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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누기/낙동江과 팸투어·답사

본포나루에서 짐 싼 '알 수 없는 세상'

by 실비단안개 2010. 7.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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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외수시인이 그랬다지요.

"창가에 드리워진 버드나무 이파리들. 미동도 하지 않는다. 긴장감. 금방이라도 억센 소나기 천지를 뒤엎을 기세. 비야, 어화 둥둥 내 사랑아. 석 달 열흘만 퍼부어라."

 

이걸 구르다 님은 더 감칠맛 나게 노래했습니다.

바람 불으소서 비올 바람 불으소서
가랑비 그치고 굵은 비 내리소서
물통이 넘쳐 사(死)대강 공사 아작내소서

 

더위를 식히려는지, 4대강 공사 아작을 내려는지 비바람이 붑니다.

모두 좋은데, 함안보와 이포보의 고공농성하는 분들이 많이 걱정됩니다.

 

우리가 곡강의 '알 수 없는 세상'에 갔던 날도 오늘처럼 비가 내렸습니다.

신발이 젖어 발이 부었지만 걷던 길을 멈출 수 없었습니다.

  

창원 동읍의 본포나루 '알 수 없는 세상'을 사진으로만 봤습니다.

낙동강과 알 수 없는 세상은 잘 어울리는 풍경이었으며, '알 수 없는 세상'은 정말 알 수 없는 세상의 숱한 이야기를 안고 있을 듯 했습니다.

알 수 없는 세상은 본포나루에 없습니다.

 

어디를 갈 때, 떠날 때, 검색으로 익혀 가는 곳이 있으며, 검색을 전혀하지 않아 그 느낌을 오롯이 안고 싶은 곳이 있는데, '알 수 없는 세상'은 뒤에 해당이 됩니다.

 

한 때 그랬지, 아~ 그 찻집, 그 시인….

어쩌면 영원히 만나지 않고 낙동강가의 전설로 두고 싶었는지도 모릅니다.

 

인연이란, 그 사람을 피해 돌아간 길에서 조차 만난다고 했습니다.

7월 16일 억수비가 내렸습니다.

천부인권 님과 수산대교를 건너 밀양 초동의 곡강정으로 갔습니다.

낙동강물은 급류였으며, 많은 부유물이 함께 흐르고 있었습니다. 

 

                          ▲ 곡강정의 팔문정과 수산다리 

 

곡강정을 나오면 이궁대가 보입니다.

잠시 이궁대 구경이나 하자며 산으로 걸으니, '알 수 없는 세상'이 있었습니다.

당시의 기분을 뭐라고 해야 할까요.

천부인권 님과 마주보며 알 수 없는 미소를 교환했습니다.

 

본포에서 짐 싸 떠난 '알 수 없는 세상'이 궁금했지만, 어디로 갔는지 궁금하지는 않았습니다.

그런데 의외의 장소에서 알 수 없는 세상을 만났습니다.

 

주인을 불러 "차 한잔 얻어 마실 수 있을까요"하니, 안으로 들라고 했습니다.

발이 젖어 들지 못한다니 닦으면 된다고 했습니다.

젖으면 닦거나 말리면 되지만, 처음 만남이기에 폐가 될 것 같아 망설이니, 주인이 "여기까지 와서 들지도 않고 그냥 가면 안된다"고 했습니다.

친정 언니가 있다면 아마 같은 모습일 겁니다.

 

'알 수 없는 세상'의 주인은 장윤정 시인입니다.

세상에는 워낙 많은 시와 시인이 있기에 경남낙사모의 낙동강 순례가 없었더라면 평생 모르고 지나갈 뻔 했습니다.

 

'알 수 없는 세상'을 좀 더 자세히 알기 위해, 국제신문 편집부장 박창희 님이 쓴 낙동강 따라 흘러간 삶의 풍경과 사연이 적힌 '나루를 찾아서(서해문집)'를 주문하여 읽고 있습니다.

 

책이 배달되었을 때 가장 먼저 읽은 부분은 '엄마야 누나야 - 본포나루'였습니다.

 

엄마야 누나야 - 본포나루

 

창원시 동면 본포리에 있는 낙동강의 옛 나루다. 물론 지금은 배도 없고 뱃사공도 사라졌다. 낙동강의 많은 나루들이 그러했듯, 이곳 역시 산업화 물결에 휩쓸려 부잣집 서까래 내려앉듯 쇠락했다. 옛 나루터 자리에는 본포대교가 놓여있다. 

 

중략 

 

본포나루에는 명물이 하나 더 있다. 본포다리 옆 옛 나루터 자리를 차지하고 앉은 찻집이다.

1965년 낙동강 홍수 때 유실되었다가 그해 8월 다시 지어졌다고 하는데, 운치가 여간 아니다. 찻집 이름이 재미있다. '알 수 없는 세상'.

강둑길을 따라 내려가면 갯버들 가지에 걸린 간판이 강바람을 따라 그네를 타듯 인사한다.

찻집은 비좁고 허름하지만 있을 건 전부 있다.

 

그리곤 지금은 고인이 된 이선관 시인의 '알 수 없는 세상' 시가 이어집니다.

 

장윤정 시인은 2000년에 본포나루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알 수 없는 세상은 부산, 경남, 울산은 물론 멀리 서울에서 온 문인들이 즐겨 찾는 '사랑방' 구실을 했는데, 집이 하천부지인 제방 위에 있어 수해 등의 우려가 있다는 이유로 부산지방국토관리청이 이 집을 철거하겠다는 통보를 보냈습니다.   
 
시인은 "그동안 이 곳을 아끼는 지역 문인들이 국토관리청과 창원시 등에 나루터를 살려달라는 진정을 여러 번 냈으나 현행법상 곤란하다는 대답만 돌아왔다. 어려웠던 시절 우리 부모 세대의 정취가 고스란히 녹아 있는 문화유산을 잃게 생겼다"며 뜻있는 지역민과 문인들이 나루터 살리기 음악회를 열었으며, 부산 경남지역 문인, 시민 등으로 구성된 이들은 '1만 명 나루터 철거반대' 서명운동에 들어가기도 했습니다.

많은 관심에도 불구하고 '알 수 없는 세상'은 철거가 되었으며, 장윤정 시인은 밀양 초동의 곡각정 위로 추적추적 걸어 갔습니다.

 

 

'알 수 없는 세상'은 구비지는 낙동강 위에 있습니다.

찻집의 커다란 유리문 멀리 본포나루가 바로 보이는, 풍경이 기막힌 곳입니다.

이제 1년이 넘었으며, 그동안 찻집 허가가 나지않아 애를 먹기도 했는데, 이제는 철거가 되지 않을 정도의 위치에 찻집을 열었지만, 아직 많이 알려지지 않아 아름아름으로 '알 수 없는 세상'을 찾아 온다고 했습니다.

 

마루에는 몇 가지의 악기가 있으며, 가운데 그네가 있습니다.

휴식이 필요할 때 쉬는 공간이 될 수 있겠지만, 우리가 볼 때 알 수 없는 세상 전체가 아늑한 쉼터였습니다.

감물을 들인 린넨커튼 너머로 본포나루가 흐릿합니다. 

 

 

알 수 없는 세상은 큰유리문이 있으며 다른 벽의 창문은 앉아 밖을 볼 수 있도록 낮은 유리문이며, 책이나 소품들이 재미있게 배치되어 있습니다.

시인이 차를 내립니다.

 

비가 내려 검정색 긴원피스가 날씨와 잘 어울린다고 하며 구제품 가게에서 싸게 구입한 민소매옷을 입지않는 블로우스의 소매을 댔답니다.

그러다보니 옷이 두 벌이 생겼으며, 커튼은 떫은감으로 물을 들이는데, 땡감을 주어 믹스에 갈거나 찧어 즙을 내 물을 들인답니다.

제품보다는 천이 물이 골고루 잘 든다기에 흰색이 부담스러워 입지않는 블라우스에 감물을 들여야 겠다고 했습니다.

 

이궁대와 구형왕 이야기에 눈동자를 반짝이며, 기부와 봉사에 앞장서는 빌 게이츠같은 삶을 살고 싶다는 시인은 차를 내릴 때는 또 다른 모습입니다.

 

   

 

 

 벽에는 본포나루 시절의 '알 수 없는 세상'풍경이 있는데, 시인은 그 풍경이 참 좋다고 합니다.

우리가 어느날 집을 강제철거 당해 고향을 떠난다면 아마 같은 생각일 겁니다.

 

김용택 시인이 다녀가셨는지, 내사랑은 당신입니다가 있습니다.

사랑 시를 좋아하지 않지만, 김용택 시인의 시는 모두 좋습니다.

 

아름답고 고운 것 보면

그대 생각납니다

 

이게 사랑이라면

내 사랑은 당신입니다

 

지금 나는 빈 들판

노란 산국 곁을 지나며

당신 생각입니다

 

저 들판을 가득채운 당신 

이게 진정 사랑이라면

당신은 내 사랑입니다.

 

김용택 '내 사랑은'중

 

사랑의 대상이 어찌 사람만이겠습니까.

 

비가 그칠 기미가 없었습니다.

동네에서 얻었다는 수련씨앗이 발아를 했으며, 마당만한 텃밭에는 채소보다 꽃들이 더 많은데, 석달 열흘 잠을 못자도 좋은, 백일동안 끼니를 걸러도 좋은, 마음에 쏙 드는 '알 수 없는 세상'이었습니다. 

 

 

수산다리를 지나면서 천부인권 님에게 그랬습니다.

비닐하우스가 없으면 들판 풍경이 참 좋을 텐데….

 

풍경을 사진으로 담지 않는다면 이런 생각을 하지 않았을 것이며 앞으로도 그럴 겁니다.

풍경에 거추장스러운 게, 전봇대, 전선, 가로등, 비닐하우스 등입니다.

'알 수 없는 세상'의 대문없는 대문간에서 아래를 보면 들판이 온통 초록입니다.

굵은 비가 내리니 더 짙은 초록들판입니다.

옛날에 저곳이 습지였답니다. 하여, 지금도 비닐하우스시설을 하지 못한다고 합니다.

참 다행이지요.

 

 

알 수 없는 세상 / 이선관

 

창원시 동면 본포리

새로 놓인 낙동강다리 건너기 전

강변 나지막한 곳에

언제 자리 잡았는지

'알 수 없는 세상'이라는 찻집이 있더이다.

집주인은 오십대 초반의 중년 여인

손님이 오면 차와 함께

직접 기타를 치면서 서너 곡의 노래를 들려주는

참으로 멋진 여자라는 생각이 들다가

대여섯 평 면적에 열서너 명이 앉을 수 있는 의자

한 백오 호가 될까 말까 한 크기의 창밖에는

새로 놓인 다리

말없이 흐르는 강물

강변 모래

간간이 날아오르는 철새들

창밖의 풍경이 그림인지

저쪽에서 보는 우리가 그림인지

참으로 알 수 없는 세상이더이다. 

 

 

詩人의 마을

江을 노래하는 사람들 : http://cafe.daum.net/kangnosa

志友 장윤정 055)391-6409 017)587-7421

강을 노래하는 사람들 카페 회원이 아니기에 시인의 사진을 올려드릴 수가 없습니다.

명함에 메일 주소도 없고요. 혹, 가까운 분이 계시면 연락 주시면 사진을 보내드리겠습니다.(ivy9661@hanmail.net)

  

 

사이판 총격 피해자 박재형 씨 방송 안내

 

7월 30일 금요일 오전 6시~

SBS 출발! 모닝 와이드http://tv.sbs.co.kr/morningwide/

 

많은 시청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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