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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누기/가본 곳

꽃이 되고 바람이 되는 담양소쇄원(潭陽瀟灑園)

by 실비단안개 2008. 6.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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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월 5일.

빗속을 달려 담양에 도착하였다. 입구에서 만난 메타세쿼이아 가로수는 사열병 같았다.

 

광주호를 지나 대숲을 스치는 바람을 따라 나도 바람이 되어 걷노라면 작은 계곡에서 꽃향기가 피어 오른다. 나무를 감거나 늘어뜨린 백화마삭의 꽃 향기가 마치 계곡에서 피어 오르는 듯 하여 사람들은 저마다 발길을 멈추고 뒷걸음을 하여 그 향기를 맡는다. 누구라도 꽃이 되고 바람이 되는 소쇄원이다.

 

소쇄원은 자연과 인공을 조화시킨 조선 중기의 정원 가운데 대표적인 것이다. 1981년 국가 사적 제304호로 지정되었으며, 중종대의 처사 양산보(梁山甫:1503~57)가 기묘사화로 스승인 조광조가 화를 입자 낙향해 은거지로 꾸민 별서정원(別墅庭園:들 같은 곳에 지은 집과 정원)이다. 소쇄원의 '소쇄'는 공덕장(孔德璋)의 〈북산이문 北山移文〉에 나오는 말로 깨끗하고 시원함을 뜻한다. 양산보는 이 정원의 주인이라는 뜻에서 호도 소쇄옹(瀟灑翁)이라 했다.

 

조성시기는 1530~40년대로 추정되며 무등산 북쪽 기슭 광주호에서 흘러내리는 자연계류를 중심으로 자연적인 비탈면의 일부를 계단 처리해 건축물과 첨경물을 배치하고, 조경식물로 15종류의 나무와 5종류의 초화를 심은 약 1,400평의 임천(林泉) 정원이다.

 

  ▲ 오곡문과 소쇄원 괸돌

 

오곡문(五曲門) 구역은 오곡문 옆의 담밑 구멍으로 흘러드는 계류와 그 주변에 암반이 있는 공간인데, 오곡이란 암반 위에 계류가 '之'자 모양으로 5번을 돌아흐른다는 뜻이다.

 

꽃과 바람은 계곡물에 발을 담구어 괸돌을 본다. 소쇄원의 계단은 크고 작은 돌로 쌓았으며, 괸돌 역시 작은 돌 위에 크고 넓은 돌이 얹혀있다. 많은 세월이 흘렀지만 선비의 기상처럼 흐트러짐없이 담장을 받치고 있다.

 

  ▲ 소쇄십장

 

괸돌 아래를 흐른 물은 소쇄십장 아래로 흐르며 작은 폭포와 노랑꽃창포와 세월을 켜켜이 두른 이끼가 조화로우며, 그 약간 아래의 나무 다리 기둥에도 댓잎색같은 짙은 이끼가 시공을 넘나든다.

 

 

  ▲ 제월당

 

제월당(霽月堂)은 '비개인 하늘의 상쾌한 달'이라는 뜻의 주인을 위한 집으로 정면 3칸, 측면 1칸의 팔작지붕 건물이다.

 

  ▲ 제월당 내부

 

 

제월당의 아궁이다. 아궁이는 뒤안의 굴뚝과 연결이 되어 있으며, 토끼풀이 가득 꽃을 피우고 울은 숲을 이룬 대나무다.

 

 

 

  ▲ 담장

 

  ▲ 광풍각

 

광풍각(光風閣)은 '비갠 뒤 해가 뜨며 부는 청량한 바람'이라는 뜻의 손님을 위한 사랑방으로 1614년 중수한 정면 3칸, 측면 3칸의 역시 팔작지붕 한식이다.

 

 

 

광풍각은 손님을 맞는 사랑방이다. 사방의 문은 위로 열려 꽃 향기와 바람이 자유자제로 드나드니 주인과 객 모두 어디에도 구속되지 않고 자연과 하나가 될것이다.

지난해 고성의 박진사 고가의 담장에 구멍은 외부와의 소통 도구였다. 광풍각에는 문지방에 구멍이 두개 있었는데 이는 무슨 뜻인지 모르겠다.

아시는 분은 댓글란에 답을 주시길.

 

광풍각에서 계곡으로 가는 길에 위험한 곳은 대나무 울이 있으며, '위험' 알림이 있고, 소쇄원으로 향하는 길의 울 또한 대나무 울이다.

그랬다. 담양은 처음부터 끝까지 대나무라고.

 

 

 

양산보와 사돈간이기도 한 당대의 대표적인 성리학자였던 하서 김인후가 소쇄원 주변 경승 48개소의 자연경관을 오언절구의 시로 읊은 '소쇄원48영'을 남겼는데, 소쇄원48영 중 대숲 관련 시 중 제10영 '대숲에서 이는 바람소리(천간풍향.千竿風響)'이다.

 

'하늘 가 저 멀리 이미 사라졌다가(已向空邊滅) / 다시 고요한 곳으로 불어오는 바람(還從靜處呼) / 바람과 대나무 본래 정이 없다지만(無情風與竹) / 밤낮으로 피리되어 어울리누나(日夕奏笙篁).'

 

제43영, '빗방울 떨어지는 파초잎(적우파초 滴雨芭蕉)은 ‘은화살같이 쏟아지는 비에 파초잎이 출렁이며 춤을 추네. 빗소리 들으면 고향생각 짙어 이 마음의 쓸쓸함이 가시는구나.’라 하여 주변의 분위기를 노래하고 있다.

 

아래는 파초를 노래한 또 하나의 시다.

시는 일제시대의 암울한 현실 속에서 조국의 광복을 염원하는 속 뜻이 있지만, 연일 촛불을 밝혀야 하는 오늘의 우리나라를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조국을 언제 떠났노.
파초의 꿈은 가련하다.

남국(南國)을 향한 불타는 향수(鄕愁),
너의 넋은 수녀(修女)보다도 더욱 외롭구나!

소낙비를 그리는 너는 정열의 여인,
나는 샘물을 길어 네 발등에 붓는다.

이제 밤이 차다.
나는 또 너를 내 머리맡에 있게 하마.

나는 즐겨 너를 위해 종이 되리니,
너의 그 드리운 치맛자락으로 우리의 겨울을 가리우자.  -  김동명 ‘파초’

 

 

 

잠시 꽃과 바람이었다가 나오는 길에 관리인을 만났다. 주문을 하지 않았건만 잠시 시간을 내어 달라며 대나무에 관하여 설명을 주셨다. 순발력이 요구되는 상황이었는데, 어디부터 동영상으로 담겼는지는 모르겠다.

- 설명을 주신 관리인에게 감사들 드립니다. -

 

대나무의 설명은 '죽녹원'에서 - (포스팅 날짜 미정)

 

 

☆.. 단신

해 촛불문화제 안내 

67일 오후 7시 진해 석동 체육공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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