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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이야기/텃밭 풍경

입춘, 텃밭에 매화가 피었네

by 실비단안개 2017.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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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월 4일

일주일만에 텃밭에 갔나 봅니다. 오전내내 이불속에서 밍기적 거리다 음식물쓰레기를 처리해야 했으니까요. 텃밭이 궁금하기도 했고요.

아직 겨울이 남았지만 입춘답게 포근했습니다.


봄을 상징하는 입춘은 24절기 중 첫째로 새로운 해의 시작을 의미합니다. 예부터 입춘절기가 되면 농가에서는 농사 준비를 했습니다.

아낙들은 집안 곳곳에 쌓인 먼지를 털어내고 남정네들은 겨우내 넣어둔 농기구를 꺼내 손질하며 한 해 농사에 대비했지요. 소를 보살피고, 재거름을 부지런히 재워두고, 뽕나무밭에는 오줌을 주고 겨우내 묵었던 뒷간을 퍼서 인분으로 두엄을 만들기도 했다고 합니다. 일년 농사의 시작이 이제부터이기 때문에 바빠지기 시작하는 것입니다.
그러나 '입춘한파'니, '입춘 추위 김장독 깬다'고, 간혹 매서운 추위가 몰려와 봄을 시샘하기도 하는 때입니다.

입춘날 농가에서는 대문이나 집안 기둥에 '입춘대길(立春大吉)', '건양다경(建陽多慶)' 같은 입춘첩(立春帖)을 써붙이는데, 여기에는 한 해의 무사태평과 농사의 풍년을 기원하는 뜻이 담겨 있으며, 더불어 어둡고 긴 겨울이 끝나고 봄이 시작되었음을 자축하는 뜻이기도 합니다.


텃밭으로 가는 길에 봄까치꽃이 피었으며, 광대나물도 분홍꽃을 피웠습니다. 정말 봄인갑다.



꽁꽁 얼었던 도랑물도 녹고 있으며, 도랑물 흐르는 소리가 봄을 부르는 소리같기도 했습니다.



우리 텃밭은 응달이며 높다보니 아직 한겨울같습니다.

그래도 입춘이라 텃밭에 들어설 때 매화가 피었는지 궁금하여 보니 매화나무가 희끄무레했습니다. 매화나무가 심어진 언덕위 밭의 적갓은 아직 겨울이라 얼었습니다.



케일과 청경채, 시금치 등이 자라는 곳으로 비닐을 씌워 뒀는데, 올 겨울에 몇 번이나 바람에 날려 꽂이를 다시 꽂고 빨래집게로 집어 주었지만 바람이 조금만 불어도 날리는 모양입니다. 에라 모르겠다, 입춘이니.



일주일만에 매화가 제법 피었습니다. 매화나무 근처에 가니 은은한 매화향이 코를 간지럽혔습니다. 겨울이 봄을 부르는 향기입니다.



홍매는 아직 어린 봉오리입니다. 홍매가 있는 밭 풍경으로 상추가 겨우내 얼다녹았다를 반복하더니 새순을 올렸습니다.



겨울초를 잘라주어야 봄에 새순이 좋다고 하는데 그대로 두었더니 많이 잘랐으며, 김장 때 남겨둔 배추는 봄동이 되었고, 달래는 겨울을 났습니다.



청경채와 봄동이며 가운데 언 식물은 치커리고 뒷쪽은 케일인데 겨우내 녹즙으로 잘 먹었습니다.



방풍과 당귀가 새순을 내고 있습니다. 봄이 오긴 오고있나 봅니다.



비닐하우스의 케일과 함께 노지케일을 계속 뜯어 녹즙으로 먹었더니 대가 앙상합니다.



녹즙용 방풍과 케일입니다.



김장배추 남은 것과 적양배추가 있는 밭입니다. 끝엔 쪽파가 있고요. 이 비닐은 얼라아부지가 씌웠는데 야무지게 씌웠기에 바람에 날리지 않았습니다. 그 속이 궁금하여 꽂이를 뽑아 살며시 들춰보니 적양배추는 가을에 자란 모습 그대로였습니다. 빨리 따듯해져 비닐을 걷어야 햇빛과 바람과 비를 맞고 자랄텐데 추위가 완전히 가시려면 달포는 있어야 겠지요.



쪽파밭입니다. 텃밭 여기저기에 쪽파를 심었으며 여긴 집중적으로 심었는데 추위와 가뭄으로 꼴이 말이 아니지만 따듯해지면 금방 새순이 나며 자랍니다.



웅덩이물이 아직 얼어 있습니다. 윗밭의 웅덩이는 아래보다 더 많이 얼었기에 노랑오리연잎이 얼음과 함께 박재가 된 듯 하며, 아래밭 웅덩이는 얼음이 살며시 녹다보니 어리연 줄기가 보입니다.



푸른잎으로 겨울을 난 식물들입니다. 인동덩굴, 으름, 접시꽃인데 섬초롱꽃잎도 잎으로 겨울을 납니다.



밭에 잡초가 워낙 많기에 잡초예방용으로 심은 딸기와 뱀딸기의 잎입니다. 역시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수국은 꽃이 핀 채 겨울을 맞았기에 꽃잎이 그대로 말랐으며, 맥문동은 아직도 열매를 달고 있고 마치 목화같던 대상화의 꽃진자리가 서서히 사라지고 있습니다.



다육을 그대로 두었더니 다 언듯 합니다. 부추잎 같은 식물은 향기부추로 이른 봄에 꽃을 피우며 옆의 오므라던 식물은 부처손인데 비라도 내리면 잎이 펴질겁니다.

아래는 노랑할미꽃이 겨울을 났으며, 바위취가 워낙 많기에 뽑아 버리면서 화분에 한포기 심었더니 겨울을 났고 텃밭 여기저기에 석산잎이 푸르며 긴병꽃풀도 겨울을 나고 있습니다. 바위취와 긴병풀꽃은 번식력이 너무 좋아 걱정입니다.



꽃치자와 치자가 푸른잎으로 겨울을 나는데 치자새순이 돋기에 찍었습니다. 봄이 오고 있긴 하나 봅니다.

꽃치자옆의 도라지밭을 보니 새순은 올라오지 않고 도라지가 쑥 나왔기에 손으로 흙을 덮어 주었습니다.

올 겨울은 유난히 깁니다. 봄봄봄봄 봄이 왔어요~♬ 봄봄봄봄 봄이 왔어요~♬ 빨리 이 노래를 흥얼거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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