7월 17일
7월 17일~18일 창녕군 팸투어에 참가했을 때 두 번째 답사지인 망우정입니다.
창녕에 대해 쓸글이 많았다보니 미루고 미루었는데 망우정과 주변 풍경이 아까워 늦었지만 올립니다.
지석묘 답사후 간 곳은 낙동강변의 망우정이었습니다. 망우정은 의병장 곽재우가 노년을 보낸 곳입니다. 창녕군 도천면 우강(友江)마을로 장군은 작은 집을 짓고 망우정(忘憂亭) 현판을 걸고 강과 벗하며 지냈는데 망우당(忘憂堂)이란 자호도 이때부터 생긴 것이라 합니다.
우강리 마을 언덕을 오르면 유허비 용머리가 나타나며 큰나무가 있고 유허비각 아래에 망우정이 낙동강을 바라보며 있으니, 유허비와 망우정 모두 뒷모습을 처음 만납니다. 유허비로 가는 길가엔 야관문과 애기똥풀이 있었으며, 야윈계단 양쪽으로 향기가 좋은 광나무가 있었지만 꽃은 이미 졌었는데 광나무도 계단만큼 야위었습니다. 흐르는 낙동강에 근심을 다 떠내려 보내지 못 했나 봅니다.
낙동강을 건너야 유허비와 망우정의 정면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우리가 만난 유허비각과 망우정은 세상사에 등지듯이 뒤돌아 앉아 낙동강만 바라보고 있었습니다.
두 기의 유허비중 비각 속에 모셔진 것은 1789년에 고을의 유림들이 세운 것으로 '충익공망우곽선생유허비'라 새겨져 있으며, 유허비 중 납작엎드린 거북이 고개를 들고 있는 귀부에 용이 새겨진 비석 머리를 얹은 것은 1991년에 세워졌다고 합니다. 유허비는 1983년 7월 20일 경상남도문화재자료 제23호로 지정됐습니다.
유허비각에 다가서면 낙동강이 보입니다. 예전엔 건너편에는 모래가 빛났다고 하는데 4대강 사업으로 그 모래는 쓸려 내려가고 강물만 일 없었다는 듯이 흐릅니다.
유허비 옆에도 아름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었으며, 망우정 입구에도 큰나무가 그늘을 만들어 주었기에 우리들은 곽재우와 망우정, 고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누었습니다. 맑은 하늘도 좋았지만 그늘이 고마웠던 날이었습니다.
자연 와송을 처음 봤습니다. 망우정 담장과 망우정에 와송이 있었기에 신비로워 사진으로 찍었으며, 이후에도 와송은 성씨 고가와 관룡사에서도 만났고 도로변의 낡은 지붕에도 있었습니다.
늙었지만 창창한 나무를 지나 허름한 대문을 밀고 들어서면 망우정입니다.
망우정은 3칸짜리 팔작지붕 기와집으로 작은 마당이 있고 낙동강위로 담장이 있습니다. 강변의 은빛모래는 사라졌지만 이곳에 서면 모든 근심이 잊혀질 듯 편안했습니다. 편안했다는 건 근심이 잠시 내려졌다는 말과 같습니다.
망우정에는 '망우정(忘憂亭)'과 '여현정(與賢亭)' 두개의 현판이 있습니다.
망우정 글씨는 곽재우 장군의 친필이라 하며, 장군은 귀천을 앞두고 망우정을 외손되는 벽진이씨 이도순(李道純)에게 물려주었는데 그후 망우정은 여현정이 되었다고 합니다.
여현정은 곽재우 장군의 벗이었던 조선 중기의 학자 간송당 조임도가 이도순에게 제안한 이름으로 '곽재우가 어진 이에게 물려준 정자'라는 의미로 마루에 걸려있는 '여현정기(與賢亭記)'에 대한 장군의 말이 기록되어 있습니다. "요임금은 (자식이 아닌) 순에게 천하를 넘겼고 나는 이 강사를 현자인 이군에게 물려주니, 이를 요순에 견주면 넓은 하늘을 좁은 못이랑 비교함과 같으나 마음속 깊은 뜻은 크게 다르지 않으리라. 자네가 자연을 벗하고 학문을 좋아해 능히 지킬 수 있기에 정사를 내 것으로 삼지 않고 이렇게 준다네."
당시 곽재우 장군은 가진것(물질)이 별로 없었습니다. 모든 가산은 의병활동으로 탕진(?)했으며 슬하에 자녀들이 있었지만 (정자도 재산이라면 재산인데)자녀가 아닌 다른 이에게 물려주었습니다. 자산은 지킬 수 있는 이에게 물려주는 게 답이긴 하지만 행하는 일은 쉬운 일이 아닐 것입니다.
▲ 여현정기를 살피는 블로거와 현판에 대해 설명하는 해딴에 대표
망우정을 나와 다시 유허비가 있는 언덕이 느티나무 아래에서 낙동강을 찍습니다. 느티나무 단풍이 좋으니 늦가을에 망우정에 간다면 좋은 단풍도 구경을 할 수 있을 겁니다. 옆엔 대나무가 서걱거립니다. 요즘 세상에 단 하루도 나라 걱정않는 날이 없을 텐데요, 인터넷 기사 댓글을 보면 모두 나라 걱정입니다. 우리도 하루쯤 망우정같은 곳에서 이런저런 근심을 내려 놓고 싶은데, 저의 망우정은 텃밭인데 여러분의 망우정은 어딘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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