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25일
종일 밖에서 돌았으니 잘 먹어야 겠지요.
봄은 부족했던 겨울밥상에 화풀이라도 하듯 모든 게 풍성합니다. 산나물이 나오며 텃밭도 푸릇푸릇해지고, 바지락이 가장 맛이 있는 때가 지금입니다. 해초류는 겨울이라야 제 맛이며 굴도 겨울이 제 철인데 바지락은 3월인 지금이 적기라 바지락 크기만큼 알이 꽉 찼습니다. 그러하기에 해마다 이맘때면 엄마는 바지락을 자루 째 구입하여 껍데기와 살을 분리하여 우리 남매에게 나누어 주고 냉동실에 얼려 둡니다.
벚꽃을 만나 후 텃밭으로 가 꽃밭을 매고 자리를 옮기고 종일 바등거리다가 해질녘에야 시간을 내어 정구지를 캐고 쪽파도 뽑았습니다.
첫물 정구지며 겨울을 이긴 쪽파도 요즘이 맛이 좋을 때입니다. 쑥은 캐어 친정에 드렸습니다.
첫물정구지입니다. 많이 자랐습니다.
정구지는 백합과의 다년생 초본식물로 원산지는 중국 서부 및 북부지방으로 알려져 있으며 요즘은 시절이 좋아 사철 정구지를 구입할 수 있습니다.
정구지는 경상도 방언이며 표주어는 부추인데요, 예로 부터 부추를 일컽는 말로 부부간의 정을 오래도록 유지시켜준다고 하여 정구지(精久持)라 하며, 신장을 따뜻하게 하고 생식기능을 좋게한다고 하여 온신고정(溫腎固精)이라 하며, 남자의 양기를 세운다하여 기양초(起陽草)라고 하고, 과부집 담을 넘을 정도로 힘이 생긴다 하여 월담초(越譚草)라 하였고, 장복하면 오줌줄기가 벽을 뚫는다 하여 파벽초(破壁草)라고 하였다고 할 정도로 많은 별명이 있습니다. 또 '봄 부추는 인삼·녹용과도 바꾸지 않는다'는 말과 '첫물 부추는 아들은 안주고 사위에게 준다'는 말이 있는데, 이 말은 아들에게 주면 좋아할 사람이 며느리이니 차라리 사위에게 먹여 딸이 좋도록 하겠다는 의미를 가졌다고 할 정도로 첫물 정구지는 우리 몸에 좋다고 합니다.
쪽파밭입니다. 텃밭농사를 하면서 쪽파를 가장 많이 파종한 해이기도 합니다. 쪽파는 대파와 마찬가지로 쓰임이 많다보니 많이 파종을 했는데 양념에도 들어가며 쪽파김치, 쪽파나물, 회양전 등의 재료가 됩니다. 쪽파가 많다보니 일주일에 한 번식, 한 달 넘도록 쪽파김치를 담가 먹고 있습니다.
쪽파도 백합과이며 2년생 초본으로 파와 양파를 교잡한 품종으로 칼슘과 비타민이 많아 위를 보호하고 빈혈과 감기를 예방해 주는 등 대파나 양파 못지 않은 영양과 기능성을 갖추고 있습니다.
쑥과 쪽파를 다듬다보니 추워 정구지는 집에 와서 다듬었습니다.
정구지옆의 채소는 당귀로 정구지 겉절이에 넣을 겁니다. 향이 좋거든요.
얼라아부지가 내 친구네에서 어장을 한 고동, 키조개, 주꾸미 등을 얻어 왔습니다. 이늠들을 넣어 해물파전을 만들겁니다. 키조개를 까는 데 힘이 무지 들었으며 고동은 솔로 깨끗이 세척하여 삶아 먹기도 했습니다.
엄마가 구입한 바지락입니다. 올해 두 자루를 구입했습니다. 해감은 바닷물로 했습니다. 바지락살이 탱글탱글하며 날걸로 먹으면 달큰합니다.
해물파전에 넣을 해물입니다.
바지락 등 해물이 많으니 된장찌개도 끓이려고요. 키조개관자와 탁새(갯가재)도 넣습니다. 붉은 건 고동입니다.
먼저 해물파전입니다. 부침가루를 반죽하여 달군 팬에 고르게 펴 그 위에 쪽파를 펴 놓고, 준비한 해물을 위에 고르게 펴 줍니다. 그리곤 남은 부침가루 반죽을 고르게 바르듯이 끼얹습니다. 팬은 지름30cm 큰팬입니다.
쪽파가 길어 팬에 다 들어 가질 않았습니다. 익는 냄새가 나면 뒤집어 줍니다.
팬에 큰접시를 엎어 팬을 뒤집어 주었습니다. 해물이 팬에 약간 붙긴 했습니만 해물파전이 잘 됐습니다. 이때 얼라아지가 텃밭에서 돌아 왔기에 저녁식사전에 둘이서 해물파전을 먹었습니다. 제대로였습니다.
둘 다 종일 동동댔으니 배가 얼마나 고팠겠습니까. 둘이서 한 자리에서 접시를 비웠습니다. 무슨 지짐이나 튀김 다 맛이 좋지만 배고플 때 먹는 지짐이 가장 맛있습니다.
얼라아부지가 샤워를 하는 동안 저녁밥상을 차립니다. 된장찌개를 가스에 올려두고 정구지 겉절이를 했습니다. 다른 찬은 평소에 먹는 걸로 차리면 되거든요.
정구지 겉절이지만 당귀를 많이 넣었습니다. 양념은 멸치액젓에 새우젓과 갈치내장젓을 섞어 매실액과 고춧가루와 마늘을 넣었습니다. 마지막엔 참기름을 둘렀고요.
해물파전을 한 장 더 부치라고 했지만 찬이 이 정도면 된 것 같아 해물파전은 더는 굽지 않았습니다. 봄 밥상으로 훌륭하지 않나요?
된장찌개입니다. 멸치육수에 해물을 넣어 끓어 오르면 된장을 풀고 표고버섯을 넣고, 쪽파를 넣은 후 밥상에 올릴 때 정구지를 올렸습니다.
부추에는 비타민 C와 카로틴이 풍부하고 철분, 칼슘, 비타민 B등 인체에 유용한 성분이 다량 함유되어 있습니다.
음식에도 궁합이 있는데, 부추는 된장과 찰떡궁합이라는데요, 부추의 칼륨 성분이 된장 속의 나트륨 성분을 배출하게 도와 된장 속의 나트륨 섭취 억제를 하게 해준다고 합니다.
다음날 아침에는 바지락국을 끓였습니다. 껍데기는 솔로 문질러 씻어 혹 뻘이 들어 있는 바지락이 있을 수 있기에 하나씩 칼을 넣어 확인을 했습니다. 바지락국물이 시원한데 저녁이면 땡초를 넣으면 좋겠지만 아침이라 가볍게 쪽파만 넣었습니다. 간은 소금으로 했습니다. 술국으로도 좋을 것 같습니다. 알이 꽉 찼습니다.
남은 정구지는 점심으로 지짐을 부쳤습니다. 일요일 점심은 텃밭에서 해결하거든요. 하여 파전 구울까 하니 정구지지짐을 부치라나요. 해물이 많이 있으니 해물을 듬뿍 넣고 좀 도톰하게 부쳤습니다. 정구지부침개는 얇아야 맛이 좋은데 너무 앏게 부치니 없어 보이더라고요.
정구지부침개와 유부초밥과 컵라면으로 점심을 해결했습니다. 커피는 식혀 마시기에 컵라면에 물을 붓고 커피에도 부어 두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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