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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굴' 까기 아르바이트를 해야하나…

by 실비단안개 2009. 2.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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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가을에 미용실을 다녀온 후 처음으로 미용실을 가는 날입니다.

마을에는 구멍가게와 횟집만 있다보니, 다른 일을 보거나 먹을거리를 장만하는 일도 마을버스를 타고 나가야 하며, 목욕과 미용실 가는 일도 버스를 한 번 내지 두 번을 타고 나가야 하기에 일정이 잡히면 아기아빠의 출근 시간에 맞추어 함께 나갑니다.

 

오늘도 출근 시간에 舊안청초등학교 앞에 내려 주었는데, 미용실은 10분 정도 걸어야 하지만, 9시에 영업을 시작하기에 굳이 그앞에 내려주지 않아도 되기에 걷기로 했습니다. 10여분 걷는다해도 50분 이상의 시간을 죽여야 하니, 금난새음악당의 거주인을 만나보기로 하고 왜성을 지나 갔지만, 오늘도 아무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미용실이 문을 열려면 아직도 시간이 남았기에 진성쪽으로 올라 지난해 노루귀를 만났던 자리를 두리번 거렸으나, 아직 추위가 덜 가셨는지 노루귀를 만나지 못하고 미용실로 가니, 9시 03분이었으며, 미용실 이모는 난로에 불을 지필 준비를 하고 있었습니다.

 

"언니가 방금 전화했어요?" 

"아니요, 8시쯤에 왔다가 왜성과 진성 올랐다 오는길인데요."

그때 아주머니 한 분이 오셨습니다. 미용실이 문을 열었는지 확인 전화를 하신 분이었습니다. 

 

미용실은 바닷가의 2층이며, 앞으로 굴을 판매하는 집들이 있기에 이야기가 굴 이야기로 이어졌는데, 미용실에 오신 분이 '13번'을 운영하는 분이라고 했습니다.

 

머리가 감당이 쉽지않을 정도로 길어 살짝 자른 후 기구로 말아 겸사겸사 13번 집으로 가니, 굴을 까고 있던 아가씨가 손님인줄 알고 일어서기에, 굴은 머리를 다 한 후에 구입할거라고 하니, 커피 한 잔을 권하며, 난롯가에서 구경을 하라고 하더군요. 

 

계속 포근하지만 굴을 까는 일은 손이 곱아지면 움직임이 더뎌지기에 13번 집은 나무난로를 피워 두었고, 처녀와 아주머니 두 분이 굴을 까고 있었습니다. 권하는 커피를 마신 후 풍경을 담으며 말걸기를 하였습니다.

 

안골왜성과 안골포 굴강이 있는 안골마을 바닷가쪽의 임시건물 17동에서는 늦가을부터 3월 초까지 굴을 까서 판매하는데, 시장에서 구입하는 굴보다 신선하며 가격 또한 저렴하여 겨울이면 몇 번 이용을 합니다.

 

  ▲ 겨울에 판매한 굴은 거제산이었지만, 요즘은 가덕도산이라는데, 굴은 배 위에서 뻘 등을 강한 수압으로 씻어냅니다.

 

  ▲ 보이는 바구니에 굴을 담아와 까는데, 이게 앉은 일이라 중노동입니다.

* 껍질째 한바구니 3만원

 

머리에 중화제를 하려면 시간이 멀었기에 곁에 앉아 굴을 깠습니다.

나이 가늠도 쉽지않으며, 타지의 여자가 말도없이 쪼시게(조새)를 들고 탁탁 굴을 까니 의아해하며, 어디에서 왔느냐고 묻더군요. 

조새(쪼시게)
조새는 바위에 붙은 굴을 효율적으로 채취할 수 있는 도구이다. 길이는 약 25~30㎝ 정도이며, 쇠날과 몸통, 손잡이, 종질개로 이루어졌다. 쇠날은 굴 껍질을 벗기는 부분이며, 종질개는 굴의 눈을 문질러 떼어내는데 쓰인다.

조새는 그 역사가 천년을 거슬러 올라간다. 완도해역에서 발굴한 11세기 고려시대 도자기 운반선인 ‘완도선’ 안에서 2점의 조새가 발견되었는데, 그 형태가 지금의 것과 거의 같다. 굴 채취는 오랫동안 거의 변하지 않고 같은 방법으로 행해졌음을 알 수 있다. (출처 : 다음 사전)

몇 십년만에 해 보는 쪼시게질이었지만, 어릴 때 해 본 솜씨라 바로 제자리를 잡아 제법 깠습니다. 까면서 생굴을 먹기도 했지요.^^

 

13번의 시누이 되는 분은 김해가 거주지인에, 아들들이 군생활을 하기에 안골의 오빠네에서 머물며 굴을 까는데, 일을 할 사람이 없다보니 17동 대부분 친인척이 도와주며, 경험이 있는 할머니들께서 굴을 까기도 하는데, 600g을 까면 1,000원이랍니다.

거제의 굴은 크기에  600g을 금방 깔것 같은데, 가덕도굴은 자연산굴처럼 작기에 600g을 까려면 시간이 꽤 걸릴듯 한데, 노느니 염불한다고, 아르바이트를 하랍니다.

 

답을 하기전에 명함을 주며, 연락처를 달라기에 얼떨결에 연락처를 주었습니다.

사람을 만나며 일을 하는 건 좋은데, 출퇴근시 버스 이용시간도 마뜩찮고, 이몸으로 남의 일을 한다는 것도 무리인데, 11월이 되려면 멀었으니 가을까지 잘 먹어 몸부터 돌봐야겠습니다.

(1차로 엄마와 작은늠이 반대를 했습니다. 버는 돈보다 병원비가 더 나갈거라나 - 잘 노는게 여러사람을 도와주는 거라네요.^^/)

 

  ▲ 쇠날로 굴의 껍질을 벗깁니다.

 

  ▲ 종질개로 굴의 눈을 떼어냅니다.(사진을 찍는다고 멈추세요 - 이런말을 못합니다.^^)

 

  ▲ 요늠은 제가 까다가 한 손으로 담았습니다. 향긋한 바다냄새~

 

  ▲ 작은 그릇에 모아 바닷물로 씻어 판매를 합니다.

 

김장철이 지나면 굴값이 저렴한데, 1kg에 8,000원이었으며, 굴젓은 1통에 1만원 하더군요.

 

굴의 영양과 보관

 

굴은 글리코겐, 타우린, 아미노산을 포함한 단백질, 비타민, 셀레늄, 아연 등을 골고루 함유하여, ‘바다의 우유’라 불리며, 특히 피로 물질인 유산의 증가를 억제시키는 글리코겐과 최음과 강장 효과가 뛰어난 아연이 풍부합니다. 멜라닌 색소를 분해하는 성분과 비타민 A가 풍부해 피부를 희고 곱게 만들어 주기에 여성에게 특히 좋습니다.

그러나 아무 때나 함부로 먹는 것은 위험하기에 옛말에 “보리가 패면 굴을 먹지 말라”고 했고, 영국에는 “R자가 없는 달(5~8월)에는 굴을 먹지 말라”는 속담이 있다고 합니다. 5~8월은 산란기여서 먹지 않는 것이 좋은데, 이때는 영양분도 줄어들고 아린맛이 심하며 여름철이라 빨리 부패하기 때문에 식중독을 일으키기 쉽습니다.
찬바람이 불기 시작하는 11월부터 살이 통통하게 오르는 2월까지가 굴이 가장 맛이 좋은 때입니다.

 

좋은 굴은 몸집이 오돌오돌하고 통통하며 유백색이고, 손가락으로 눌러보아 탄력이 있고 바로 오그라드는 것이 신선한 것이며, 신선하지 않은 것이라도 물에 담가 하루쯤 재워두면 싱싱한 것처럼 보이므로 탄력성을 잘 보아야 합니다.

 

굴은 맹물에 씻으면 영양분이 없어지므로 찬 소금물에 헹구듯 가볍게 담가 껍질과 잡티를 가려내고 소쿠리나 조리에 건져 물기를 빼 냉장실에 보관하고, 오래 두려면 팩에 담아 랩으로 싸서 급속 냉동시켜 보관합니다.

 

 

  ▲ 굴강옆의 바닷가는 굴껍데기가 산을 이루고 있는데, 가끔 분쇄차가 온답니다.

 

밭에 거름으로 사용하지 않느냐고 여쭈니, 거름으로 사용은 않고 가끔 분쇄차가 와서 처리를 한다고 하는데, 조개껍질, 굴껍질 등은 산성화 된 토양을 중화시켜 주며  지력을 증대시켜 주기에  많은 어촌에서 천연 칼슘패화석 비료로 이용됩니다.

 

  ▲ 13번집 - 전국택배 가능(017 - 590 - 2467, 016 - 882 - 2467)

 

빈손으로 왔을리가 없습니다.^^

 

  ▲ 지난해 11월 통영에서 먹은 굴밥

 

2007년, 거제 - 굴 구이와 잊혀진 계절에 보면 굴탕수가 있는데, 당시의 맛을 기악하며 만들어 보았습니다. 아이들이 굴을 그리 좋아하지 않지만, '특별하니 아마 먹겠지'하면서요.

 

 

요리는 자꾸 해야 느는데, 블로그를 하면서 많이 게을러져 식구들에게 소홀했는데, 마음 다잡아 요즘은 요리와 집안 일에 재미가 붙었습니다.^^

 

  ▲ 간단한 저녁 밥상이었습니다.

 

봄향기 솔솔, 굴쑥국은 며칠전에 먹었으니 맑은굴국을 끓였으며, 생굴은 초고추장보다 김치와 김이나 미역에 싸 먹는게 더 맛이 좋다기에 그대로 해 보았습니다. 별미더군요.

작은늠 파래무침을 집고 있네요. 또 어부의 딸이야?^^

 

* 글 작성하는 사이 새날이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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