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여러 곳에서 소개되었지만, 올해는 한국현대시 100주년을 맞는 해이다. 한국시인협회는 1908년에 발표된 육당 최남선의 신체시 ‘해에게서 소년에게’를 우리 현대시의 효시로 삼고 있다. 조선일보는 ‘한국 현대시 100주년’이라는 우리 시문학사의 뜻 깊은 해를 맞아 ‘시인 100명이 추천하는 현대시 100편’을 선정, 새해부터 지면에 소개한다. 정끝별·문태준 두 시인이 맛깔진 시평을 곁들일 예정이고, 인기 일러스트레이터 권신아씨와 잠산씨가 일러스트를 맡았으며, 10편의 시 중에 13편까지 조선일보 지면을 통하여 소개가 되었다. 발표 된 시 중에는 익히 알고 있는 시도 있지만 이런 시도 있구나 할 정도로 처음 만나는 시도 있을 것이다. 대부분의 사람들은 시에 큰 거부감을 느끼지 않는다. 시인의 마음을 깊이 알아서가 아니라 긴글에 비하여 우선 읽기가 편안하며, 우리가 어떤 글을 적거나 전할 때에 인용하여 올리기가 쉽기 때문일 것이다. 시는 계절, 고향, 어머니, 사랑, 이별, 그리움등을 숱하게 노래하였다. 앞으로 몇 편이나 소개를 할런지 모르겠지만, 조선일보의 지면으로 발표되는 시 중에서 많은 이들이 공감을 할듯한 시로 이미지를 곁들여 소개할까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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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00편 어떻게 골랐나 100편의 시를 선정하기 위해 현역 시인 100명에게 각자 10편씩 추천을 의뢰했다. 그 결과 156명의 시인이 쓴 작품 429편이 1회 이상 추천을 받았다. 현대시 100년이 이룬 다양한 성과를 최대한 반영하기 위해 다수 추천작 순으로 시를 선정하는 대신 2회 이상 추천을 받은 시인 89명과, 1회 추천 시인 가운데 11명을 추가해 100명의 시인을 확정했고, 시인마다 1편씩 소개하는 방식으로 연재 대상 시를 골랐다.
설문 결과 가장 많은 추천을 받은 시는 김수영의 ‘풀’이었다. 이밖에 한용운 ‘님의 침묵’, 백석 ‘남신의주 유동 박시봉방’, 김소월 ‘진달래꽃’, 김춘수 ‘꽃’, 윤동주 ‘서시’, 서정주 ‘동천’, 신경림 ‘농무’, 정지용 ‘향수’, 박목월 ‘나그네’가 ‘추천 횟수 베스트 10’에 포함됐다. 작가별로는 서정주 시인이 62회 추천을 받아 이 부문 수위를 기록했으며, 김수영 시인은 58회로 2위에 올랐다.
◆ 설문에 참여한 시인들 강은교 강정 고형렬 권혁웅 고진하 길상호 김경주 김광규 김근 김영승 김용택 김종길 김준태 김지하 김남조 김명인 김민정 김사인 김선우 김소연 김승희 김신용 김종철 김종해 김행숙 김형영 김혜순 김후란 나태주 남진우 노향림 맹문재 문성해 문인수 문정희 문태준 박라연 박상순 박정대 박주택 박형준 서정춘 성찬경 손정순 송수권 송재학 송찬호 손택수 신달자 신대철 안도현 엄원태 오세영 오탁번 원재훈 유안진 유홍준 이가림 이근배 이문재 이민하 이병률 이성부 이승하 이시영 이원 이재무 이진명 이태수 이하석 장경린 장석남 장석원 장석주 장옥관 정일근 정현종 정호승 정희성 조용미 조은 조정권 정끝별 조오현 차창룡 채호기 천양희 최동호 최두석 최문자 최승호 최영철 최정례 최하림 함민복 함성호 허만하 홍신선 황병승 황지우(가나다순)
(출처 : 조선일보)
시는 많지 않은 단어들로 나를 표현한다. 그러나 우리 모두가 시인이란 직업을 가질 수는 없다. 가만 읊어보자.
달콤한 케�과 좋은 시가 함께 한다면 모두가 감기를 앓지않는 착한 겨울이 될것 같은데 …
풀 / 김수영
풀이 눕는다 비를 몰아오는 동풍에 나부껴 풀은 눕고 드디어 울었다 날이 흐려서 더 울다가 다시 누웠다
풀이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눕는다 바람보다도 더 빨리 울고 바람보다 먼저 일어난다
날이 흐리고 풀이 눕는다 발목까지 발밑까지 눕는다 바람보다 늦게 누워도 바람보다 먼저 일어나고 바람보다 늦게 울어도 바람보다 먼저 웃는다 날이 흐리고 풀뿌리가 눕는다
'김수영 전집 1' (민음사)
빈집 / 기형도
사랑을 잃고 나는 쓰네
잘 있거라, 짧았던 밤들아 창밖을 떠돌던 겨울안개들아 아무것도 모르던 촛불들아, 잘 있거라 공포를 기다리던 흰 종이들아 망설임을 대신하던 눈물들아 잘 있거라, 더 이상 내 것이 아닌 열망들아
장님처럼 나 이제 더듬거리며 문을 잠그네 가엾은 내 사랑 빈집에 갇혔네
* 기형도(1960-1989). '동아일보' 신춘문예(1985)로 등단하였으며, 시집으로 '입 속의 검은 잎'이 있다.
한 잎의 여자(女子) 1 / 오규원
나는 한 여자(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한 잎같이 쬐그만 여자(女子), 그 한 잎의 여자(女子)를 사랑했네. 물푸레나무 그 한 잎의 솜털, 그 한 잎의 맑음, 그 한 잎의 영혼, 그 한 잎의 눈, 그리고 바람이 불면 보일 듯 보일 듯한 그 한 잎의 순결과 자유를 사랑했네.
정말로 나는 한 여자(女子)를 사랑했네. 여자(女子)만을 가진 여자(女子), 여자(女子) 아닌 것은 아무것도 안 가진 여자(女子), 여자(女子) 아니면 아무것도 아닌 여자(女子), 눈물 같은 여자(女子), 슬픔 같은 여자(女子), 병신(病身) 같은 여자(女子), 시집(詩集) 같은 여자(女子), 그러나 영원히 가질 수 없는 여자(女子), 그래서 불행한 여자(女子).
그러나 영원히 나 혼자 가지는 여자(女子), 물푸레나무 그림자 같은 슬픈 여자(女子).
<왕자가 아닌 한 아이에게, 문학과지성사, 1978>
* 한 잎의 여자 시인 오규원 : http://blog.daum.net/mylovemay/11030747
사평역(沙平驛)에서 / 곽재구
막차는 좀처럼 오지 않았다
대합실 밖에는 밤새 송이 눈이 쌓이고
흰 보라 수수꽃 눈시린 유리창마다
톱밥 난로가 지퍼지고 있었다
그믐처럼 몇은 졸고
몇은 감기에 쿨럭이고
그리웠던 순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한줌의 톱밥을 불빛 속에 던저 주었다
내면 깊숙히 할 말들은 가득해도
청색의 손바닥을 불빛 속에 적서두고
모두들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산다는 것이 때론 수에 취한 듯
한 두룹의 굴비 한 광주리의 사과를
만지작거리며 귀향하는 기분으로
침묵해야 한다는 것을
모두들 알고 있었다
오래 앓은 기침 소리와
쓴 약 같은 입술담배 연기 속에서
싸륵싸륵 눈꽃은 쌓이고
그래 지금은 모두들
눈꽃의 화음에 귀을 적신다
자정 넘으면
낯설음도 뻐아픔도 다 설원인데
단풍잎 같은 몇 잎의 차창을 달고
밤열차는 또 어디로 흘러 가는지
그리웠던 순간을 호명하며 나는
한줌의 눈물을 불빛 속에 던저 주었다.
* 시대의 아픔을 서정적으로 그러냈다고 평가되는 곽재규 시인의 데뷔작 '사평역에서 (198)' 사평은 나주 근처에 있는 조그만한 마을이다.
즐거운 편지 / 황동규
1. 내 그대를 생각함은 항상 그대가 앉아 있는 배경에서 해가 지고 바람이 부는 일처럼 사소한 일일 것이나 언젠가 그대가 한없이 괴로움 속을 헤매일 때에 오랫동안 전해오던 그 사소함으로 그대를 불러보리라.
2. 진실로 진실로 내가 그대를 사랑하는 까닭은 내 나의 사랑을 한없이 잇닿은 그 기다림으로 바꾸어 버린 데 있었다. 밤이 들면서 골짜기엔 눈이 퍼붓기 시작했다. 내 사랑도 어디쯤에선 반드시 그칠 것을 믿는다. 다만 그때 내 기다림의 자세를 생각하는 것뿐이다. 그 동안에 눈이 그치고 꽃이 피어나고 낙엽이 떨어지고 또 눈이 퍼붓고 할 것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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