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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우야든둥 잘 묵자

더덕동동주와 빠가사리매운탕은 궁합이 맞을까?

by 실비단안개 2009. 12. 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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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것도 좋지만 입맛을 다실 수 있는 것이라면 더 좋을텐데, 제 손으로 농사를 짓거나 어장일을 하지않는 얼치기 시골살이다보니, 이웃이나 블로거 이웃에 신세를 져도 갚을 길이 없으니, 조금이나마 있을 때 나누자 싶은 게 김장김치이기에 흑백의 경아씨에게 연락을 했습니다.

 

경아씨의 오늘 고백이 제가 보낸 문자로 많이 웃었다고 하더군요.

"경아야 김장했는데 김치 가꼬 갈래?"

엄마가 딸에게 하듯이, 언니가 동생에게 하듯이 소리글로 보냈거든요.

 

김치가 그렇습니다.

끼니때마다 먹지만 김치 특유의 냄새는 적은 양이라도 진동을 하기에 대중교통을 이용한다는게 쉽지않기에 경아씨에게 우리집으로 오라고 문자를 보냈으며, 약속된 날이 오늘 오전이었기에 경아씨가 우리집으로 왔습니다.

 

우리 둘은 혼자 밥먹기를 싫어하기에 열번을 만나면 아홉번은 밥을 함께 먹습니다.

경아씨가 근처에서 좋아하는 밥집은 삼대추어탕인데, 지난해에 문을 닫더니 열 생각을 않기에 며칠전에 먹어준 '시인과 농부'로 가기로 했습니다.

 

시인과 농부에서 약간 돌아가면 김달진문학관이 있습니다.

비록 엄마의 수고로 담근 김장이지만 일년동안 문학관에 많은 신세를 졌기에, 따로 마련해 둔 김치통을 들고 문학관으로 가니, 학예사님께서 함께 식사를 하고 싶다고 하였습니다. 이럴 때 아이들은 아싸~ 하지요.^^

 

아침부터 몇 번 망설였습니다.

시인과 농부 이모에게 온돌방을 예약할까, 아니다 다른방도 괜찮겠다 - 그래도 아궁이에 불을 뗀 지글지글한 방이 좋은데….

 

 

대문을 들어서니 맞은편 아궁이에서 장작이 타고 있었으며, 도우미 이모가 온돌방으로 안내를 하기에 기분이 좋아 웃어주었습니다.

경아씨와는 전에 온돌방에서 스페셜을 먹어주었는데, 학예사님은 시인과 농부가 처음이라며 풍경에 놀라워하며 좋아 하셨기에 이 또한 흐뭇해서 웃었습니다.

 

시인과 농부는 시골길을 달려(지금은 포장이 되어 있음)가면 들판에 그림처럼 있는데, 시인과 농부의 풍경도 좋지만, 주변의 들판풍경도 좋습니다.

 

- 시인과 농부와 김달진문학관의 봄 이야기 :  영빈관에서 초대한대도 난 싫소

 

그리고 가장 중요한 건데, 풍경도 좋지만 더 좋은 건 주인이모의 마음과 미소로, 처음 카메라를 들었을 때, 마땅히 어디로 가야할지를 몰라 시인과 농부에 드나들었습니다.

서부해당화를 처음 만난곳이 시인과 농부며, 민가의 뜰에서 이른 봄에 산수유 노란꽃을 만나는 곳도 시인과 농부며, 양다래 하얀꽃을 처음 만난곳도 시인과 농부입니다.

 

오전시간의 영업집 방문이 예절이 아님을 알지만 딱히 갈곳이 없는 지역이다보니 오전시간, 오후시간 가리지않고 꽃을 담으러 갔는데, 갈때마다 싫은 내색없이 미소로 맞아주며 말벗이 되어 주었고, 때로는 커피를 얻어 마시기도 했습니다.

하여 작으나마 보답을 하고 싶어 블로거 이웃과 친구들을 만날 때, 시인과 농부에서 식사를 했는데, 한 번은 강원도의 정덕수 시인과 서울의 정희씨와 두부를 안주하여 더덕동동주를 취하도록 마시기도 했습니다.

한사정덕수 시인은 많은 이들이 노래로 부른 '한계령'의 시인입니다.

 

한계령 / 정덕수
 
 저 산은 내게 우지마라 우지마라 하고
 발 아래 젖은 계곡 첩첩 산중
 저 산은 내게 잊으라 잊어버리라 하고
 내 가슴을 쓸어 내리네
 
 아 그러나 한줄기 바람처럼 살다 가고파
 이산 저산 눈물 구름 몰고 다니는 떠도는 바람처럼
 저 산은 내게 내려가라 내려가네 하네
 지친 내 어깨를 떠미네

'한계령'시와 노래 듣기 : http://blog.daum.net/mylovemay/12604775

 

망설임없이 며칠전에 먹었던 빠가사리매운탕과 더덕동둥주를 주문하고, 이모에게 빠가사리를 보여 달라고 하니, 커다란통에서 뜰채로 빠가사리와 쏘가리를 떠 올려 주더군요.

 

빠가사리 :[방언]‘동자개’의 방언(강원).
동자갯과의 민물고기로 몸의 길이는 25cm 정도이며, 잿빛 갈색 바탕에 반점이 있고, 가슴지느러미와 등지느러미에 가시가 있으며, 입가에 네 쌍의 수염이 있는데 비늘은 없습니다.

 

메기처럼 수염이 있었지만 순한 생김이었는데, 생김과는 달리 요놈들이 얼마나 파닥거리는지 알아서 자세를 잡아주어 배와 옆모습 등 골고루 잡혔습니다. 모두 자연산이라고 합니다. 

 

        ▲ 빠가사리                                                               ▲ 쏘가리

 

빠가사리매운탕이 나오기전에 밑반찬과 더덕동동주가 나왔습니다.

음식에도 궁합이 있다는데, 막걸리에는 빈대떡이나 파전, 두부김치 같은 것이 궁합이 맞고, 와인은 치즈며, 소주에는 삼겹살이라고 하는데, 더덕동동주와 빠가사리매운탕은 궁합이 어떨까요?

막걸리가 아닌 동동주며, 동동주 중에서도 더덕향이 가득한 더덕동동주니 얼큰한 매운탕과 궁합이 잘 맞겠지요?^^

 

요즘이 꽈메기철이기에 저희 집에서도 꽈메기를 먹는데, 찬으로 미역과 함께 꽈메기, 청포묵과 배추김치 ·갓김치, 봄나물인 돋나물과 계절해초인 미역무침, 시금치무침, 감자조림과 비슷한 무와 고추장아찌가 나왔습니다.

 

 

경아씨는 술을 하지않기에 문학관 학예사님과 더덕동동주를 마시는데, 이모의 특별식인 해물파전이 나오더군요. 지금 생각하니 감사의 인사도 드리지 못하고 왔습니다.^^

 

해물파전옆의 하얀것이 무엇인지 아세요?

며칠전에 배추를 캐면서 혹시나 하며 배추 뿌리를 뽑았습니다.

그런데 요즘 배추는 뿌리가 예전같지가 않더군요.

 

배추뿌리를 우리는 배뚱구리라고 합니다.

어릴때, 엄마가 가마솥에서 시래기를 만들면서 배추뿌리를 함께 넣어 삶았는데, 별다른 간식거리가 없었던 시절이었다보니, 아궁이앞에 쪼그리고 앉아 배뚱구리가 익기를 기다렸습니다.

 

배추에 양념을 하면서 아버지께, 배뚱구리가 먹고 싶어 뽑아보니 어릴때 그런 뿌리가 아니더라고 했는데, 배뚱구리가 밥상에 올랐기에 반가웠습니다.

 

 

        ▲ 더덕동동주

 

더덕동동주는 더덕향이 진하며 일반막걸리보다 취기가 늦게 오릅니다. 어쩌면 제가 술꾼이 되어 가는 증거이기도 한데, 제가 무리않고 마셔줄 수 있는 술이 더덕동동주입니다.^^

 

드디어 빠가사리매운탕이 왔습니다.

가스불을 찰깍 켜서 한소큼 더 끓여 먹어주면 되는데, 밥의 양에 비하여 반찬과 매운탕이 많기에 밥을 아껴먹어야 합니다.

매운탕에는 빠가사리와 수제비, 야채 등이 어우러지며 민물고기다보니 산초(재피, 초피)향이 진한데, 아래 지역은 김치 등에도 산초를 넣지만 윗동네는 거슬릴 수 있을 겁니다.

 

 

저는 뭐든 잘 먹기에 맛과 음식의 궁합을 따지지않는데 간은 맞아야 합니다.

빠가사리매운탕맛이 딱 이맛이다라고 이야기를 할 수 없지만, 그동안 함께 한 이들이 맛이 달다고 했습니다. 이 또한 주관적이기에 각자 맛을 봐야 그 맛을 알 수 있겠지요.^^

 

더덕동동주는 모두 비웠으며, 나머지는 양이 많아 조금씩 남겼는데, 경아씨가 매운음식을 먹지 못한 탓도 있고, 양이 많았기 때문인데, 4명이 함께 하면 좋을 밥상입니다.

 

 

        ▲ 차림표

 

저와 함께 먹기 싫은 분은 네비게이션에 입력하세요.^^

시인과 농부 : 경남 진해시 소사동

                     055 - 551 - 0379

 

        ▲ 온돌방 풍경                                 ▲ 마당의 온실에서 자라는 채소          ▲ 단풍과 물레방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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