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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수동 헌책방 골목 - 유명 작가 책은 품절이지만

by 실비단안개 2010. 6.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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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작스레 내리는 비로 일정에 차질이 있을 것 같아 김밥집에서 잠시 비를 피하였다가 택시를 탔습니다.

택시에서 피디수첩에 대해 이야기를 나눌 정도였으니 모범택시는 아니었던 것 같은데, 기사님은 몇 곳의 출입구중에 모범답안지처럼 농협앞에 내려주었습니다.

초록색으로 신호가 바뀔때를 기다리며 헌책방 골목 입구의 공사중인 건물을 봤습니다.

이곳도 개발을 피할 수가 없구나 생각했는데, 그 건물은 '보수동 책방골목 문화관' 신축 현장이었습니다.

가을이면 책방골목 문화행사가 있는데, 문화관이 완공되면 책방골목은 시민들에게 더욱 친숙한 공간이 될 것 같습니다.

 

부산 보수동 헌책방 골목은 우리나라에서 가장 큰 규모의 헌책방골목입니다.

진짜 헌책을 팔때와는 달리 요즘은 신간을 취급하기도 하지만, 여전히 헌책이 대세인 곳으로 책방 골목의 역사는 우리나라의 현대사와 함께 한다고 하여도 과언이 아닙니다.

 

1950년 6.25 사변 이후 부산이 임시수도가 되었을 때 이북에서 피난온 손정린씨 부부(舊.보문서점)가 보수동 사거리 입구 골목안 목조건물 처마 밑에서 박스를 깔고 미군부대에서 나온 헌잡지, 만화 등을 고물상으로 부터 수집한 각종 헌책등으로 노점을 시작한 것이 지금의 보수동 책방 골목이 되었습니다.

 

6.25 전쟁 이후 부산으로 피난 온 많은 난민들은 '국제시장' 일원등에서 정착하여 어려운 생활을 하였으며 피난온 전국의 학교들이 구덕산 자락, 보수동 뒷산 등에서 노천교실로 수업을 하였던 관계로 보수동 골목길은 수많은 학생들의 통학로로 붐볐습니다.

 

당시 사회는 어려워 서적의 출판문화가 제대로 자리를 잡지 못하여 수많은 학생과 지식인들은 공부를 하고 싶어도 책을 구하기가 어려워 헌책이라도 구입할 수 있으면 감지덕지였던 시절이었습니다.

이러한 상황에서 노점 헌책방은 수요와 공급이 늘어나 성황을 이루었고 노점과 가건물이 하나 둘 늘어나 책방 골목이 형성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곳은, 요즘식으로 말하자면, 우리 아버지들의 '지식창고'역할을 하게 됐습니다.

 

60~70년대에는 70여 점포가 들어서 문화의 골목, 부산의 명소로 자리 잡았으며 어려운 가정 형편으로 많은 학생과 지식인들은 자신의 귀중한 책을 내다 팔기도 하고 저당 잡히기도 하였으며, 다시 자기가 필요한 헌책을 싼값에 되사가서 학업에 충실할 수 있었습니다.

신학기가 되면 책을 팔고 사고 교환하려는 책 보따리가 가관이었으며 때때로 소장한 값진 고서도 흘러 들어와 많은 지식인 수집가들에게 화제가 되기도 하였으며, 또한 가족을 이별하고 피난 온 이산 가족들의 만남의 장소 이기도 하였으며 젊은이들의 추억을 만드는 장소로  이르고 있습니다.

 

이렇게 형성 된 보수동 책방 골목은 근래에는 경제 성장과 대형서점, 인터넷 서점으로 침체 된 상황이며 책방 골목 번영회에서는 2005년 부터 '보수동 문화 축제'를 개최하여 글짓기, 책방 골목을 배경으로 한 사진전, 도서 무료 교환, 고서 전시회, 불우 이웃 돕기 등을 하고 책이 필요한 곳에 최대한 기증하기도 합니다.

 

  

헌책방의 내부 풍경은 거의 비슷합니다.

주인도 모르는 책이 어느 구석에 있을 듯 하며, 책탑만큼 높은 사다리와 각양각색의 의자가 책들 사이에 있습니다.

보수동 헌책방은 시중의 신간서점과 마찬가지로 누구나 책방에서 책을 읽을 수 있으며, 공간이 좁다보니 의자는 수납공간이 되기도 합니다.

 

'古書店'은 가업을 물려 받아서 2대에 걸쳐 고서를 수집하고 그 자료를 아끼며  한국학에 관련된 자료뿐 아니라 민속자료등을 모으고 전파하는데 힘쓰고 있는 서점입니다.

블로그 운영 얼마후 '古書店'을 방문하여 젊은 주인과 이야기를 한적이 있었습니다.

지금도 그 주인은 어두운 책방에서 공부중이었으며 낡은 라디오에서 변함없이 음악이 흐르고 있었습니다.

 

 

                          ▲ 古書店의 古書들

 

20여년전이나 지금이나 보수동 책방골목의 풍경은 비슷합니다만, 책방골목의 통행로는 단장을 하여 걸음을 멈칫거리게 했습니다.

책방골목의 바닥타일에 훈민정음과 논어 등이 쓰여있으며, 책 제목과 저자의 이름이 있기도 하고 통영의 문화골목처럼  통신과 상하수도 맨홀뚜껑이 보수동 책방골목만의 향기를 가지고 있습니다.

 

 

'글벗 두번째' 가판대에 사진에 관한 책이 꽂혀있었습니다.

앙증맞은 의자에 앉아 돌장승이 웃기에 웃어 주고 사진책을 넘기며 산약초책을 뒤적이기도 했습니다.

 

 

글벗 두번째는 책탑 사이에 식물과 현대식 소품이 약간 있었기에 밝았습니다.

어쩌면 젊은 주인일거라는 생각을 하며 책방골목을 한바퀴 돌고오니 평상위의 책을 다시 정리하고 있었습니다.

 

 

책방 골목의 세대가 바뀌며 대를 이어 운영하는 古書店과 마찬가지로 책방을 연지 아직 1년이 되지않은 서른살의 그는 아버지와 어머니께서 책방을 하기에 다른 일을 하며 '글벗 두번째'를 운영한다고 합니다.

이야기를 하면서 손은 쉬지않고 책을 날라 전을 펼쳤습니다. 

 

 

                          ▲ 어머니가 운영하는 학문서점, 아들의 글벗 두번째, 아버지의 종합글벗

 

작은의자에 앉아 사진책을 넘길 때 손님처럼 다녀간 분이 글벗 두번째의 어머니였습니다.

어머니가 운영하는 학문서점은 아동도서와 참고서를 주로 취급하는데, 한켠에 사전이 쌓여있었습니다.

인터넷 검색이 대중화다보니 사전을 찾는 이가 있을까마는 여러 종류의 사전은 학생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우리때도 그랬지만 우리 아이들도 사전에 이름을 크게 적었는데, 쌓여있는 사전도 그랬기에 빙그레 웃었습니다.

어머니의 영업시간은 오전 9~10시 시작하여 오후 8시에 문을 닫는다고 했습니다. 

 

 

글벗 두번째의 아버지께서 운영하는 종합글벗은 책방골목과 도로변 두곳이 출입구가 됩니다. 

이른 시간이기도 했지만 평소의 습관인듯 여유롭게 음악을 들으며 도자기 사진첩을 넘기는 종합글벗 주인입니다.

종합글벗은 40여년이 되었으며, 2세가 간판이 다른 책방을 운영하지만 대를 이어 책방을 운영중입니다.

 

 

종합글벗 주인은 책방골목에 대해 여러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다른 책방과 마찬가지로 산야초에 관한 책들이 앞에 있기에 많이 나가느냐고 물으니, 요즘은 건강에 대해 관심이 많다보니 건강에 관한 책과 산야초책이 꾸준히 나가며, 천자문은 시대를 가리지않고 나가는 책이라더군요.

 

대학 강의록이나 소설 등 대부분의 책은 유명출판사와 교수, 작가의 책이 잘 나가는데, 지역의 출판사와 동네서점, 지역 작가가 어려운 건 예나 지금이나 같답니다. 

'토지', '한강', 태백산맥',  '아리랑', '삼국지', '혼불'을 비롯 10여가지는 없어서 못 판다고 했습니다.

 

헌책을 사가는 계층은 예전에는 (대)학생들이 많았지만, 요즘은 책값이 비싸다보니 필요한 부분만 출력하는 (대)학생이 많으며, 초중고는 교과서가 개편이 되어 예전의 책이 필요가 없기에 거래가 뜸하다고 했습니다.

그러나 기능직과 공인중개사 관련책은 꾸준히 나가는데, 안정된 직장이라도 언제 명퇴를 당할지 모르는 우리나라이기에 창업이나 제 2의 인생을 준비하는 이들이 많은 모양입니다. 

  

 

고서와 헌책을 찾는 층은 중류층과 일용직이 많은데, 중류층일 경우 한번에 수십권씩 사가기도 하며, 일용직은 비가 내리는 날에 책이 더 나가는데, 술한잔 줄이며 책을 구입해주는 그들이 참 고맙다고 했습니다.

 

경제가 어렵다보니 책이 10권 나가면 20여권을 사들여야 하는 형편이라 어렵기는 책을 사는 사람이나 책방이나 같다고 했습니다.

사들인 책은 제 때 팔려야 하는데, 책이 나가지않다보니 책장이 자꾸 높아진답니다.

 

 

오후 시간으로 접어드니 골목에 제법 활기가 넘쳤습니다.

책을 사지않더라도 오랫동안 구경을 하는 이, 귀한 책인지 몇 곳의 책방에 제목을 보여주며 책이 있는지 묻는 이도 있었습니다만, 대부분은 그저 골목을 지나는 행인이었습니다.

 

 

 

코팅장갑을 끼고 책장을 넘기는 청년이 있었습니다.

다가가 사진을 찍고 싶다고 하니, 지하 구경을 하라며 안내를 하더군요.

지하란 보통 하잘것 없거나 중요한 것을 보관하는 곳이라 고맙다는 인사를 하고 지하로 내려갔습니다.

지하에는 보통 책방과 같았으며, 내려간 계단이 아닌 맞은편의 계단을 오르니 북 - 카페가 나왔습니다.

북 - 카페를 듣긴 들었지만 시골에서 인터넷으로 책을 주문하기에 대형서점이나 북 카페를 이용할 일이 없습니다.

 

북 - 카페 '우리글방'입니다.

책을 읽고 제자리에 꽂아 달라는 안내와 차 종류가 있으며, 많은 양의 LP판이 꽂혀있습니다.

이런 풍경을 만나면 마음이 풍선마냥 불러집니다. 음악이 흐르고…. 

 

LP판 위의  '민족문화대백과사전(한국정신문화연구원)'이 눈에 들어 왔습니다.

민족문화대백과사전을 '글벗 두번째'에도 있었기에 값을 묻기도 했는데, 저렴한 가격에 "그래요?"했습니다.

 

이 책이 처음 발행되었을 때 대형냉장고 한 대의 값이었습니다.

우리는 그때 180L냉장고를 사용하고 있었기에 얼라아부지가 큰냉장고를 들이자고 했습니다.

그런데 내 평생 180L 냉장고를 사용할테니 민족문화대백과를 사야한다고 우겼습니다.

우기는데 장사없다고 그렇게 책을 손에 넣어 (자료용 사전이지만 재미있음)오랜날을 읽다가 인터넷을 알면서 책은 먼지를 뒤집어 쓰고 있습니다.

가끔 집안 정리를 할 때면 책이 무거우며 양이 많아 아이들이 재활용 수거날에 내놓자고 합니다.

그러면, 너희 비주얼박물관을 차라리 내놓자고 대응을 하면 아이들은 얼마간 조용한데, 몇 달전부터 내 컴퓨터 책상 아래에 쌓아 두었기에 컴퓨터 사용시에 다리 뻗기가 불편하지만 컴퓨터를 하지 않을 나이가 되면 다시 좋은 친구가 될 책입니다.

요즘 읽는 책은 대부분 식물에 관한 책으로 '내게로 다가온 꽃들(한얼미디어)' 첫번째 이야기를 구하는 중입니다. 

 

아~ 그후 우리는 냉장고를 두 번 바꾸었습니다.^^ 

 

 

참 지하에서 '갈대'로 유명한 시인, '신경림의 시인을 찾아서'를 꺼내 북 카페로 왔습니다.

'시인을 찾아서'는 신경림 시인이 시를 쓴 것이 아니라, 시인과 그 시인의 시를 소개한 책입니다.
한 권에 20명 이상의 시인이 등장하는데, 주로 시인의 생가나 살았던 흔적을 찾아가고, 그 시인의 삶과 살았던 시절, 그리고 시인에 대한 기억들을 더듬어 가면서 시를 소개하는 형식으로 되어 있습니다.
 

 

 

커피미니자판기가 있기에 셀프인줄 알고 나만의 컵에 커피를 눌러 담아 넓고 둥근 탁자에서 느긋하게 책을 읽고 있으니 코팅장갑을 낀 청년이 와서 "부르면 커피를 드리는데…." 하더군요.

커피와 잔이 있으니 혼자 마셔도 되는 줄 알았다니까 책값 4천원과 카피값 천오백원에서 500원은 깎아주었습니다.

 

신경림 시인의 책을 샀다고 내가 시를 알거나 신경림 시인을 많이 좋아하거나 그런 건 아닙니다.

시를 모르며 시인을 모르기에 조금은 다가가고 싶은 마음, 4대강 사업을 반대하는 시인, 사람사는 세상에 가면 만날 수 있는 시인, 김달진 문학관의 초대시인, 애국과 지구를 아끼는 마음이 눈꼽만큼도 되지않지만 재활용 차원 등의 이유로 샀습니다.

헌책 한권 구입한 주제에 너무 많은 의미를 부여하는군요.^^

아무튼 커피를 놓고 집이 아닌 곳에서 오랜만에 책장을 넘겼습니다. 

 

 

국가 지식경쟁력을 나타내는 국민 독서량 조사에서 한국인이 최하 순위를 기록했는데, 세계 30개국 13세 이상의 30,000명을 대상으로 인쇄매체 접촉시간을 조사한 결과, 30개국 중 우리나라가 가장 낮은 30위를 기록했다고 합니다. 

(선호 도서가 한정이다보니)저도 책을 읽지않는 축에 드는데, 인터넷 접속시간을 줄이고 책을 들어야 겠다고 다짐은 하지만 이게 잘 안되더군요.^^

 

고사위기에 몰린 동네서점들이 자구책을 마련하는 가운데 보수동 헌책방 골목도 불황에 살아남기 위해 번영회를 조직하고 자구책으로 새로 나온 책과 헌책을 함께 팔거나, 인터넷 판매 사이트를 만들고, 축제를 열어 보수동 헌책방 골목을 알리는 일을 하고 있으며, 대형 책 문화관 신축에 맞추어 바닥정비, 가게 셔터 그래피티 작업이 시작됐고, 조명 및 음악 방송 시설도 설치될 예정이라고 하니, 마실삼아, 여행삼아 책방골목을 기웃거려 보시기 바랍니다.

그곳에는 내가 알지못했던, 잊고 있었던 보물이 있을 수 있습니다.

 

- 보수동 책방골목 : http://www.bosubook.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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