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을 굳세게 앓았다.
약간의 황사기는 있지만 이 좋은 날에 따스한 햇살을 모른척 한다는 건 죄다.
이어폰까지 챙겼다.
가장 먼저 반겨주는 봄꽃은 역시 봄까치꽃이다.
봄날의 들꽃과 눈을 맞추려면 나를 낮추어야 한다. 냉이, 제비꽃, 봄맞이꽃, 솜양지꽃, 광대나물, 봄까치꽃등.
앉은뱅이꽃 - 나태주
발밑에 가여운 것
밟지 마라,
그 꽃 밟으면 귀양간단다.
그 꽃 밟으면 죄받는단다.
봄에 다른 꽃보다 먼저 피는 꽃, 봄까치꽃.
봄까치꽃은 전체에 짧은 털이 있으며 바닥을 기며 자라는 줄기 마디에서 꽃이 핀다. 매우 작아서 관심을 갖기 전에는 몇 십 년이 가도 구경도 못해보는 대표적인 꽃이기도 하다. 세 개의 꽃잎은 보라색의 둥근 모양을 하고 있고 한 꽃잎만 길쭉한 모양으로 밑으로 처져 있어서 개불알풀이라고 하는데, 이 꽃은 이른 봄 소식을 전해주는 까치와 같다하여 봄까치꽃이라 한다.
▲ 봄까치꽃
▲ 꽃다지
봄까치꽃은 지천이며 꽃다지가 막 피어나고 있다. 무얼 먼저 담아야 할까, 냉이와 쑥이 또 부른다.
지나가던 경운기가 가방을 치우고 간다.
꽃다지는 아무리 척박한 곳이라도 한 줌 흙만 있으면 그 작은 틈을 비집고 굳굳하게 피어나는 생명력을 가지고 있다.
꽃다지의 꽃은 꽃줄기 끝에 여러 송이가 닥지닥지 붙어서 피어난다. 그래서 꽃다지라는 이름이 붙었다 한다.
꽃다지라는 이름은 들어 보았어도 실제 꽃다지를 가리키면 볼품없는 모습에 실망스런 표정을 짓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우리 들꽃은 소란스럽지 않다.
꽃다지의 꽃은 노란색이며 꽃잎이 열십(十)자 모양이다. 십자화과(十字花科)다.
봄맞이 풀꽃 / 유희(천안 출신, 현 초등학교 교사)
누군가 그리워 주절대던 낙서들이 읽어줄 사람 없어도 스스로 등을 밝힌다
우리 전생에 몇 번을 만났는지 우리 이승에서 만나고 저승에서 다시 만날 수 있을지 알 수 없다고 알고 싶다고 별꽃이 핀다
연두빛 파문이 산 중턱까지 차 오르면 울타리 모퉁이마다 풀섶 그늘마다 봄맞이 풀꽃 지천으로 피어난다
▲ 버들강아지
군부대 옆의 도랑으로 버들강아지가 한껏 피어났지만 더는 다가갈 수가 없었다. 봄물이 흐르는 곳엔 물풀도 고개를 쏙 내밀었다.
누가 알려 주었을까, "봄이야 - "라고.
버들강아지 눈 떴다. 봄 아가씨 오신다. 연지 찍고 곤지 찍고 봄 아가씨 오신다.
다슬기와 개구리알도 활동을 시작하였다. 아직도 춥다고 엄살을 피우는 이는 우리 사람뿐인가 보다. 미나리를 캐는데 둥근 미꾸라지가 놀라 흙속으로 숨었다. 아~ 아까운 늠 -
논두렁을 걷는데 연노랑 나비 한마리가 비틀거렸다. 너무 이른 봄나들이일까…
▲ 홍매화
피하고 싶어도 저 먼저 다가온다. 하늘이 한껏 맑아야 색이 고울텐데 어쩌자고 계속 아지랑인지.
밭두렁 논두렁에 퍼져앉아 놀았다. 여나믄살 계집아이 같으면 틀림없이 혼날 일을 나는 수시로 한다.
내가 엄마인 게 오늘도 참 다행이다.
4시간 정도 놀았다. 아침 점심 모두 건넜기에 문학관도 들리지 않고 힘없는 종이배처럼 개울을 따라왔다.
월하 할배의 열무꽃 개울이다.
도다리가 있을까…
쑥국은 도다리를 넣어야 좋은데.
오일장날이기에 시장으로 가니 벌써 파장 시간이었다.
쑥국에 뭐 넣을까요?
굴 넣어야지 -
냉이는 전골에 넣어야지. 낙지 세마리를 담았다.
봄날, 봄바람, 봄꽃, 봄냄새… 봄 봄!!
그리운 꽃편지1 / 김용택
봄이어요.
바라보는 곳마다 꽃은 피어나며 갈 데 없이 나를 가둡니다.
숨막혀요.
내 몸 깊은 데까지 꽃빛이 파고들어 내 몸은 지금 떨려요.
나 혼자 견디기 힘들어요. 이러다가는 나도 몰래 나 혼자 쓸쓸히 꽃 피겠어요.
싫어요.
이런 날 나 혼자 꽃 피긴 죽어도 싫어요.
꽃 지기 전에 올 수 없다면 고개 들어 잠시 먼 산 보셔요.
꽃 피어나지요.
꽃 보며 스치는 그 많은 생각 중에서 제 생각에 머무셔요.
머무는 그곳, 그 순간에 내가 꽃 피겠어요.
꽃들이 나를 가둬, 갈 수 없어 꽃그늘 아래 앉아 그리운 편지 씁니다. 소식 주셔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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