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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우야든둥 잘 묵자

부부 시인(夫婦 詩人)이 차리는 밥상

by 실비단안개 2009. 6.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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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록풍경을 마시러 '살강'으로  

.

.

 

우리는 함양읍내에 있는, 夫婦 詩人이 꾸려가는 밥집으로 갑니다.

정오를 넘긴지 오래입니다.(5월 19일)

 

살강에서 함양읍내로 가는 길은 그리 멀지않은데, 깜빡깜빡 졸았습니다.

 

"여기가 교육청이고, 사거리가 함양에서 제일 번화가거든요…,

빠리바케트 조금 지나…, 안 보이네…."

 

살강을 찾을 때처럼 폴래선생님은 식당의 이름과 연락처 등을 저장은 커녕 메모도 하지않았습니다.

다만, 세련되지 못한 아주 평범한 식당이며, 남편 시인이 한 쪽 팔이 없다는 것….

 

빠리바케트쪽을 지나 읍내의 시장쪽으로 가니, 함양 한들 플로리아페스티벌  현장이 보였지만, 배가 고프다, 요기를 해야겠다는 생각보다 '그 밥집'을 꼭 찾아야 겠다는 생각이 먼저였습니다.

 

꼭 찾아야 겠다, 이 생각에는 아니라고 부정할 수 없는 편견이 이미 자리하고 있었으며, 적당한 장소에 주차를 한 후지만, 선생님과 나는 누구에게도 '한 쪽 팔이 없는 시인 부부가 운영하는 밥집이 어딘가요?"하며 한동안 묻지를 못했습니다.

휴, 정말 많이 망설여졌습니다.

 

폴래선생님은 앞서 가시고,

그러나,

그래도 그 밥집을 찾아야 하는데 하며, 함양 성당(뒤에 알았지만)쪽으로 걷다가 작은(대부분 그러하지만) 세탁소에 들려, "저기요, 한 쪽 팔이 불편하시고요, 시인 부부가 운영하는 밥집을 아세요?"

"네?"

"(마음으로 휴~)부부가 시인이며, 남편은 한쪽 팔이 없는데 그 밥집을 아세요?"

그때서야 "조금 더 가면 '정운식당'이 있다."는 말씀을 주시더군요.

빨리 선생님께 알려야지.

 

폴래선생님은 이미 정운식당을 찾아 나를 데리러 오시는 중이었습니다.

우리는 마음과 눈이 활짝 웃었습니다.

 

나와 다른 모습에 대한 편견은 무서운 교만인데, 읍내를 걷는 누구에게도 쉬이 말을 건네지 못했다는 자체에 스스로 부끄러웠으며, 정운식당에서 내가 취해야 할 언행을 연습할 수도 없었습니다.

 

정운식당은 문이 열려있었으며, 어버이날이 지난지 얼마되지 않아 그런지 유리병에 분홍엔젤이 가득 꽂혀있었고, 홀이 없으며, 함바식당 같은 그런 느낌, 마루겸 방 같은 곳에 테이블 몇 개가 있었으며, 테이블 한 곳에는 막 식사를 끝낸 손님이 있었습니다.

"안녕하세요?^^"

살강에서부터 땀이 났지만, 또 땀이 났습니다.

벽에는 여러 시인들의 시가 시화로 걸려있고, 시인의 따님이 '골든벨'에 나온 사진과 막내따님의 인라인 국가대표를 꿈 꾼다는 신문기사가 액자에 담겨있었습니다.

 

"저… 실내 풍경을 찍어도 되나요?"하며 말을 걸었지만, 찍어도 된다는 대답을 듣고도 그 다음 말은 잇지를 못했습니다.

 

정운식당

경남 함양군 함양읍 교산리(함양성당 건너편)

박동열, 구경희

 

부부 시인이 운영한다고 했는데 박동열 시인만 계셨으며, 오늘 뭐가 좋을까요 여쭈니 '버섯전골'이 좋다고 하시기에 2인분으로 주문을 했습니다.

부인 구경희 시인이 보이지 않았지만, 나는 입에 지퍼를 채운듯 두리번 거리며 사진만 찍었고, 작은 쪽창으로 보이는 주방에서 박동열 시인이 조리하는 모습을 슬쩍슬쩍 훔쳐보았습니다.

시인이 한 쪽 팔이 불편하지 않았다면 틀림없이 "뭐 도와드릴까요?"했을 텐데….

 

폴래선생님께서 차를 가차운 곳에 주차를 하고 오셨습니다.

선생님은 이웃으로 안부를 아는 사이시기에 분위기가 여유로워졌지만, 나는 아빠를 따라 미성년자 출입금지의 술집에 간 아이처럼 낯설게 이야기를 듣거나 계속 두리번 거리다가 손님이 떠난 테이블을 치우니 그냥 두라고 하시기에 "제 전직이니 괜찮습니다."하였지만, 알 수 없는 멋적음으로 다른 밥집과는 달리 밥상을 치우는 손이 조심스러웠습니다.(밥집에 가면 자잘한 일이 보이면 하는 편이거든요.)

버섯전골이 나왔습니다.

 

 

 

 

동그란 여러 종류의 버섯과 채소 아래에는 쇠고기가 숨어 있으며, 국물이 아주 시원했고, 양이 많아 선생님께 '이 많은 걸 어떻게 다 먹지요?'하는 말을 버섯과 계속 삼켰습니다.

 

다른 밥집과 마찬가지로 시인은 다정한 도우미가 되어 주셨고, 우리는 모자라는 양 냄비를 비웠습니다.

 

 

폴래선생님과 나는 커피 킬러입니다.

"저, 커피있나요?"

 

잠깐 기다리라고 하더니 냉장고에서 직접 담은 매실음료를 꺼내 주셨습니다.

폴래선생님과 시인은 지역 문인에 대한 여러 이야기를 주고 받았지만, 내게는 쇠 귀에 경 읽기였기에 아까와는 달리 여유로운 몸짓으로 벽에 걸린 시화를 읽었습니다.

 

 

 

 

감나무 / 구경희

 

빗장을 걸자

갇혀버린 나무에

솜사탕이 얽힌 실타래는

누에고치의 진통을 삼키고

꾸역꾸역 해금을 토해낸다

핏덩이로

 

선혈로 물든

무명치마 자락을 하늘에 펴 놓고

질질 끌고 전쟁터를 돌아와

희미한 빛줄기 하나 부여잡지

못하는 사람,

먹구름 속에 숨기만 한 채

 

날 이기고

널 이기고

공중에서 널뛰기는 끝났다.

바람 불어도

감나무 가지 끝에서

어머니로 남아 있다.

 

 

벽엔 시화와 종이접기를 한 시계와 온도계 등이 있었기에, 따님들의 솜씨냐고 여쭈니, 부인 구경희 시인이 어린이 집을 운영한다고 하시더군요.

아~ (주방을 엿 볼 때, 썰어 둔 채소의 가장자리가 약간 말라있었는데, 구경희 시인이 재료를 일찍 손질 해 두고 출근을 하는 모양입니다.)

두 시인의 자녀로는 골든벨에 나왔던 따님은 지금 경북대학교 2학년에 재학중이며, 둘 째가 고등학생이고, 막내는 초등학생으로 인라인 국가대표를 꿈 꾸고 있습니다.

 

이 글이 정운식당과 부부 시인의 마음을 불편하게 하지 않기를 희망하며,

식구들 모두 내내 건강하시고 행복하시길 바람합니다.()

 

 

굳이 여행이 아니더라도 어딘가를 다녀오면 부족한 부분은 검색을 하고, 추가해야 할 부분이 있을 시에는 지역의 관계자(부처)의 홈페이지나 전화, 메일 등으로 질문을 합니다.

그런데 대부분 묵살이며, 가장 친절한 답변을 받은 곳은 제주도였습니다.

(부족한 정보로 포스팅을 못하는 경우가 더러 있습니다.) 

 

관계자들의 지역 사랑이 부족한 게 아닌가하여 아쉽고, 정운식당을 다녀온 후, 부부 시인과 정운식당을 검색했지만, 정보가 없었기에 역시 함양의 관계처에 질문을 드리니 연락처를 달라기에 메일 주소를 남겨두었지만, 10여 일이 더 지난 지금까지 연락이 없습니다.

 

해서,

지역의 주간신문사 카페에 가입하여 검색을 해도 만족스러운 정보가 없었는데, 지역의 언론과 마찬가지로 지역에서 활동하는 문인들의 자리 또한 관심을 받지 못하며 조명되지 않는 듯 해서 우울합니다.

 

저 또한 평상시에는 관심을 가지지 못했는데, 너· 나를 떠나 우리가 되어 지역에 관심을 가져야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입니다.

그리고 관계처(대부분 공무원)에서는 명함앞에 약해지지말고 모든 고객(민원인)의 질문에 성실한 답변을 주면 감사하겠습니다.(어느 도·시·군이라고는 차마 말을 못하겠습니다.) 

 

시각 예술(Visual arts)에 반영한 미적 취향 설문조사 : http://21cagg.org/h/21cagp4/research2.html

 조사기간 : 2009. 5. 20 ~ 2009.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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