈아 입는데 '잠시 신데렐라?' 이런 생각이 들었지만 사진 정리 미뤄두고 들에 나가 토종갓 솎고, 가시오가피 까만 열매를 땄습니다.

토요일에 딴 단감과 무청, 어제 거둔 것들 바구니에 그대로 있으니 이제 여운을 가라앉히고 집안일을 해야 겠습니다.

서일옥 시인이 시 낭송 후  '시월의 어느 멋진 날에' 한 소절을 불렀는데 정말 멋졌던 날이었습니다.

 

 

 

김동규 - 10월의 어느 멋진 날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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