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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의 비밀정원 만화방초(萬花芳草) 10월 초 풍경

by 실비단안개 2016. 10.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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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3일

비가 내린다는 예보가 있었기에 살짝 걱정을 했는데 날씨가 좋았습니다.

집에서 고성 만화방초까지는 1시간 30분거리였습니다.

고성 거류면은 이른봄 들꽃을 만나기 위해 장의사쪽으로 한 번 갔기에 비교적 쉬운 길이었는데, 큰도로에서 작은 길로 접어드니 헷갈렸습니다. 만화방초 표지판이 있긴 있었지만 넘어져 있었으며 근처에서 공사중이었기에 혹 만화방초가 없어진 건 아닐까 하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일단 차를 도로변에 세워두고 살짝살짝 걸으니 전원주택이 있었으며 시멘트길이긴 하지만 산길이 나타났습니다.


경남 고성의 만화방초는 고성과 통영을 대표하는 산인 벽방산에 자리잡고 있는 온갖 꽃들과 향기로운 풀이 있는 아름다운 자연 화원이라 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람의 손길이 스치긴 했지만, 자연에 더 가까운 수목원입니다.

이른봄 들꽃을 검색하다가 일게 된 만화방초인데 봄날 아름 벚나무가 연분홍꽃을 흩날리며 장마철인 6월엔 온갖 수국이 형형색색의 꽃을 피우고, 가을로 접어들땐 꽃무릇이 불게 타는 곳입니다. 그런데 '만화방초10월'을 검색하니 게시물이 없었습니다. 우리는 봄부터 지금까지 거의 텃밭에 매달렸기에 하루 짬을 내기가 쉽지않아 10월 초 개천절날 만화방초를 찾았습니다.

벽방산 무애암이 있으며 만화방초가 표지판이 있는데 넘어져 있었습니다.



만화방초로 가는 길의 전원주택에서 만난 맨드라미 아름답게 피어 있었기에 여기가 만화방초인가 하며 기웃거리기도 했습니다. 첫 길은 이렇게 설레임으로 가득합니다.



맨드라미가 핀 집엔 작은 진돗개가 아래를 보고 있었지만 짖지않았으며 조금 더 가니 맞은편에 여러 꽃이 아루렇게나 피어 있는 주택이 또 있었고, 맞은편에는 흰여주가 달린 나무가 있었는데 누군가의 손길로 여주는 나무를 지지대삼도록 묶어 두었으며 냥이가 한가로이 왔다갔다 했습니다.



도로변보다 이곳이 주차하기에 좋을 것 같아 얼라아부지가 차를 가지러 간 사이 주변을 살폈습니다. 무수히 밤송이가 떨어져 있었으며, 물봉선과 등골나물, 쑥부쟁이 등 가을 들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꿈과 사랑을 키우는 만화방초'

앞서가는 분들은 가족으로 오동나무의 열매를 신기해하기에 아마 오동나무일거라고 이야기를 해 주었습니다.

숲은 축축했으며 옆으로 계곡보다는 작은 도랑에서 물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얼마쯤 오르니 철문이 열려 있었으며 안내글이 있었습니다.

"문이 닫혀 있을 때는 사나운 개들(3마리)이 운동하는 날입니다"

검색에서 입장료가 있다고 했는데 어딜봐도 입장료를 받는 곳이 없었으며 주차장이 있었고, 편백나무를 따라 오르면 하루방이 좌우에서 맞아줍니다.



10월 초, 벚꽃과 수국, 꽃무릇을 만날 수 없는 계절입니다. 그러나 그래도 만화방초를 한 번 구경하고 싶었습니다.

큰 개가 묶어져 있었으며 작은 연못엔 수생식물이 반짝였고 주변엔 이미 진 수국이 다수 있었으며 축축한 숲향기가 온 몸을 휘감았습니다.



오르다가 옆을 보면 아래의 풍경입니다. 연못과 정자가 보이며 꽃이 진 꽃무릇 꽃대도 보입니다.



경남 고성군 거류면 은월리 17-5 만화방초(萬花芳草), 온갖 꽃들과 향기로운 풀이라는 뜻으로 경남 고성군과 통영군의 경계를 이루는 벽방산 자락에 있습니다.

자그마한 황토집이 주인이 거주하는 공간이며 작은 개는 똘똘이로 우리를 졸졸 따라 다녔습니다.

황토로 지은 이 집은 주인 내외가 살고 있는 곳으로 주인장 정종조 씨는 부산에서 무역업을 했는데, 부모님이 남겨주신 이곳의 차밭과 산등성이에 꽃과 풀과 나무를 심으며 30년간 정성껏 가꿨다고 합니다.
만화방초를 비밀정원이라고 하는 이유는 그동안 공식적으로 만화방초를 공개하지 않고 주로 주말을 이용해 아는 사람들만 알고 다녀갔기 때문인데, 이 비밀정원 만화방초가 2007년 3월부터 일반인들에게 정식으로 공개를 했다고 합니다. 전체 면적이 19만8000㎡이고, 그중 차 밭이 6만6000㎡에 이르며, 나머지 13만2000㎡에는 야생화 1000여 종과 나무 600여 종이 자라고 있다고 합니다.

거제의 공곶이와 거제 산방산 비원, 외도처럼 만화방초도 개인이 개간·관리하여 일반인의 출입을 허락하니 대단하신 분들이는 생각밖에 들지 않습니다.

만화방초를 관람하기전까지 이 집이 빈집인줄 알았는데 내려오는 길에 주인어른을 뵐 수 있었는데 입장료에 대해 여쭈니 입장료는 없다고 했습니다.



30년동안 나는 무얼 했을까. 바위는 이끼를 깔아 꽃을 피웠는데.



동물과 새가 그려진 길을 똘똘이가 앞장섰습니다. 진 꽃무릇대를 보며 아쉬운 마음이 잠깐잠깐 들기도 했습니다. 조금만 더 일찍 올걸. 그래도 10월은 10월대로의 풍경이 있으니 만화방초를 사뿐사뿐 걸었습니다.



만화방초는 모든 길을 산짐승들이 다니는 길을 조금 넓혀 사용하고 있기에 걷기에 썩 좋은 길이 아닐 수 있지만 저는 이런 자연에 가까운 길이 좋습니다. 길엔 배수시설도 되어 있었으며, 곳곳에 장승, 돌확, 절구 등이 자리했으며 어떤 곳엔 노랑어리연이 꽃을 피우기도 했습니다. 오직 우리 부부를 위해 마련된 미밀의 정원같았습니다.




봄날 벚꽃이 휘날렸다면 여름 장마철엔 수국이 만화방초를 빛나게 하는 듯 곳곳에 (산)수국이 지고 있었습니다.



녹차밭입니다. 녹차꽃이 피었으며 이미 열매를 맺은 나무도 있었고 뿌리로 번식하는 꽃무릇이 녹차밭 고랑에 대를 올렸습니다. 먼데 나뭇잎이 노랗게 물이 들고 있으니 만화방초에 가을이 오고 있습니다.



녹차나무와 꽃, 열매입니다.



여름 폭염은 벚나무를 단풍이 들기전에 잎을 떨구게 했습니다. 만화방초는 길이 비탈이기에 젖은 낙엽으로 미끄러질 수 있으니 조심히 걸어야 했습니다.



녹차밭위에서 아래를 조망할 수 있었는데 벼가 익고 있으며 거류면 중 어느 마을이 보입니다. 평화로웠으며 편안했습니다.



흐르는 물소리를 찾아 걸음을 옮기니 들꽃이 피어 있었습니다. 등골나물, 구절초, 쑥부쟁이, 미역취 등 가을들꽃입니다. 원예종꽃은 화려하지만 들꽃은 담백합니다. 우리네 정서와 잘 맞는 꽃이 들꽃일 겁니다.



구절초입니다. 하얀구절초와 연분홍구절초가 피었으며 숲에는 구절초의 싹이 아주 많았으니 내년엔 더 많은 꽃을 피울 겁니다.



정자아래에 있는 계곡입니다. 물이 졸졸 흐르며 초입에 만났던 밤송이들이 계곡에도 잔뜩 떨어져 있었습니다.



세월을 입은 나무입니다.



그 사이 꽃대도 스러지고 새순을 올린 꽃무릇입니다. 상사화는 잎이 먼저난 후 꽃이 피며 꽃무릇은 꽃이 먼저핀 후 잎이 납니다.



화려한 꽃이 피었거나 녹음이 우거진 것도 아니며 단풍이 들지도 않은 만화방초이지만, 숨을 한껏 쉴 수 있는 공간이었기에 괜히 미안해졌습니다. 만화방초는 항상 개방되어 있지 않으므로, 찾아가기 전에 미리 전화로 개방 여부를 반드시 확인해야 한다는데 저희는 운이 좋았습니다.

- 만화방초 : 010-870-1041
- 경남 고성군 거류면 은월리 17-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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