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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라져가는 직업, 영화간판쟁이

by 실비단안개 2008.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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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속도 하지않고 아주 잠깐 얼굴만 본 영화간판쟁이를 만나러 갔습니다.

오전 10시를 조금 넘긴 시간이었으며, 간판가게는 문이 잠궈져 있었기에 출입문에 쓰여진 휴대전화번호로 연락을 하니, 간판을 주문하러 온 사람인줄 알고 반갑게 받기에 죄송하였지만, 지난 봄에 '주차금지' 입간판을 주문한 이라고 밝혔더니, 5분이면 도착하니 기다려 달라고 하더군요.

 

이제는 사라져 가는 직업인 '영화간판쟁이'  박용수선생님입니다. 환갑을 넘긴 연세지만, 청년냄새가 나며 수줍음이 많습니다. 박선생님은 문을 따고 난로에 불을 붙인 후 굽다만 고구마를 난로 위에 올렸습니다.

 

 제대 후 진해 해양극장에서 간판 그리기를 배웠으며, 이후 중앙극장에서 20여년간 '터미네이터', '쉬리'등 당시 상영작품들을 개봉을 앞두고 그렸고, 가끔은 가수의 쑈 간판도 그렸답니다. 쑈는 영화와는 달리 하루 그려서 달고, 쑈가 끝나기전에 다른 영화나 쑈 간판을 그렸는데, 그래도 당시는 먹고 살만했지만, 칼라텔레비젼과 비디오의 보급으로 (소도시의) 극장이 사양길에 접어들면서 영화는 합판에 그리는 대신 걸이개 등이 걸렸답니다.

 

10여년전부터 간판가게를 운영하면서 간판, 벽화 등을 그리고 있는데, 작은 가게를 혼자 운영하다보니 손님은 알음알음으로 찾는 이랍니다. 그러나 혼자 운영을 하기에 조급함 같은 건 없다고 하였습니다.

 

함께 군고구마를 먹고, "흑백다방을 아세요, 이제 흑백으로 갈겁니다." 하니, 충무중학교에 다닐 때 미술선생님이 유택렬화백님셨다고 했습니다. 따로 그림 지도를 받은 건 아니지만, 그림을 그리는 일이 재미있어서 영화간판 그리기를 했답니다.

'충무중학교'는 처음 들었기에 그 자리가 어디였냐고 여쭈니 세화여고의 전신인 '진해여상'이 있던 자리였답니다.

당시 함께 활동을 한 분들과는 소식을 나누냐고 여쭈니, 대부분 연세가 있다보니, 벽화를 그리거나 직장을 그만 두었다고 하더군요.

 

현재 가게에는 어떠한 그림도 없으며, 주문이 있을 시에 간판을 제작 해 주는 정도입니다.

 

박선생님께 인사를 드리고 중앙극장을 찾았습니다.

 

영화를 즐기는 이는 광적으로 즐기지만, 아이들이 태어난 이후로는 영화관을 찾지않다보니 오랜만에 극장을 찾았습니다.

학창시절에는 학생관람불가 영화도 보았는데.^^

 

               ▲ 부산 부산극장(07년 2월) - 오래전에 부산의 남포동 극장가는 시골 아이였던 제게 대단한 풍경이었습니다.

                  당시는 부영극장과 동명극장도 있었습니다. 요즘은 부산극장쪽에 가면 영화는 관람않고 영화관 아래층에서

                  커피만 마시고 옵니다.^^

 

  ▲ 서귀포 관광극장 - 폐관 된 극장이지만, 오래전의 영화 포스트가 붙어있었습니다.(10월 제주 여행 때)

 

  ▲ 진해 중앙극장(오늘)

 

소도시는 대도시와 달리 유동인구가 적습니다. 그러다보니 극장 뿐 아니라 모든면에서 대도시와 비교가 됨과 동시에 비교가 되지않습니다.

 

우리나라에 극장이 처음 등장한 것은 1899년 무렵이었으며, 영화를 상영하는 극장이 등장하는 것은 1903년부터였답니다.

 

* 극장 - 한국영화의 또 다른 역사 : http://k.daum.net/qna/openknowledge/view.html?category_id=DEA004&qid=33EoO&q=%C7%D1%B1%B9+%BF%B5%C8%AD%C0%C7+%BF%AA%BB%E7&srchid=NKS33EoO

 

 

첫상영 시간을 넘겼지만, 손님이 없었습니다.

영화를 보러 온 게 아니고 이야기를 나누고 싶어서 왔다고하니 매표소로 안내를 하더군요.

중앙극장은 1962년에 개관을 하였으며, 현재는 2관이 있지만, 객석은 관당 100석을 조금 넘습니다.

40년을 중앙극장 영사실에서 일을 하셨다는 분이 공과금 연체고지서를 보여주더군요.

극장을 찾는 손님은 하루에 보통 2~4명이며, 주말은 10여명이랍니다. 제대로 운영이 되지않다보니 공과금이 연체가 된 것입니다.

"해양극장쪽은 중앙극장보다 좀 나을까요"하니, 해양극장도 마찬가지라고 하더군요.

 

예전에는 4개의 극장이 있었지만, 운영의 어려움으로 지금은 2개의 극장이 있습니다만, 대부분의 시민이 인근의 마산·창원·부산으로 최신프로를 보러 가기에 진해의 극장은 언제나 텅 비어 있다고 하였습니다.

 

진해 석동 롯데마트 건너편에 10층 규모로 극장 전용 상가가 들어선다는 뉴스가 있었기에, 간판쟁이 박용수선생님과 중앙극장 영사실 직원에게 전망을 물으니, 긍정적인 답을 주지 않았습니다.

* 관련기사 : 진해 극장전용 상가 '기대반 우려반' (http://www.idomin.com/news/articleView.html?idxno=272089)

 

 

  ▲ 입장권 - 청소년과 성인용이며, 국가유공자는 4,000원이라고 하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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