깽깽이풀이 서식하던 그곳은 그리 높은 곳이 아니었습니다.
그러나 숲속의 풍경을 기억해 두기란 쉬운 일이 아니기에 갈 때마다 이 나무옆인가, 저 나무옆인가 하며 헤매게 됩니다.
귀한 들꽃 서식지가 아니기에 이곳을 찾는 전문꾼은 없는 걸로 아는데, 이태만에 찾으니 깽깽이풀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계곡을 따라 걷다 진달래가 보이기에 진달래를 따라 오르다보니 길을 잃었습니다.
10여 센티쯤 될까 하는 산속의 낭떠러지 길을 따라 걷다보니 또 다른 작은 계곡이 나타났습니다.
계곡을 따라 내려가기로 했습니다.
계곡 끝엔 시내 내지 저수지가 있을 테니까요.
계곡을 따라 걷는 걸음은 힘들지 않았습니다.
수없이 솟아 오른 원추리를 보고, 남산제비꽃도 만났습니다.
남산제비꽃이 보인다는 건 높거나 깊은 곳이 아님을 말하는 것 같았거든요.
남산제비꽃을 보면서 자주빛제비꽃이 보고싶다고 생각하는 순간 발 아래에 자주빛이 봉긋하게 보였습니다.
발아래의 꽃이지만, 그것이 제비꽃인지 깽깽이풀인지 구분을 못했는데, 가방을 내리고 다가 앉으니 깽깽이풀이었습니다.
아직 활짝 피지는 못했지만, 봉오리와 이제 막 고개를 내미는 어린 봉오리를 만났습니다.
깽깽이풀
깽깽이풀은 매자나무과의 여러해살이풀로 전 세계 1종 1속으로 우리나라에만 있으며, 높이 약 25cm로 원줄기가 없고 뿌리줄기는 짧고 옆으로 자라며 잔뿌리가 달립니다.
깽깽이풀은 뿌리가 노랗고 잎 모양이 연잎 같아서 황련이라는 다른 이름으로도 불린답니다.
잎은 둥근 홑잎이고 연꽃잎을 닮았으며 여러 개가 밑동에서 모여나며, 잎만 연잎을 닮은 것이 아니라 깽깽이풀의 잎도 연잎처럼 물을 떨어뜨리면 또르르 물방울이 구른답니다.
4∼5월에 자줏빛을 띤 붉은 꽃이 피며, 꽃잎은 6∼8개이고 달걀을 거꾸로 세운 모양이며 수술은 8개, 암술은 1개입니다.
꽃의 수명은 짧아 2-3일정도 밖에 못 가며 바람에 쉽게 떨어지기에 잠시 한눈을 팔면 1년을 기다려야 만날 수 있는 꽃입니다.
깽깽이풀은 농번기가 시작되는 4월에 한가롭게 꽃을 피운다고하여 '딴따라', '땡땡이'라는 의미로 붙여진 이름이며, 깽깽이풀은 약으로 많이 쓰이기에 많은 사람들이 채취를 하고, 꽃이 예쁘게 생겨 관상용으로 보기 위해 많이 가져가기에 지금은 멸종위기야생식물 2급으로 분류되어 보호되고 있답니다.
멸종위기야생식물 채취, 훼손, 고사시엔 법에 의해 3년이하의 징역 또는 2천만원이하의 벌금형에 처해진다고 합니다.
그런데 멸종위기 식물인데 반해 검색을 하면 깽깽이풀이 수없이 쏟아지기에, 깽깽이풀이 멸종위기식물에서 제외가 된 건 아닌지 궁금하여 산림청에 깽깽이풀에 대해 알고 싶다고 올려두었습니다.
이태전에 깽깽이풀의 존재를 진해농업기술센터의 이상영연구관님에게 귀뜸을 했습니다만, 깽깽이풀은 꽃과 잎이 지면 가을부터 다음해 새 순이 날 때까지 그 존재의 흔적을 찾을 수 없는 식물이기에 그 자리에서 다시 만나기란 쉽지않습니다.
하여 제가 야생 깽깽이풀을 보호하는 방법은 장소를 비공개로 하는 것 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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