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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이야기/텃밭 풍경

텃밭 접시꽃 당신은 언제 피려나/6월초에 핀 꽃들

by 실비단안개 2017. 6. 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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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4일

토요일에 채소와 화초에 물을 주었는데 금새 말랐습니다. 그래도 텃밭에 갈때마다 물을 줍니다.

일요일, 설거지를 한 후 텃밭으로 가니 얼라아부지가 물을 주고 있었습니다. 고추밭에 물을 주는 게 아니다보니 작은 기계의 호스를 도랑물에 넣은 후 분부기로 물을 주고 있었습니다. 6월초지만 기온은 한여름입니다.



열무, 가지, 토마토 등이 있는 밭에도 물을 줍니다. 시원했습니다.

호스 날 주고 고추줄에 케이블타이나 묶으소.



가지는 벌써 한 번 따 나물을 해 먹었으며 가뭄이 심하지만 토마토꽃이 계속 피고 있습니다.



토마토밭 아래 언덕에 핀 어성초꽃입니다. 어성초가 빈틈없이 자라고 있습니다.



계단가 꽈리도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꽈리꽃이 아무래도 가짓과같아 검색을 하니 가짓과가 맞습니다. 꽃이 고추꽃과 비슷합니다.



금낭화가 오래 갑니다. 백화금낭화는 붉은금낭화보다 일찍 졌습니다.



기계 분무기는 물조루로 물을 줄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하여 구절초밭과 낮달맞이꽃이 자라는 곳까지 호스를 늘어뜨려 물을 주었습니다.




별솔세덤입니다. 관리를 하지 않았더니 토끼풀과 엉겨 엉망이 되었지만 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노지에서 겨울을 난 다육식물입니다.



지난해 비가 적당히 내리고 아침 이슬도 내렸던 때 오전에 담은 별솔세덤입니다. 이런 시절이 있었습니다.



별솔세덤 마주보는 곳에 씨앗파종한 꽃양귀비가 꽃을 피웠습니다. 감질나게 매일 한 송이씩 피고 있습니다. 잎이 거의 없으며 대도 약하고 꽃도 작습니다. 관리를 제대로 해주지 못 해 그런것 같습니다. 역시 투잡은 무리인 걸까요.



텃밭의 원꽃밭에 핀 꽃양귀비입니다. 지난해 한포기가 꽃을 피우더니 옆에 씨앗이 떨어져 봉오리를 맺었고, 뒤엔 올해 구입하여 파종한 두메양귀비가 있는데 꼭 한 송이 꽃을 피우곤 끝입니다. 그래도 잎이 튼튼하니 숙근이라면 내년엔 많이 피우겠지요.



이상하지요, 몇 년전엔 자주섬초롱꽃이 꽃밭을 덮다시피 했는데 이제 흰섬초롱꽃이 되었습니다. 토양에 따라 꽃의 색이 변할까요?



왼쪽의 화분이 원래 채송화화분인데 아직 어려 꽃을 기대하지 않는데, 옆의 화분에 씨앗이 떨어져 잎이 무성해지고 있으며 첫 꽃을 피웠습니다. 색도 곱네요. 채송화도 연작을 하면 퇴화를 하는 걸까요?



너무 더워 힘이 없는 덩이괭이밥과 송엽국인데 오전부터 물을 흠뻑 먹였습니다.



한자로 大자 모양인 바위취입니다. 잎의 색이나 꽃의 색이 예전같지 않지만 그래도 이 가뭄에 꽃을 피운게 어딥니까. 잡초가 강하다지만 잡초는 가뭄에 더러 말라죽는데 화초는 잡초보다 더 강하여 잘 이겨내고 있습니다.



씨앗이 날아 갔는지 텃밭 여기저기에 샐러리가 자라고 있는데 꽃을 피웠습니다. 당귀는 꽃밭을 이루었으며, 역시 산형과인 방풍이 꽃을 피울 준비중입니다.



가지꽃, 토마토꽃이 피었듯이 비슷한 시기에 파종한 오이와 단호박도 꽃을 피웠습니다. 꽃도 좋지만 비가 내려 덩굴이 좀 나아가면 좋겠습니다. 덩굴이 땅에 기다시피 하거든요.



웅덩이 노랑어리연이 많이 피었습니다. 그런데 가물다보니 잎의 색이 진하지 않습니다. 비에도 영양분이 많이 있는 모양입니다.



돋나물꽃입니다. 올핸 제대로 찍어보지도 못 했습니다. 금방 잎이 나는 듯 하더니 더위로 꽃이 또 금방 피며 한 계절이 흘렀습니다.



잎마다 물방울이 맺은 접시꽃입니다. 그런데 다른덴 접시꽃이 다 피었는데 우리 텃밭의 접시꽃은 아직도 봉오리 상태입니다.

그런데 이상하지요. 접시꽃 하면 왜 당신이 따라 붙을까요.

문화체육관광부 장관 후보자인 도종환 의원은 사별한 아내를 향한 사랑을 절절하게 노래한 시 '접시꽃 당신'을 표제작으로 실은 동명 시집을 1986년 발표해 크게 주목받았습니다. 아내사랑의 대명사이신 도종환 시인은 일년뒤 재혼했지만 우리는 접시꽃이 피는 계절이 되면 여전히 '접시꽃 당신'을 생각합니다.



우리 텃밭 아래 도랑 건너에도 접시꽃이 피었으며, 친정의 꽃밭에도 접시꽃이 피었고, 동사무소 마당에도 접시꽃이 피었습니다.

접시꽃 꽃대만큼 긴 시, 정말 긴 시. 하여 다 외우지 못 하고 복사하여 붙이는 시 '접시꽃 당신'.


접시꽃 당신 / 도종환

 

옥수수잎에 빗방울이 나립니다

오늘도 또 하루를 살았습니다

낙엽이 지고 찬바람이 부는 때까지

우리에게 남아 있는 날들은 참으로 짧습니다

 

아침이면 머리맡에 흔적없이 빠진 머리칼이 쌓이듯

생명은 당신의 몸을 우수수 빠져나갑니다

 

씨앗들도 열매로 크기엔

아직 많은 날을 기다려야 하고

당신과 내가 갈아엎어야 할

저 많은 묵정밭은 그대로 남았는데

논두렁을 덮는 망촛대와 잡풀가에

넋을 놓고 한참을 앉았다 일어섭니다

 

마음 놓고 큰 약 한번 써보기를 주저하며

남루한 살림의 한구석을 같이 꾸려오는 동안

당신은 벌레 한 마리 함부로 죽일 줄 모르고

악한 얼굴 한 번 짓지 않으며 살려 했습니다

 

그러나 당신과 내가 함께 받아들여야 할

남은 하루하루의 하늘은

끝없이 밀려오는 가득한 먹장구름입니다

 

처음엔 접시꽃 같은 당신을 생각하며

무너지는 담벼락을 껴안은 듯

주체할 수 없는 신열로 떨려왔습니다

 

그러나 이것이 우리에게 최선의 삶을

살아온 날처럼 부끄럼없이 살아가야 한다는

마지막 말씀으로 받아들여야 함을 압니다

 

우리가 버리지 못했던

보잘것없는 눈높음과 영욕까지도

이제는 스스럼없이 버리고

내 마음의 모두를 더욱 아리고 슬픈 사람에게

줄 수 있는 날들이 짧아진 것을 아파해야 합니다

 

남은 날은 참으로 짧지만

남겨진 하루하루를 마지막 날인 듯 살 수 있는 길은

우리가 곪고 썩은 상처의 가운데에

있는 힘을 다해 맞서는 길입니다

 

보다 큰 아픔을 껴안고 죽어가는 사람들이

우리 주위엔 언제나 많은데

나 하나 육신의 절망과 질병으로 쓰러져야 하는 것이

가슴 아픈 일임을 생각해야 합니다

 

콩댐한 장판같이 바래어가는 노랑꽃 핀 얼굴 보며

이것이 차마 입에 떠올릴 수 있는 말은 아니지만

마지막 성한 몸뚱어리 어느 곳 있다면

그것조차 끼워넣어야 살아갈 수 있는 사람에게

뿌듯이 주고 갑시다

 

기꺼이 살의 어느 부분도 떼어주고 가는 삶을

나도 살다가 가고 싶습니다

 

옥수수잎을 때리는 빗소리가 굵어집니다

 

이제 또 한번의 저무는 밤을 어둠 속에서 지우지만

이 어둠이 다하고 새로운 새벽이 오는 순간까지

나는 당신의 손을 잡고 당신 곁에 영원히 있습니다.




옥수수잎은 어제와 마찬가지로 종일 쨍쨍한 햇빛을 받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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