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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마음 나누기/가본 곳

방명록으로 맞이방을 도배하는 무인역(無人驛)

by 실비단안개 2009. 11.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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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정한 여행가는 여행지의 풍경을 마음에 찍어 둔다고 하지만, 우리가 마음에만 담아 두기에는 세상의 많은 것들이 시시각각으로 변합니다.

 

1906.12.12 보통역으로 영업을 시작한 낙동강역(역이 낙동강 주변에 위치해서 붙여진 이름)은, 1962.12.20 현 소재지로 역사 신축이전하여 영업을 하다가 1997년 6월 1일 간이역으로 격하(삼랑진역에서 관리)되었으며, 2009년 5월 1일 무인역이 되었습니다.

낙동강역은 현재 한국철도공사 부산지사 밀양그룹역 삼랑진역과 명예역장이 관리를 합니다. 

 

 낙동강역에서 / 이기영

 

낙동강 철교를 지나간다

덜컹거리는 소음과 진동을 느끼며

안개 자욱한 시간을 건너간다

눈앞으로 갑자기 나타나는

일본식 양옥집을 연상시키는

낙동강역

내리려는 이 타려는 이 아무도 없는

간이역으로

기차는 한껏 속도를 줄인 채 천천히 내려선다

안개의 점령지 그곳

언제였나

어 이상 아무런 아쉬움도 남아 있지 않다는 눈빛으로

나를 배웅하던 젊은 날처럼

모호하면서도

거부할 수 없는 명령으로

무수한 안개 발자국이

나를 지운다

내 의지와는 상관없이 기차는 다시 떠나고

나를 지워버린 안개만

그곳에는 여전하다

('따로 또 같이' 동인지 「지독한 삶의 자유 」에서)

 

시인은 낙동강역이 간이역일 때 이 시를 지었나 봅니다.

낙동강역은 정말 그렇습니다.

저 어디쯤 역이 있(었)는데 하다가 잠시 딴 생각을 하면 낙동강역은 스치고 마는, 늙은 나무 사이에 웅크려있습니다.

역사 뒷산이 단풍으로 울글불긋합니다. 무인역이라고 가을이 비껴가는 것은 아닌 모양입니다.

 

정확한 안내가 없지만 공사를 한다는 표시를 해 둔 역사 앞에서 할아버지께서 10kg 단감 세 상자를 끕니다.

 

 

맞이하는 이 하나 없는 맞이방으로 버릇처럼 들어 섰습니다.

지난 여름과 다른 풍경이 펼쳐져 있었습니다.

 

"방명록이다~ 진짜 벽에 붙어 있네~"

약속의 반가움에 큰소리로 외쳤습니다.

맞이방은 여행객들의 흔적이 벽면을 채우고 있었습니다.

 

지난 여름 낙동강 명예역장님이 '낙동강역에 가면 □□□이(가) 있다'에 남겨준 댓글입니다.

낙동강역 2009.08.18
 
실비단 안개님!
낙동강역 명예역장 권영현 입니다.
기왕에 방명록에 쓰실것 같으면 매직으로 써주시지...
방명록 코팅해서 맞이방에 붙이고 있거든요..
암튼 낙동강역을 방문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그리고 블로그에까지 올려주셔서 감사합니다.
행복한 나날 되십시요.

 당시 매직이 보이지 않아 가방에서 볼펜을 꺼내 방명록에 예사로 남기고 왔는데, 명예역장님께서 검색으로 방문을 하셨는지 알 수 없지만, 포스트에 댓글을 남겨주셨습니다.

 

우리가 8월에 낙동강역을 방문했을 때 방명록에는 겨우 몇 사람의 흔적이 있었는데, 그 사이 많은 여행객이 낙동강역을 방문하였으며, 여행객들은 무인역의 아쉬움과 낙동강역의 부활을 기원하는 흔적들을 남기고 다음역으로 혹은 되돌아 떠났습니다.

그이들은 알까, 그들의 흔적이 소중하게 박제되어 있다는 사실을….

 

        ▲ 맞이방 입구                                                           ▲ 매표소 위와 개찰구 벽

 

        ▲ 볼펜으로 남긴 흔적을 찾았습니다 

 

 보통역이라면 마음대로 드나들 수 없는 개찰구인데, 흥분을 추스리기 위해 개찰구를 넘었습니다.

삼랑진역을 떠난 기차가 낙동강역을 스치고 갈 모양입니다. 팔을 크게 벌려 손을 흔들어 주었습니다.

 

 

낮 1시 02분 낙동강역 도착 무궁화 열차편으로 할아버지께서는 단감 10kg 3상자를  부산의 부전시장에 도매로 넘기러 갑니다.

할머니는 떫은감 한 상자와 대추를 부전시장 난전에서 팔기 위해 무궁화호를 기다립니다.

기차삯이 떨어지기는 할까 염려가 되어 여쭈니, 기차삯은 떨어진답니다.

 

낙동강역에서 부산 부전역까지 약 1시간 걸리며, 돌아 올 때는 오후 6시 30분쯤에 삼랑진역에서 내리는데, 그 시간에 낙동강역에 정차하는 열차가 없기 때문입니다. 

낙동강역과 삼랑진역은 걸어서 잠시의 거리이니 큰염려는 되지 않았지만, 감이 익어도 그 감을 달게 먹어 줄 손주와 소비할 식구가 없다는  것이 여느 시골 풍경과 같습니다.

 

무인역 낙동강역으로 기차가 들어 옵니다. 한림정역에서 달려오는 모양입니다.

기차표는 승차하여 차장에게 목적지역을 이야기하면 열차내에서 구입이 가능합니다.

 

 

 

 

낙동강역 열차시간

 경전선 상행선(무궁화)

 열차 번호  도착 시간  종착역  종착역 도착시간
 1952  13 : 02  부전  13 : 56
 1954  16 : 16  부전  17 : 11

 

경전선 하행선(무궁화) 

 열차 번호  도착 시간  종착역  종착역 도착 시간
 1941  10 : 52  순천  14 : 31
 1953  13 : 53  목포  20 : 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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