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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고향 이야기/진해 풍경

정이 흐르는 돌담장과 고샅길

by 실비단안개 2009. 6.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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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공서의 태극기 옆에 새마을 기가 펄럭이지만, 아직 새마을 혜택을 제대로 받지못한 마을, 참 다행인 대장동의 고샅길을 걷습니다. 겨워 욕심을 부려봅니다. 시멘트가 아닌 흙길이면 더 좋을 텐데….

 

전부 시멘트길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시골길입니다.

해서 우리는 길을 걸으며 긴장을 늦추지 못하며, 들길의 사람 길처럼 길 가운데 풀이나 작은 꽃이 없고, 흙길에서 넘어지면 옷만 탈탈 털었던 때와는 달리 상처를 먼저 확인합니다.

 

흙길은 맨발로 걸을 수 있지만, 시멘트길은 맨발로 걸을 수도 없습니다. 시멘트는 우리와 자연의 차단막인데 그래도 사람들은 시멘트길과 그 위에 덧바른 아스팔트길을 달리기를 좋아합니다. 그러면서 툭 내뱉습니다. '옛날 흙먼지 폴폴 날리던 그 길이 그립다.'고. 저도 예외는 아닙니다.

사람이 두 발로 서서 흙을 밟으며 걷는다는 것은 자연이 사람이며 사람이 자연이 되는 일입니다.

 

해가 뉘엇뉘엇하면 엄마는 밥솥에 불을 때거나 나물을 무치다 말고 몇 번씩 고샅길을 서성입니다.

그래도 아이는 또 다른 고샅길에서 엄마를 잊었습니다. 한 편에선 어른들이 담장 아래에서 그날의 일을 이야기 하거나 내일 할 일을 나누기도 합니다.

 

길은 담장이나 무언가가 양옆으로 있어야 길이 됩니다.

담장 안으로 텃밭이 있으며, 엄마는 요술처럼 또닥또닥 찬을 만듭니다. 그리곤 담장 너머 이웃을 부르며 때로는 불려집니다.

손에는 방금 찐 햇감자나 완두콩일 수 있으며, 근대국이나 신열무김치일 수도 있습니다.

 

지난해 진해시청 문화관광과를 찾은 적이 있습니다. 아마 무슨 궁금증 때문이었을 텐데 대화(일방적인 나의 의견이며 그들은 말을 많이 아꼈습니다.)에서 그랬지요. '개발'도 좋지만, 있는 그대로를 보호하여 보존하는 것도 중요한데 그 예가 대장동과 소사의 담장과 고샅길이라고 했습니다.

 

간밤에 바람이 많았다고는 생각지 않는데 감꽃이 꼭지 채 후두둑 떨어져 있으며, 하얀 바람개비꽃이 마지막 향기를 날립니다. 그래도 제주 올레가 부럽지않은 꿋꿋하게 정이 흐르는 고샅길입니다.

 

 

밤나무 아래는 텃밭인데 제 철 야채가 기름집니다. 가끔 열린 대나무 대문이나 담장안을 기웃거리지만 주인을 만난적은 없습니다. 또 아주 가끔은 주인인양 잔디가 있는 뜰을 거닐어 보기도 합니다.

 

 

바닷가 동네가 아니다보니 담장이 높지않으며, 마을은 여러 종류의 덩굴식물들이 돌담장 내지 돌과 흙이 고르게 오른 담장을 정스럽게 합니다.

 

* 맛과 멋, 시원함이 어우러지는 담장의 덩굴식물

 

 

왼편은 돌담장에 등나무가 시원하며, 오른쪽의 담장은 흔한 시골담장과 약간의 차이가 있는 돌을 시멘트로 고정시킨 답장인데 이끼가 시멘트를 가려주기도 합니다.

길의 시멘트 위에 흙을 부어 꼭꼭 다져주고 싶은 길입니다.

 

 

 

고샅길 끝에는 지금 접시꽃이 피어 있으며, 콩, 보리 등 곡식이 말려지고, 대문이 떨어졌거나 없는 휑한 마당이 있습니다.

흙이 귀한만큼 아이씨도 귀해 걷고 또 걸어도 아이를 만나지 못했으며, 더러는 집안 전체가 휑한 집도 있습니다.

 

 

군불 냄새가 날 것 같은 이집을 지나면 천남성이 있기에 사부작사부작 걸었습니다. 고샅길은 바삐 걸어야 할 이유가 없는 길입니다.

 

 

 

인동과 바람개비꽃의 향기 아래서 할머니께서 왕보리수 바구니를 앞에 두고 쉬고 계십니다.

"할머니 안녕하세요?"

"어야, 사진 찍나?"

 

할머니께서 유모차를 밀어야 걸음을 지탱하시기 때문에 마을로 가는 길의 시작인 곳에 있는 유모차까지 왕보리수 바구니를 들어 드렸습니다.

"한오쿰 주고 싶은데 봉다리가 없네, 니는 (봉다리를)가꼬 있나?"

"아니요, 할머니 조심조심 가셔요."

 

 

멀어지는 할머니처럼 언젠가는, 아니면 곧 없어질 수 있는 담장과 고샅길입니다.

대장동으로 가는 길에는 흙과 돌이 커다란 산을 만들어 마을버스가 힘겨워하며, 주민들은 걸어다니기를 포기해야 하고,  우리 지역의 미래상을 제대로 모르지만 왕왕 '대장동이 일어날끼라 카네' - 하는 말이 돕니다.

 

많은 풍경과 안녕을 해야 하는 시대이며 지역입니다.

 

 

 

 

 

시각 예술(Visual arts)에 반영한 미적 취향 설문조사 : http://21cagg.org/h/21cagp4/research2.html

 조사기간 : 2009. 5. 20 ~ 2009. 6.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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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제작자 모집(출처 : http://kisilee.tistory.com/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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