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마음 나누기/가본 곳

숨어 있는 포구 삼포에서 고동을 땄습니다

by 실비단안개 2009. 8. 7.
728x90

 

 

"이 분이 삼포 아재다."

"삼포로 (어망)일 하러 간다."

 

아버지와 엄마는 어망일을 해 주기 위해 며칠씩 집을 비웠는데, 가끔 삼포로 일을 하러 가셨습니다.

어린날에, 삼포가 칠천도나 장승포처럼 거제 어디쯤인 줄 알았습니다.

 

삼포는 웅천의 괴정 너머 해양공원으로 가는 길에 있는 작은 포구였습니다.

지금은 괴정이 들어 가지만, 당시에는 해안도로가 없었으니 명동에서 내려 해안산길을 걸었을 듯 싶습니다.

 

휴가 오일째, 우리는 해안도로를 따라 숨어 있는 작은 마을들을 둘러보았습니다.

* 참고 : 진해 해안도로(황포돛대 노래비 - 행암)

 

그날도 바닷물이 빠져 명동에서 동섬으로 가는 바닷길(바닷길을 걸어 섬(島)으로 갔다)이 생겼기에 동섬을 일주하고, 명동 다음 마을인 삼포로 갔습니다.

삼포에는 '삼포로 가는 길' 노래비가 있으며, 섬으로 낚시를 갈 때 블루스카이호를 타는 곳이기도 합니다.

 

차를 반대편에 세웁니다.

"왜, 여기서부터 걷게?"

"아니, 노래비 찍으라고."

(언제나 시빗거리를 찾는 내가 꼴통이지)참 이쁜 사람입니다.

 

이혜민 작사 ·작곡의 '삼포로 가는 길' 노래비입니다.

'아빠와 크레파스’ ‘그댄 봄비를 무척 좋아하나요’ ‘59년 왕십리’ 등 여러 인기곡을 작곡한 이혜민 씨는 현재 캐나다 밴쿠버에서 살고 있지만, 서울에서 태어났으나, 원적이 부산으로 중고교 시절 무전여행을 즐기면서 진해를 가끔 찾아 젊은 날의 꿈을 키워온 것으로 알려졌으며, 이씨는 고교 1년 때 8월 여름날 진해 삼포에 머물면서 바다와 푸른 뒷동산, 창공의 아름다움과 굽이굽이 산길의 한 귀퉁이 어촌마을인 삼포에 반해 이 노랫말을 구상했다고 합니다. 이씨는 당시 삼포마을을 보고 느낀 ‘내 마음의 고향 삼포’라는 글을 남겼습니다.

 

삼포로 가는 길 / 작사·작곡 이혜민

 

바람부는 저 들길 끝에는 / 삼포로 가는 길 있겠지 / 굽이굽이 산길 걷다보면 / 한발 두발 한숨만 나오네 / 아아 뜬구름 하나  / 삼포로 가거든 / 정든님 소식 좀 전해주렴 / 나도 따라 삼포로 간다고 //  이하 생략

 

* 황석영의 소설 제목은 '삼포 가는 길'이고, 강은철의 노래 제목은 '삼포로 가는 길'입니다.

 

24641

 

 

* 노래비 제막식 : http://cafe.daum.net/rosebill7/60xv/96

 

'삼포로 가는 길'과 '황포돛대' 노래비 앞에서 언제나 버튼을 눌러 노래를 듣습니다.

쉬어 가는 나그네처럼 우리는 노래비 앞에 앉아 삼포로 가는 길을 두 번 들었습니다.

멀어지는, 아득한 고향이 눈앞에 펼쳐집니다. 지금같지않고 갯내가 짭조롬한 아주 서정적인 고향 풍경입니다.

 

노래비 아래로 삼포마을이 펼쳐져 있습니다.

노래비가 아니라면 누구라도 스치고 말 작은 어촌마을, 노래비로 인해 세상에 드러난 듯 한 삼포마을입니다.

 

        ▲ 삼포로 가는 길 노래비(작품 제목 : 소리가 있는 풍경, 조각가 : 김성민, 건립연도 : 2007년 12월, 재료 : 화강석)

 

삼포는 작은 어촌마을이기에, 밭농사와 논농사가 많지 않으며, 대부분의 주민이 어업에 종사했지만, 지금은 여느 시골과 어촌처럼 주업을 포기하고 장사(횟집 포함)를 하거나 공장에 일을 나갑니다.

집앞의 작은 텃밭에서 수확한 고추가 신문지 위에 말려지고 있는데, 우리 작은늠이 본다면, "엄마 간지난다!"했을 겁니다.

고추 한 개를 반으로 잘라 널었으니 숫자가 보입니다. 마을의 생활 정도라고 해도 과언이 아닌 풍경입니다.

 

 

 블루스카이 할아버지께서는 배를 손질하고 계셨지만, 우리는 방해가 될까봐 부르지 않고 마을 왼편의 방파제로 갔습니다.

지난해에 '해국'을 만났었기에 이른 늠이라면 꽃을 피웠을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아기아빠는 미련을 버리지 못하여 방파제 낚시꾼들에게로 갔습니다.

 

그저께는 오랜만에 하늘이 활짝 개였으며, 바다물빛도 맑았습니다.

바람이 없다면 더없이 좋은 날이었는데, 걸어서 하는 나들이라 바람이 있는 게 다행인 날이기도 했습니다.

 

        ▲ 삼포마을

 

        ▲ 마을의 왼쪽 해안. 물이 아주 맑습니다.

 

        ▲ 해국

 

 지난해 가을에 거제 산방산 비원에서 담은 해국입니다.

산방산 비원에는 해국을 조성하였기에 많이 만날 수 있었습니다.

 

해국(海菊)은 국화과(菊花科)에 속하는 다년생 풀로서 국화과의 개미취속은 전세계에 약 400종이 분포하고 있으며, 우리나라에는 약 14종이 분포하고 있습니다.

 

높이는 30~60cm이며, 개화기는 7~11월이며, 우리나라 중부 이남의 바닷가에서 자라고 변종으로는 해국과 닮았으나 흰색꽃이 피는 '흰해국'이 있습니다.

 

해국은 바닷가에서 자라는데 한국의 중부 이남, 일본에 분포합니다.

요즘은 관상용으로 많이 재배됩니다.

혹, 삼포를 찾는다면, 해안가의 해국을 꼭 만나길 바랍니다. 갯가지만 요즘은 갯꽃이 귀한데, 삼포 해안가에는 아직 꽃은 피우지 않았지만, 해국이 생각외로 많으며, 해국외에 참나리와 맥문동도 만날 수 있고, 계절에 맞추어가면 갯찔레도 만날 수 있는 해안가입니다.

 

맑은 햇살을 받은 바닷물이 반짝입니다.

해양공원과 음지교가 보입니다.

손으로 재어보면 한 뼘도 되지 않는 거리입니다.

그 바다속에 많은 생물이 움직입니다.

 

 

겨울철에 우리의 밥상에 오르는 파래입니다. 어릴 때 조개를 캐거나 파래를 뜯는 일을 자주 했지만, 요즘은 마을의 바다가 오염이 되었기에 나도 하지 않지만, 마을 어른들도 이제 그런 일을 하지 않습니다.

용원 위판장에 가면 가덕도에서 채취한 파래를 만날 수 있는데, 오랜만에 자연 그대로의 파래를 만났습니다. 도시인에게는 별다른 감흥을 일으키지 않을 풍경이지만, 어릴 때 고향의 집 앞의 바다 풍경이라 더없이 반가웠습니다. 까불락거리다가 발이 바닷물에 젖었습니다.

파래가 갓난아기의 머리카락마냥 잡힐 듯 말 듯 부드러웠습니다.

 

 

        ▲ 작은물고기

 

움푹하게 패인 바위의 고인 물에 작은 물고기가 빠르게 움직였습니다. 내가 손을 넣었기 때문입니다.

말미잘이 있고 고동도 있습니다. 말미잘에게 장난을 치고 고동을 땄습니다. 고동은 바위에 엄마등에 업힌 아기처럼 붙어 있습니다.

살아있는 별불가사리를 집어 올려 뒤집어 보기도 했습니다. 별불가사리는 뒤집어보면 색깔이 더 곱습니다. 주홍색입니다.

 

 

 

굴이 널린 넓은 바위에서 할머니 한 분이 홍합과 고동을 고르고 계셨습니다.

"아주머니 안녕하세요? 그 고동 이름이 뭔가요?"

슬그머니 옆에 앉아 작업 모습을 보며 말을 걸었습니다.

할머니라고 하는 것 보다 아주머니라고 해야 힘이 나실 것 같아 아주머니라고 했습니다.

우리가 아는 것들이라도 짐짓 모르는 척하며 물어보면 더 자상하게 알려줍니다.

"이거? 참고동."

"참고동요?"

확인을 하듯이 한 번 더 물어보면 모르는 이라도 분명 웃어 줍니다.

 

"제가 좀 살 수 없을까요? 5천원치를 팔 수 있는지요?"

할머니의 작업량은 간식이나 밥상에 오르기보다 횟집으로 갈 것 같았기에 먼저 팔아 드리고 싶었습니다.

 

"봉다리 있나? 가방에 함 봐라 - "

뒤적이는 척하며, "없는데요, 그 망에 좀 넣어 주세요."

(실제 귀하기도 하지만)귀한 먹을거리를 장만하는 듯, 애원하듯이 홍합과 참고동을 5천원어치 얻었습니다.

"우째 들고 갈래, 물이 흐르는데?"

"네, 차에 그릇이 있습니다. 고맙습니다, 건강하셔요!"

우리는 돌아다니다가 시장에 들리는 일이 많기에 장바구니와 물이 새지않는 그릇을 트렁크에 넣어 다닙니다.

 

방파제에서 이제 그만 오라고 손짓을 했습니다.

 

        ▲ 방파제와 삼포마을

 

"그게 뭐요?"

"어, 담치하고 참고동인데, 고동 쪼꼼은 내가 땄고, 할머니께서 작업을 하시기에 샀어 - "

"물이 괜찮을까?"

"이렇게 맑은데, 또 할머니께서 힘든 작업을 하셨으니 팔아 드려야지, 그냥 우리 엄마라고 생각하고…."

 

바닷물에 대충 씻은 홍합과 고동이었기에 홍합은 가위질을 하며, 여러번 문질러 씻었습니다.

삶아지는 냄새가 좋습니다.

아기아빠도 바다냄새가 난다고 좋아했습니다.

캔맥주와 막걸리 중에 막걸리가 어울릴 것 같아 두 잔을 만들었습니다.

 

 

홍합은 자잘하지만 알이 찼고, 고동이 멋지게 삶아져 꼬리까지 잘 빠졌습니다.

못이겨 막걸리 반 잔을 마시더군요.

홍합과 고동을 남김없이 둘이서 해치웠는데, 그것이 그날 저녁 식사가 되었습니다.

 

 

 골프장 입구 해안도로에 내려 준 작은늠에게서 해가지니 연락이 왔습니다.

"아빠 술 취해서 못가니 택시 타고 오세요~"

 

찬바람 불면 전에처럼 연도에 가서 소라하고 해물 좀 사 올게, 고생 많이 했으니까 푹 주무셔~

우리의 휴가는 일상처럼 휴가처럼 그렇게 막을 내렸습니다.

 

이 그림을 어제 올리고 싶었는데, 날씨가 꾸무리해서 오늘 올리는데, 역시 날씨가 거부반응이 심하군요.

해가 짱짱한 맑은 날이라야 그럴듯한 그림이 될텐데요.

아무튼, 그래도 아직은 오염이 되지않은 삼포와 해변의 풍경이며, 바닷가의 먹을거리이니, 삼포를 찾는다면 해국과 이런 풍경을 꼭 만나시길 바랍니다.

 

비가 심하게 내립니다.

두루 안녕하시길 바랍니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