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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고향 이야기/진해 식물원

비, 꽃, 명상수첩 …

by 실비단안개 2008. 5.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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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백

비가 참 많이 내립니다.

창 밖을 자꾸 보다가, "나가야지 - "

 

토요일 저녁부터 밥을 제대로 먹지 못합니다.

일요일, 월요일 - 사람이 이 정도로 아플 수 있구나 - 싶데요.

제가 미련 곰팅이거든요.

일요일에는 작은늠이 인터넷 검색으로 죽을 쑤어 주기에 월요일까지 버텼습니다.

이늠이 일요일에 기숙사로 가야 하는데 에미가 아프다고 월요일에 가더라구요.

월요일에도 병원에 모신다는 걸 떼어 보냈지요.

(지난주에 예약 된 동대병원의 결과는 전화로 - ㅠ -)

 

식사 중에 이(치아)의 신경이 건드려져서 아픈데 무식하게 진통제로 버티는데 일요일 낮부터 막 짜증이 나더라구요.

"약 사올까"

그런데 나가더니 몇 십분만에 온거에요.

"뭐야~ 공장에 가서 약을 만들어 왔나~"

그러면서 식구들은 둘러 앉아 아이스크림을 먹는 겁니다. ㅠ -

(원래 아이스크림은 먹지 않는데) 니들이 인간이가(무식한 엄마 티 많이 냈습니다.), 아이스크림이 넘어가나 -

불쌍한 우리 식구들 제 눈치를 보며 야금야금 먹더군요.(난 분명 죄 받을거야 - ㅠ - )

월요일 저녁, 퇴근 길에 죽을 사 왔더만요. 도시락이 깊어 하루 분량이었습니다.

시골스런 입에 웬 전복죽 - 그냥 호박죽이나 좀 사 오지 - 그래도 입 밖으로 내지않고 밍기적 거리며 몇 술 떴습니다.(착한 여자)

 

어제 화요일, 칫과에 갔습니다.

이렇게 아프도록 참았나요?

네, 무서워서요 - 흑 - 넘 무서워요 - 아픈 건 그래도 참겠는데 넘 무서워 -

칫과의 의자와 기계 - 정말 무섭거든요. ㅠ -

잠시의 시간이었지만 아팠던 이틀 보다 더 심한 시간이었습니다. 치료를 받았지만 여전히 선풍기 아줌마 - ㅠ -

약을 3일분을 처방하여 주더군요. 택시를 기다리는데(시내까지 왕복 택시 - 치료비보다 교통비가 더 든다는 - 우리 시골), 제주은갈치를 팔데요.

갈치 구워 밥 먹고 싶어 - 집에 호박이 있으니 국물 자작한 찌게도 - 넘 배 고파 - ㅠ -

집이 멀다니까 얼음을 채워주더군요.

 

집 -

부산의 친구에게서 가게 오픈한다는 연락이 왔기에 통화중인데 농업기술센터 정쌤에게서 부재중 두통화 - 저장되지 않은 번호였기에 드리니 -

식물원 안오세요 -

흑 - 저 아프거든요, 지금 선풍기 아줌마거든요 -

새로운 꽃이 피었으니 오라는 -

다음주쯤에 갈게요 -

다음주에 출장이거든요, 월, 화요일은 괜찮구요 -

네 - 알아서 갈게요.

 

죽이 쬐끔 남아있었는데 별로 내키지 않아 퇴근 시간을 기다리니 또 전복죽 -

 ㅠ - 참깨 뿌리지 말랬잖아~ 성질이 더러워 막 얹혀진 참깨를 보니 또 짜증 - 걷어 내고 무거 -

갈치 두토막을 구웠습니다.

밥과 먹음 얼마나 꿀맛일까 - 죽과 갈치구이를 깨작깨작 먹었습니다. 그래도 기분은 좋더군요.^^

 

드디어 오늘 - 비 - 장맛비처럼 내렸습니다.

비 - 꽃 - 나가자 -

콜을 하였습니다.

식물원에 가면 배쌤과 마주치니 몰래 야외에서만 담아야지-

이런~

김쌤~~~~~~

배쌤이 식사를 하러 가시다가 본 겁니다.

마이 불편한 모양이네 --

네, 많이요 - 어제 정쌤 전화 받고 오늘 못 온다고 했는데 비가 내리기에 왔거든요 - ^^;;

옷 다젖었다 - 우산 뒤로 좀 하고 - 얼른 가야지 -

네~^^

 

이런 고백 않고 비와 꽃과 시만 올리고 싶은데, 정쌤이 분명 이 포스트를 볼거라서 - 정쌤께 고백하는 겁니다.

정쌤-

저 정말 선풍기 아줌마거든요. 배쌤에게 여쭤보면 알아요. 하여 안나가려고 하였는데 비가 내리는 거에요. ㅠ -

또 - 또 - 또 - 옷도 다 젖었구요 - 배도 고팠구요 - ㅠ - 이쁜 실비단안개 이미지가 있는데 선풍기아줌마는 좀 그렇잖아요, 하여 그냥 왔습니다.

다음주 월요일이나 화요일에 꼭 갈게요.

비 내린다고 잠자는 감성 깨우기 없기입니다.^^;

 

...... 고백 끝!

 

 

  비에 관한 명상 수첩  / 이외수

 

  1,
  비는 소리부터 내린다.
  흐린 세월 속으로 시간이 매몰된다.

  매몰되는 시간 속에서 누군가 나지막히 울고 있다.
  잠결에도 들린다.

 

 

  2,
  비가 내리면 불면증이 재발한다.

  오래도록 소중하게 간직하고 싶었던 이름일수록
  종국에는 더욱 선명한 상처로 남게 된다.
  비는 서랍 속의 해묵은 일기장을 적신다.

  지나간 시간들을 적신다.  지나간 시간들은
  아무리 간절한 그리움으로 되돌아 보아도
  소급되지 않는다. 시간의 맹점이다.

  일체의 교신이 두절되고 재회는 무산된다.
  나는 일기장을 태운다. 그러나
  일기장을 태워도 그리움까지 소각되지는 않는다.

 

 

  3,
  비는 뼈 속을 적신다.

  뼈저린 그리움 때문에 죽어간 영혼들은 새가 된다.
  비가 내리는 날은 새들이 보이지 않는다.

  이런 날 새들은 어디에서 날개를 접고
  뼈저린 그리움을 달래고 있을까.

 

 

  4,
  비 속에서는 시간이 정체된다.

  나는 도시를 방황한다.
  어디에도 출구는 보이지 않는다.

  도시는 범람하는 통곡 속에서 해체된다.
  폐점시간이 임박한 목로주점.

  홀로 마시는 술은 독약처럼 내 영혼을 질식시킨다.
  집으로 돌아와 바하의 우울한 첼로를 듣는다.

  몇 번을 반복해서 들어도 날이 새지 않는다.
  아무런 이유도 없이 목이 메인다.

 

 

  5,
  우리가 못다한 말들이 비가 되어 내린다.
  결별 끝에는 언제나 침묵이 남는다.

  아무리 간절하게 소망해도 돌아갈 수 없는 전생.
  나는 누구를 사랑했던가.

  유배당한 영혼으로 떠도는 세속의 거리에는
  예술이 암장되고 신화가 은폐된다.

  물안개 자욱한 윤회의 강변 어디쯤에서 아직도
  그대는 나를 기다리고 있는가.

  나는 쓰라린 기억의 편린들을 간직한 채
  그대로부터 더욱 멀리 떠나야 한다.

  세속의 시간은 언제나 사랑의
  반대방향으로 흐르고 있기 때문에.
 

 

 

 

미친소 반대 온라인 촛불 밝히기

 

 

▶ 우토로 살리기 마지막 모금 운동
      http://agora.media.daum.net/petition/donation/view?id=35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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