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달진 문학관 방문은 지난해 김달진 문학제 이후 처음입니다.
텃밭에 오이가 많고 깻잎도 좋고, 토요일에 파종한 열무가 싹을 틔웠기에 문학관을 방문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음을 먹으니 마을버스 기다리는 시간도 길기에 콜을 하여 문학관으로 갔습니다.
어린학생은 김달진 시인의 흉상과 문학관 풍경을 휴대폰으로 찍고 급하게 생가로 향했으며, 문학관 전시실입구에 역시 학생들이 앉아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습니다. 일찌기 이런 풍경은 처음이었는데, 9월 5~6일 김달진 문학제를 하는데 근처 초등학생들의 그림 전시가 계획되어 있기에 학생들이 문학관과 생가 견학을 왔다고 했습니다.
7월 중순이다보니 열무꽃이 지고 있습니다.
혹 벌레가 먹었나 하고 열무잎을 보니 벌레가 먹었으며, 나비는 제 새끼 지키려는 듯 열무밭 위를 날고 있었습니다.
묵은 씨앗은 파종이 되지 않기에 세 번째 파종으로 성공한 열무라는데 꽃 색깔이 아주 하얗지는 않았습니다.
2005년에 김달진 문학관이 개관했으며 근래 이삼년 뜸했긴 했지만 개관이후 참 열심히 다녔습니다.
그때는 블로그를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았으며 문학관 개관과 맞물려 뭐든지 재밌게 했습니다.
한 번은 월요일에 문학관에 가니 텃밭열무는 하얗게 피었는데 문학관이 쉬는 날이었기에 싸립문사이로 열무꽃을 보고, 김씨공작소쪽의 담장으로 생가 텃밭의 열무를 훔쳐본적도 있었는데 당시 하얀 열무꽃은 장관이었습니다. 모델이 꿈이라는 수아도 있었습니다.
소사동이라는 곳
- 백석풍으로 / 조재영
몇 자루의 연필과 붓과 돋보기와 토시와 검정색 다이얼 전화기와 발우와 또 어느 계절엔가 수줍게 두 손을 무릎에 올리고 장형의 옆에서 맨발로 셔터를 응시하는 시인의 어릴 적 흑백 사진이 전시관에는 있는 곳
청록 문양의 일제시대 벽지와 추억의 책가방과 낡은 축음기와 남양분유 소표분유와 사단법인 대한자전거상공조합의 뽐푸 사용료금함이 전시된 김씨박물관과 또 '미스 코리어에 얽힌 야릇한 소문'을 실은 선데이 서울을 소장하고 있는 동그란 안경의 김씨와 물새 같은 딸이 찻집에는 있는 곳
여름이면 고둥 가득한 논에선 밤새 개구리 소리가 까알까알 들리고 텃밭의 열무꽃 소담하던 시절에는 하얀 박꽃이 별빛 따라 떠오르거나 아낙네들이 앞개울로 멱을 감으러 가기도 했던 것인데 늘 모자를 쓰고 대학생 딸을 애기라 부르는 실비단 안개라는 이가 사진을 찍으러 사계절 방문하는 곳
나는 오래도 전에 이루지 못한 여인의 사랑 이야기를 떠올리며 이 유서 깊은 마을의 한적한 길과 오래된 저수지 그리고 전설같이 날아다니던 하얀 백로를 하염없이 그리워하였다.
조재영 시인은 잠시 김달진문학관 학예사였습니다.
내가 가지 않았을 때나 간 날이나 문학관과 생가는 늘 그 모습이었나 봅니다.
장독대옆에는 올해도 부레옥잠이 봉황의 눈동자같은 꽃을 피웠으며, 태산목 왕송이 하얀 꽃도 피었습니다.
태산목 아래에는 나무가 높아 제대로 찍히지 않는 태산목꽃을 학생들과 선생님이 찍으려고 각도를 맞추고 있습니다.
예전에 집사님이 계셨을 때는 태산목꽃을 찍도록 사다리를 잡아주기도 했습니다.
태산목은 목련과로 양옥란(洋玉蘭)이라고도 하며, 높이 약 30m로 꽃이 피면 향기가 강하고 꽃받침은 3개, 꽃잎은 9∼12개로 암술과 수술은 많으며 수술대는 자주색입니다. 잎 겉면은 짙은 녹색으로서 윤기가 있고 뒷면에는 갈색 털이 빽빽이 나며 가장자리가 밋밋합니다. 꽃은 5∼7월에 흰색으로 피는데, 지름 15∼20cm이고 가지 끝에 위를 향하여 1개씩 달리는데 북아메리카 원산이며 관상용으로 심습니다.
곳간뒷쪽의 텃밭에는 방울토마토와 들깨, 정구지가 자라고 있었고 건너 텃밭에는 고추와 오이가 있었습니다.
이 계절 텃밭풍경은 비슷비슷한가 봅니다.
생가에 아이들이 뛰어노니 참 좋았습니다.
사람사는 집엔 사람이 드나들어야 빛이 나거든요.
우물가 감나무가 김달진 시인의 청시에 나오는 감나무며, 김씨공작소가 담쟁이덩굴에 싸였습니다.
청시 / 김달진
유월의 꿈이 빛나는 작은 뜰을
이제 미풍이 지나간 뒤
감나무 가지가 흔들리우고
살찐 암록색(暗綠色) 잎새 속으로
보이는 열매는 아직 푸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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