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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고향 이야기/벚꽃 · 웅천요(熊川窯)

여좌천이 남좌천이 됐지예?

by 실비단안개 2010. 4. 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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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마지막 벚꽃구경입니다.

놀이가 절대 아닙니다.^^

 

중원로타리 근처에서 잡다한 일을 본 후 진해역으로 갔습니다.

행사 기간에는 천막과 인파로 진해역을 제대로 담을 수 없기에 벚꽃 핀 진해역 풍경을 담고 싶어서였습니다.

그런데 역사 옆에 천막 한 동이 남아 있더군요.

담기야 담았지만, 철로가 있는 뒷풍경을 담기로 했습니다.

뒷태도 이쁜 진해역입니다.

  

 

진해역 / 이우걸

 

시트콤 소품 같은 역사(驛舍) 지붕 위로

누가 날려보낸 풍선이 떠있다.

출구엔 꽃다발을 든

생도 몇

서성이고.

 

만나면 왈칵

눈물이 쏟아질 듯한

오랫동안 잊고 살았던 그 순백을 만나기 위해

이 나라 4월이 되면

벚꽃빛 표를 산다.(시와 시학 2005. 봄) 

 

진해역 다음은 굴다리 아래를 걸어 여좌천으로 갑니다.

장복산과 삼밀사로 가려면 아무래도 요깃거리가 있어야 할 것 같아 김밥과 커피, 우유를 준비했습니다.

허기질 때마다 김밥 하나씩 먹으면 되니까요.

 

드디어 여좌천입니다.

그런데 무슨 이런 일이 -

군항제 폐막 이틀만에 여좌천이 엉망이 되었습니다.

물론 시에서 공사를 하는 것이겠지만, 세상에나~ 이런 여좌천은 처음입니다.

포크레인 두 대가 유채와 여좌천의 동글동글한 돌들을 파헤치다 말고 휴식 중이었습니다.

군항제가 폐막되어도 여좌천의 벚꽃을 즐기러 온 사람들이 더러 있었는데 이 일을 우야노 - 싶더군요. 

 

내년에 어떤 모습으로 태어날까 - 상상이 되지않는 일을 궁금해하며, 여좌천을 따라 걸었습니다. 

 

 

오전에 흐리다가 차츰 맑아졌으며, 바람이 많았던 하루였습니다.

여좌천으로 꽃잎이 후루루 날립니다.

 

 

내수면연구소 담장 옆의 여좌천입니다. 중상류쯤이지요.

여좌천은 병풍처럼 펼쳐진 장복산에서 흐르는 물줄기가 진해만으로 이어지는 아름다운 개천입니다. 

 

 

 

                          ▲ 여좌천에서 줌으로 담은 장복산의 삼밀사

 

여좌천변에 내수면 환경생태공원이 있기에 공원으로 갔습니다.

소풍 온 유치원생들의 재잘거림과 바람 소리에 날아갈뻔 했습니다.

그래도 무사히 한 바퀴 돌았습니다. 약 650m -

 

다시 여좌천을 걸었습니다.

도대체 어디에서 물이 내려올까, 끝이 어딜까, 여좌천의 시작이 어딜까….

 

그때 블로거 이웃 파비님이 아기와 저마치서 걸어오고 있었습니다.

아기의 학교 개교기념일이라 함께 생태탐방중이랍니다.

함께 장복산과 삼밀사에 가실래요 하니, 이제 마산으로 넘어가려던 참이라고 하더군요.

하여 환경생태공원에 꼭 들렸다 가시라고 했습니다.

 

여좌천 상류에 산책과 지압을 할 수 있는 작은 공간이 있는데 아래의 연못도 있습니다.

물 위 가득 꽃잎입니다.^^ 

 

 

파크랜드로 가는 좋은 길을 두고 마산 창원으로 가는 길 - 즉 본래의 여좌천 모습이 있는 곳으로 갔습니다. 산골의 개울같습니다.

근처에 횡단보도가 보이지 않아, 걷던 길로 돌아오지 못하고 있으니 순찰중이던 경찰차가 멈췄습니다.

위험한데 뭐하냐고 묻더군요.

하여, 횡단보도가 없어서 차 때문에 건너지 못하고 있다고 하니, 경찰관께서 도로를 살피더니 얼른 건너라고 했습니다.

 

도로를 건너 감사하다는 인사를 드리니 어디까지 가느냐고 묻더군요.

장복산으로 벚꽃 만날겸 조각공원으로 가는데, 조각공원으로 가는 길을 잘 모르겠다고 하니, 길이 먼데 하시며, 조각공원까지 안내를 해주시겠다고 하더군요.

 

경찰차에 탔습니다.

탈 때는 마음대로 타지만 내릴 때는 마음대로 내리지 못한다고 하더군요. 

농담인줄 알았는데, 뒷문이 자동으로 잠겨 있었습니다.

 

파크랜드 놀이동산을 지나 시민회관을 지나니 도로변에 유채꽃이 이뻤습니다.

경찰관이 묻더군요.

저 꽃 이름 아세요?

유채꽃요 -

 

에헤~ 겨울초꽃 - 경상도에서는 경상도말이 표준말인기라요~ 다시 해 보소 - 겨울초꽃 -

함께 좀 웃었습니다.

그리곤 여좌천의 공사 이야기를 했습니다.

 

하하~ 여좌천이 남좌천이 됐지요?

여좌천은 餘左川이지만, 오늘 女좌천이 되어 공사관계로 이쁘지가 않아 男左川이 된 겁니다.

나의 긴장을 풀어 준 유쾌한 두 분 경찰관이었습니다.

 

참, 아까 경찰관이 나를 발견했을 때 위험한 곳에서 뭘 했느냐고 재차 묻더군요.

하여, 중원로타리에서 부터 걸었는데, 여좌천의 시작이 어딘지 궁금해서 개천을 따라 걸었다고 했습니다.

초딩보다 못한 짓을 했으니 얼마나 한심했을까요.

 

경찰관 한 분이 장복산을 가르키며 정상의 바위를 보라고 하더군요.

왼편의 툭 불거진 바위를 가르키며, 

하늘에서 비가 내릴 때, 저 바위에 부딪쳐 진해쪽으로 떨어지는 빗물은 여좌천이 되어 흐르고, 다른쪽에 부딪치는 빗물은 창원으로 흐른다고 하더군요.

진실은 알수 없지만 잠깐의 거리임에도 기분좋은 안내를 받았습니다.

 

그리고 조각공원 앞에 - 정말 딱 - 그 자리에 정차하여 뒷문을 따 주었습니다.

그 경찰관중 한 분은 시를 쓰는 분이라더군요.

진해 충무동 파출소에 근무하신답니다.

충무동 파출소는 중원로타리에서 가장 가까운 파출소입니다. 

 

                          ▲ 삼밀사에서 안민고개로 가는 길에 담은 장복산 정상

 

오늘, 아마 10km이상 걸었을 겁니다.

중원로타리에서 시작하여 장복산 삼밀사에 들려 안민고개까지 걸었으며, 산을 내려 경화역을 지나 경화시장까지 걸었거든요.

경화장날이니 피해갈 수가 없었습니다.

 

혼자 오랜 시간을 걸었지만, 산을 구비구비 돌며 진해시가지와 진해만을 바라보며 - 참 살맛나는 날이네 - 였습니다.

그런데 집에 오니 너무 피곤하네요.^^

 

                          ▲ 내수면 환경생태공원 저수지변에서 줌으로 담은 진해시민회관과 산중턱의 삼밀사 

  

                          ▲ 삼밀사에서 담은 진해시가지와 여좌천(저수지옆의 바다로 가는 긴 벚꽃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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