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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재에 앉아 식사를 한다는 것은 / 선학곰탕

by 실비단안개 2017. 5.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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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6일

진해탑을 내려 온 우리는 좀 이르긴 했지만 근처의 선학곰탕에서 점심식사를 했습니다. 곰탕보다 더 맛난 음식이 많지만 기왕이면 문화재로 지정된 역사가 있는 음식점에서 식사를 대접하고 싶었습니다.


진해는 여유로운 소도시로 아직은 아파트보다 주택이 더 많은 도시입니다. 선학곰탕은 마치 숲속의 주택처럼 정원에 오래 된 수목들이 있으며 계절마다 꽃을 피우기도 합니다.



등록문화재 안내판이 선학곰탕 입구에 있습니다.

선학곰탕 건물은 구 해군통제부병원장사택(근화동)으로 등록문화재 제193호로 지정되어 있습니다.

1930년대 건축된 것으로 추정되는 진해 해군통제부의 병원장이 거처했던 이 건물은 지금은 주택 일부를 음식적으로 변형 사용하고 있습니다.

근대 일식 목조 가옥으로 내 외부가 비교적 잘 보존되어 있는 이곳은 선학곰탕집으로 더 유명합니다. 꽃을 찍다보니 건물보다는 뜰에 관심이 많은데요, 수목과 조형물이 어우러진 뜰에서 음악회를 열기도 했습니다.



선학곰탕은 출입구가 두 곳인데 저는 보통 정원을 지나 이곳으로 출입을 했는데 이번엔 등록문화재 안내판이 있는 돌출형 정문으로 들어 갔습니다.



블로그를 운영한지 11년이 되었으니 선학곰탕을 드나든지도 꽤 되었는데 건물이 많이 낡았더군요.




입구에 근대문화유산으로 지정되었음을 알리는 안내판이 있습니다.

문화재는 국가가 지정하는 '국가 지정 문화재', 광역지방자치단체가 지정하는 '시,도 지정 문화재', 그리고 문화재 자료, 등록 문화재, 비지정 문화재로 나눠집니다. 그 중 '비지정 문화재'는 국가든 지방자치단체든 그 어느 곳으로부터도 지정을 받지는 못했지만, 그래도 보존할 만한 가치가 있는 문화재를 말하며, 문화재 중에서는 가장 등급이 낮은 것들입니다.

등급이 가장 높은 것은 국가지정 문화재로 최고 등급인 '국보'가 있고, 그 외에 '보물', 사적, 명승, 천연기념물, 중요무형문화재, 중요민속자료들이 있습니다.

국가지정 문화재보다 낮은 등급의 문화재는 유형문화재, 무형문화재, 기념물, 민속자료 들로 지방자치단체의 지정을 받은 것들이며, 시도 지정 문화재 아래 등급의 문화재들에는 '문화재 자료'라는 이름이 주어집니다. 그렇다면 등록문화재는 무엇인가하는 의문을 가지게 되는데요, 지정문화재가 아니면서 근대와 현대에 만들어진  것들로 보존할 가치가 큰 것들에게 주어지는 이름으로 문화재청장이 지정합니다. '등록문화재'라는 말과 '근대문화유산'이라는 말은 거의 동의어로 보면 됩니다.

 

등록문화재(근대문화유산)란 우리 근대사(1876년 개항 - 6.25전쟁까지)에서 지역 역사와 문화의 뿌리가 되고 한 시대의 조형의 모범이 되며, 학술적 가치가 큰 건축물 중 보존해야 할 필요가 있는 문화재를 등록 관리하는 것으로 2001년 도입되어 현재 전국적으로 350여 점이 지정되어 있습니다.

전국 350여 점 가운데 우리 진해에는 6점의 등록문화재가 있는데 진해는 일제강점기때 만들어진 계획도시로서의 도시구조와 해군 통제부 시설, 일식주거와 흔적 등 다양한 양식의 근대건축물이 있으며, 시민들이 쉽게 접할 수 있는 등록문화재는 2점이며, 군항제 기간 근처에서 접할 수 있는 등록문화재 2점, 민간인 접근금지구역에 있는 등록문화재가 2점 있습니다.



주인 할머니께 "더 젊어지셨습니다"라며 인사를 드리고 마루를 지나 방으로 들어 섰습니다. 예나 지금이나 변함이 없는 구조지만 조형물의 위치가 변하기도 합니다. 선학곰탕은 정원과 방에 골동품이 많기에 우리가 쉽게 드나들 수 있는, 잘 정돈된 박물관같은 밥집입니다.



반닫이위의 동백과 으름덩굴 꽃꽂이입니다. 새롭데요.



음식 종류가 간단하며 차림표도 변함이 없는데 모든 물가가 오르다보니 곰탕가격도 올랐습니다.



방에 앉으면 유리문으로 정원이 들어 옵니다.



할머니께서 힘이 부치시는지 아니면 친척인지 상차림을 돕는 분이 계셨습니다. 곰탕이 차려졌습니다.

상차림은 할머니의 차림만큼 깔끔하며 볶은소금과 후추는 밥상에 놓여 있습니다. 곰탕과 어울리는 깍두기와 배추김치, 무말랭이, 풋고추, 마늘종, 까시리와 김무침, 양배추볶음이 이날 찬이었습니다.

선학곰탕 건물이 비록 우리 선조가 남긴 문화재는 아니지만, 우리는 문화재에 앉아 소담한 밥상을 받아 식사를 했습니다. 문화재 건물이라 그런지 선학곰탕에 가면 숟가락을 덜거덕 거려도 안 될 것 같으며, 국물을 후후 불어도 안 될 것 같은데 실제 그렇습니다. 숟가락마다 조심조심, 젓가락질도 조심조심하게 됩니다. 그러나 편안히 앉아 먹었습니다.




찬이 할머니의 매무새만큼 깔끔합니다.




이른 점심이었지만 곰탕 한 그릇씩을 비우고 커피를 마시면 정원을 구경했습니다. 매실이 열렸으며 목단은 그 사이 졌더군요. 그래도 동백은 남아 있었습니다.







겨울옷이 들어가기 위해 널려 있으며 분재도 있습니다. 수목이 많다보니 관리에 어려움이 있을 법 한데도 계절마다 꽃이 피며 조형물도 적당한 장소에 놓여 있습니다. 선학곰탕 건물이 일본의 잔재라 아주 반가운 건물은 아니지만, 외지인이 진해를 찾거나 진해 역사 공부를 한다면 꼭 가서 곰탕을 먹어 주어야 할 집 같습니다.





선학에서 식사를 한 후 중원로타리를 지나 흑백으로 가니 문이 잠겨 있었기에 우리는 시간을 절약하기 위해 우리은행앞에서 택시를 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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