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 22일
사도로 가는 뱃길은 정기선이 있지만, 팸투어 일행은 백야도에서 낚싯배로 사도를 밟았습니다.
사도 선착장에 내려 가장 먼저 만난 풍경은 선착장 방파제에 널린 청각이었는데, 대량으로 말려지는 풍경은 처음이었습니다.
녹조식물인 청각(靑角)은 짙은 녹색의 사슴뿔 모양이라 하여 청각채 또는 녹각채라고도 하며, 주로 파도의 영향이 적은 얕은 바다 속의 돌, 바위, 조개껍데기 등에 부착하여 사는 해초입니다.
나야 바닷가에 사니 청각을 한 눈에 알아봤지만, 대부분이 도시인인 블로거님들에게는 상당히 낯설을 것이며, 말려지는 풍경 또한 처음봤을 겁니다.
사도 주민들에게는 노동이겠지만, 구경하는 우리에게는 귀한 그림이 된 청각이 말려지는 풍경입니다.
말려진 청각을 아주머니께서 비로 쓸어 거두었는데, 커서님께서 즉각 반응을 보였습니다.
사도는 모래가 많은 섬이기도 하지만, 25일에 실패한 나로호 우주선 발사장면 관망 최적의 장소가 사도였고, 한반도에 공룡이 번성했던 백악기(약 9,000만년 전)에 이곳 사도에도 공룡이 집단 서식했으며, 활발한 화산활동이 일어났던 섬입니다.
선착장을 빠져 나오면 마을 입구의 공룡 모형이 섬을 찾은 여행객을 반기는데 협죽도를 가득 안은 듯 합니다.
사도는 사도, 중도, 증도, 장사도, 추도로 이루어져 있으며, 사도·중도·증도·장사도가 바닷길과 모래톱으로 이어지고, 바다물이 많이 나는 사리 때에는 추도까지 합세하여 ‘ㄷ’자의 섬으로 연결이 됩니다.
▲ 바닥에 허멀겋게 널려진 것이 청각입니다.
▲ 친절한 안내도와 섬을 안내한 박계성 씨
팸투어 일행이 사도 설명을 듣는 사이 청각이 말려지는 넓적한 바위쪽으로 달렸습니다. 그동안 자유로이 다니다가 일행이 많으니 도로를 달리거나 한적한 곳의 풍경을 만나더라도 스치거나 마음껏 지체할 수가 없다는 것, 이 부분이 참 불편했습니다.
풍경을 만나고 사람을 만나 이야기를 나누고, 사람과 풍경이 함께인 풍경을 또 만나는 재미가 여행의 맛이거든요.
고추는 붉은 색이기에 금방 드러나지만 청각은 바위 색깔과 비슷하기에 사도의 사정을 모르는 방문객이라면 밟고 지나갈 수도 있을 것 같았습니다. 대중적인 해초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사도의 청각은 말려져 다른 지역으로 보내진다고 했는데, 밥집에서 식사시에 청각이 있는 음식은 만나지 못했습니다. 주재료와 부재료로 훌륭하며, 산지니 가격 또한 착할테니, 해산물무침, 해초샐러드, 된장찌개 등에 넣을 수 있으며, 여름날 냉국을 만들어도 좋으니, 청각에 관심을 가져 사도 주민들이 일상이 고단하지만은 않다는 걸 느끼게 해 주면 좋겠습니다.
지는 해에 할머님의 고단함이 묻어 있습니다. '그래도 오늘 하루도 잘 살았구나'하는 안도일 수도 있습니다.
드릴 수 있는 인사는, "할머니 건강하세요."뿐이었습니다.
할머니께서 앉아 계시는 물가로 가니 바위위나 틈에 청각이 널려 있었습니다. 청각은 바다속의 돌, 바위, 조개껍데기 등에 붙어 자라지만, 물살에 절로 떨어지기도 합니다. 미역과 다시마도 그렇습니다.
티 없이 선명한 청각입니다.
바다에서 바로 건진 청각은 물에 살짝 데쳐 초창에 찍어 먹거나, 젓갈을 넣어 무쳐도 되며, 해초샐러드, 냉국 등을 만들고, 말린 청각은 물에 불려 김장 때 배추 속에 넣거나 된장찌개에 넣으면 향과 함께 씹히는 맛이 일품입니다.
청각의 독특한 향기는 김치 담그는 데 쓰이는 젓갈이나 생선 비린내를 없애주고, 마늘냄새를 중화시켜 준다고 합니다.
청각 역시 다른 해초와 함께 무기질과 비타민, 칼슘과 인이 풍부하여 어린이의 뼈 발육에 좋으며 다른 해조류에 비해 철분이 많아 빈혈 예방에 좋으며, 비타민 C가 풍부하고 각종 미네랄을 함유하고 있어 피부 건강에도 좋습니다.
▲ 손바닥에 놓고 찍어 불투명하지만, 그래도 사슴뿔처럼 보이지요?
사도에는 19가구 30여명의 주민이 생활을 하며, 대부분 노령이지만, 여느 시골과 갯가마을처럼 일손을 놓지 못합니다. 노동이 곧 일상이며 삶입니다. 사도의 특산품은 돌김으로 김 작업은 겨울에 하지만, 여름에는 청각 작업을 하는데, 개인 작업일 때도 있지만, 마을 공동 작업을 할 때도 있습니다.
청각 작업을 마치고 귀가 중인 할머니를 만났습니다. 할머니는 작은 어깨에 청각망태를 메고 묵직한 지팡이에 나뭇가지같은 몸을 지탱하며 천천히 걸음을 옮깁니다.
바닷가의 바위는 생각보다 미끄럽기에 할머니의 걸음이 염려가 되었습니다. 할머니께서는 입구에 망태를 두라고 하셨는데, 섬을 한바퀴 돌고 올 동안 청각을 널고 계셨습니다. 이미 해넘이가 끝난 시간입니다.
조가비에 해초를 담아 소꼽장난을 하던 시절이 있었습니다. 우리는 어릴 때 소꼽놀이라고 하지않고, 일본말인지 모르겠지만 '반도깨미 산다'라고 했습니다. 작은 갯가의 소꼽놀이는 해초에 돌맹이를 빻아 양념을 했으며, 모래밥을 해서 조갑지에 담았습니다. 밥상은 납작한 돌이 되었으며, 숟가락은 약간 길쭉한 조갑지나 맛조개껍데기였습니다. 붉은 벽돌이 귀했기에 어쩌다 붉은색의 벽돌 동가리나 비슷한 색의 돌은 훌륭한 고춧가루가 되었습니다.
내가 이렇게 놀때 도시의 내 또래들은 어떤 장난감으로 놀았을까요.
누군가가 반도깨미를 살다가 두고 갔습니다.
풍경은 다르지만, 우리가 불렀던 노래, '낮에 놀다 두고 온 나뭇잎배는~'이 절로 흘렀습니다.
어떤 아이, 여자 아이겠지요, 그 아이는 그날 밤 꿈에 분명 조갑지와 해초로 반도깨미를 계속 살았을 겁니다.
▲ 나도 반도깨미 살았어요, 증표로 발이 나오게 담았습니다.
작은돌맹이로 탑을 쌓았습니다. 바닷바람 한 줌에 속절없이 무너질 수 있는 탑이지만, 걸음을 잡았습니다. 작은돌탑 위에도 청각이 말려지고 있습니다.
용왕님께 빌었을까요, 청각 잘 마르게 비가 내리지 않도록.
청각은 밤바람과 별빛에 몸을 말리며 아침을 맞았습니다.
우리도 새날을 맞았습니다. 이제 사도를 떠나야 합니다.
사도와 청각을 말리던 할머니, 바다냄새, 이 모든 것들을 오래도록 그리워할 것 같습니다.
* 2012 여수세계박람회 미리보기 : http://www.expo2012.or.kr/ko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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