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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이야기/진해 풍경

소사리의 가을

by 실비단안개 2009. 9. 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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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달진 문학관이 있는 마을이 소사동입니다.

83년 의창군 웅동면에서 진해시로 편입된 법정동이지만, 지역민들은 소사동 대신 옛지명인 '소사' 내지 '소사리'라고 부르며, 웅동수원지와 김달진 문학관이 있으며, 6~70년대의 거리를 재현하는 김씨가 있습니다.

 

소사리에 특히 많은 건 담쟁이덩굴과 감나무입니다.

문학관에에도 감나무가 일곱그루 정도 있는데, 맑은 가을볕에 잘 익고 있었으며, 담장의 담쟁이도 붉게 물이 들더군요.

 

생가의 작은 텃밭에서 고추를 수확했습니다. 고추를 수확하며 말리는 일은 집사님께서 맡아하십니다.

 

 

김달진 문학제가 막을 내렸지만, 생가에는 시화전이 11월 말까지 계속되며, 김장배추가 자라며 상추가 조심스레 올라왔습니다. 가을가뭄이 심해 집사님께서 상추밭에 물을 주었습니다.

 

 

군항제 때면 소개하는 이우걸 시인의 '진해역'이 펄럭이며, 정일근 시인의 시도 텃밭위에서 펄럭입니다.

정일근 시인의 시는 투명합니다.

 

둥근, 어머니의 두레밥상 / 정일근

모난 밥상을 볼 때마다 어머니의 두레판이 그립다.
고향 하늘에 떠오르는 한가위 보름달처럼
달이 뜨면 피어나는 달맞이꽃처럼
어머니의 두레판은 어머니가 피우시는 사랑의 꽃밭.

내 꽃밭에 앉는사람 누군들 귀하지 않겠느냐,
식구들 모이는 날이면 어머니가 펼치시던 두레판.
둥글게 둥글게 제비새끼처럼 앉아
어린 시절로 돌아간 듯 밥숟가락 높이 들고
골고루 나눠주시는 고기반찬 착하게 받아먹고 싶다.

세상의 밥상은 이전투구의 아수라장
한 끼 밥을 차지하기 위해
혹은 그 밥그릇을 지키기 위해, 우리는
이미 날카로운 발톱을 가진 짐승으로 변해 버렸다.
밥상에서 밀리면 벼랑으로 밀리는 정글의 법칙 속에서
나는 오랫동안 하이에나처럼 떠돌았다.
짐승처럼 썩은 고기를 먹기도 하고, 내가 살기 위해
남의 밥상을 엎어버렸을 때도 있었다.

이제는 돌아가 어머니의 둥근 두레판에 앉고 싶다.
어머니에게 두레는 모두를 귀히 여기는 사랑
귀히 여기는 것이 진정한 나눔이라 가르치는
어머니의 두레판에 지지배배 즐거운 제비새끼로 앉아
어머니의 사랑 두레먹고 싶다.

 

 

감나무 이파리는 곰팡이 같기도 하며, 할머니 손에 번지는 검버섯 같기도 하지만, 감은 같은 색으로 익습니다. 감나무 아래마다 생김이 다른 감 몇 개씩이 떨어져 있습니다.

 

 

 

 

김씨가 부릅니다. 김씨는 언제나, "실비단~"이라고 부릅니다.

꽁뜨에 갔을 때 따님만 있었기에 김씨가 실린 경남도민일보를 전해주었는데, 김씨가 볼일을 보고 온 모양입니다.

김씨는 누구를 만나면 자랑이 한없이 길어지는데, 어제는 진해 기적의 도서관 前관장님을 만났다고 하더군요.

자랑만큼 소득으로 이어지면 좋겠습니다.

 

 김씨의 어머니댁에도 감이 익고 있으며, 감 두개가 떨어져 있으니 김씨가 줏어, "좋은 건 실비단 먹어~" 합니다.

떨어지며 대부분 깨어지지만 그래도 좀 나은 늠이 있긴합니다.

 

우리는 꽁뜨의 바깥 탁자에서 원두커피를 마시다말고 전교조 선생님이 이사할 집을 구경했습니다. 아직 마무리가 되지 않았지만 거주를 하기에는 별무리가 없을 듯 합니다.

사람 사는 일이 소꼽놀이가 아닌데, 김씨가 나더러 소사리로 이사를 하라고 합니다.

 

 

 

수세미꽃이 가득한 이 집에는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계셨었는데, 수리중이기에 가보니, 할아버지는 돌아가셨으며, 할머니는 다른 곳으로 가셨다고 하더군요. 어르신들께서 꽃을 좋아하셨기에 화분에 철 따라 꽃이 피었는데, 새로 이사를 할 사람도 대문을 열어 두고 살면 좋겠습니다.

 

 

폴래폴래 선생님이 보이지 않습니다.

카메라를 들고 나가셨다기에 선생님을 찾아 나섰습니다.

소사리도 여느 시골과 마찬가지기에 텃밭마다 가을이 활짝입니다.

 

 

 

 

카메라창으로 참취를 한동안 보며 꼭 꽃다발같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돼지감자꽃을 처음 보았습니다. 대가 훌쩍한 끄트머리에 노란 꽃들이 피었더군요. 조경용이라면 밭에 이렇게 많이 재배를 하지않을텐데 -

폴래폴래선생님께서 마을의 할머니께 여쭈니, 돼지감자라고 하더랍니다.

 

 

앞서간 선생님께서 되돌아 오시며 대추를 주었습니다. 사과향기가 나는 대추라나요.

확인에 나선 나는 한 쪽 주머니에 탱자를 따서 넣고, 다른 주머니에는 대추를 터지도록 넣었습니다. 혹 걷다가 탱자와 대추가 도르르 구를까봐 주머니를 조심스레 안으며 걸었습니다.

 

대추는 큰개가 무서운 집의 소유일 수 있거나 주인이 없을 수 있는 대추입니다. 그 집으로 가는 길목에 있었지만, 그 집의 소유가 아닐 수 있기 때문입니다. 

 

가을을 주머니에 담아 가을속을 걸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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