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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누기/끌리면 읽기

퇴원 열흘째

by 실비단안개 2011. 4.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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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원하고 처음으로 탕목욕을 했습니다.

뇌혈관조영술 후 붙인 반창고도 오늘에서야 뗐습니다.(무지 소심)

 

마우스질이 자유롭지 못했습니다.

체했겠거니... 했습니다.

그런데 이틀후 또 마우스질이 자유롭지 못했기에 밤중이라 응급실로 갔습니다.

ct촬영을 하고 약 몇 가지를 주사맞은 후 입원 권유를 뿌리치고 집으로 돌아 왔습니다. 내일(3월 17일)이 기브스를 푸는 날이기에 몸이 자유롭지 못하면 내일 입원을 하면 되니까요.

 

기브스를 한지 한달이 넘었습니다.

그런데 병원에서는 다음주 월요일에 기브스를 풀자고  합니다.

몇 주를 참았는데 며칠을 참지 못하겠습니까. 참을 수는 있지만 기분이 유쾌하지는 않았습니다.

병원가기전에 블로그를 보니 꼭 2000일이 되는 날이었기에 기분좋게 기념 포스팅을 하려고 했거든요.

 

 

 

 

응급실 당직의사는 정형외과 과장이었습니다.

정형외과와 신경외과가 다르기에 지난밤에 찍은 ct는 신경외과에서 확인하라고 했습니다.

ct는 많은 것을 이야기 해 주지 않았지만 내 설명을 들은 의사는 mri를 찍어 보는게 좋을 것 같다고 했습니다. 그것도 빨리.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엄마를 만나 아구찜을 먹고 집으로 왔습니다.

 

3월 18일.

학원에서 돌아 온 작은늠이 자기가 보호자할테니 병원에 가잡니다.

나쁜늠, 니 꼬라지를 봐라, 누가 환잔지.

그래도 지가 보호자를 할테니 mri를 찍어 보잡니다.

ct두번 찍을 때 궁금하여 눈을 살짝 떴다고 했더니 큰아이가 그 정도는 괜찮다고 했습니다.

mri를 찍을때는 마칠때까지 눈을 꼭 감고 있었습니다.

우주인이 쓰는 이상한 것들을 씌우기에 우주로 날아 갈 줄 알았는데 멀쩡했습니다.^^

 

다시 신경외과 의사를 만나니 촬영 결과를 보여주며 지체말고 큰병원으로 가라고 했습니다.

내가 산부인과 수술을 받을 때도 의사는 그랬는데...

 

진해연세병원에서 부산 동아의료원에 가려면 2시간 정도.. 진해 경계까지 택시로 이동을 했습니다.

중간에 작은늠을 집에 내려주고 큰아이를 태워 동아의료원 응급실로 갔습니다.

큰아이가 보호자가 되어 이것저것 기록..

잠시 의사와 면담이 있었지만 병실이 없어 응급실 보호자대기실에서 식사를 하고 밤 9시가 넘어서야 신경외과가 아닌 내과 병실에 입원 했습니다.

의사는 다음날 오후 늦은 시간에 만날 수 있었지요.

우리집 보호자들은 호들갑스럽게 굽니다.

나는 동아의료원을 믿기에 마음이 느긋한데.^^

그 사이 일요일이 지나고 월요일이 되었습니다.

 

검사는 새벽부터 시작되었습니다.

당검사를 하루 4회하기에 당이 높지 않기에 궁금해하니 원래 그렇게 검사를 하는 거랍니다.

왼팔에 기브스를 했기에 주사들은 왼발에 주어졌습니다. 큰바늘이라 아팠습니다.

아픈곳은 팔목뿐인데 중환자꼴이라고 하니 큰아이가 엄마 중환자 맞거든~ 했습니다.

 

심장초음파, 목초음파, 머리초음파 검사를 했습니다.

계속 이야기를 한 팔목 기브스 푸는 일이 의논되었는지 밤 9시쯤 기브스한 곳을 3번 찍었습니다.

그런데 다음날인 화요일에 냉정한 결과가 나왔습니다.

동아의료원에서 기브스를 하지 않았기에 1주일 후 다시 촬영하여 결과에 따라 풀어 줄 수 있다고. 맞는 이야깁니다.

검사시 좀 불편하더라도 참기로 했습니다.

경남도민일보 김훤주 기자와 딜그리메님이 늦은 시간에 다녀가고 큰아이는 처음으로 집에서 잠을 자기로 했습니다.

혼자 병원에서 잤습니다.

여러가지 검사로 힘들었기에 푹 잤습니다.

 

의사선생님 만나는 회수도 늘었습니다.

그동안 내가 부탁한 이비인후과와 산부인과 진료를 받게 해 주었습니다.

기브스를 했을 때 부터 왼쪽 귀가 가려워 식구들에게 자꾸 파 달라고 했는데 그때마다 식구들은 그냥 동굴이야 했습니다.

그렇지만 나는 벌레가 있는것 같아 불편하지만 오른손으로 왼쪽 귀를 팠는데, 의사선생님 말씀이 귀를 너무 많이 파 코팅이 벗겨져서 그렇하다나요. 휴~;;

 

3월에 원래 산부인과 진료가 예정되어 있었기에  환자복 차림으로 산부인과를 찾았습니다.

3번째인가... 바뀐 선생님은 참 쉽게 넘어갑니다.

물 뽑지 맙시다..

약 남아 있는데요..

그럼 처방하지 않겠습니다.

그 의사선생님은 내 편같아 좋습니다. 이제 진료는 3개월에서 6개월이 되었습니다.

별 이상이 없는 한 일년에 두번만 산부인과에 가면 됩니다.

 

집에선 엄마가 난리가 났습니다.

걸핏하면 아픈 늙은딸이 걱정되며 보고 싶은 거지요.

하여 아이들과 얼라아부지께 엄마오시면 병원 탈출 할테니 그렇게 전하라고 했습니다.

순진한 얼라아부지 내가 정말 병원을 탈출할 줄 알고는 엄마께 그대로 전한 모양입니다.

작은늠 말이 할무이가 눈물 콧물 범벅이 되어 엄마 보고 싶다고 하니 딱 한번만 면회를 허락하면 안되겠느냐고 합니다.

딱 한번만이다!

그렇게 엄마가 병원을 다녀갔습니다.

 

자잘한 검사와 진료가 끝났습니다.

수요일에 할 검사는 뇌혈관조영술입니다.

나는 산부인과 분만실도 무섭고 수술실도 무섭습니다. 잘못되면 - 이런 생각보다 기계와 조명이 무서운데 수요일에 다시 수술실 비슷한 혈관촬영실에 들어가야 했습니다.

 

나는 전날 수련의께 보호자가 없다는 이야기를 했는데 수요일 오전에 보호자가 꼭 있어야 한다고 했습니다.

여자의사가 남자의사께 환자께 잘못 전달했다며 눈을 흘겨 쏘아 붙이기에 흠칫했습니다.

나중에 남자의사가 와 다시 서명 등을 요구할 때 잘 좀 하라고 했습니다. 환자인 나보다 선생님이 더 염려스럽다고.

매일 혼나면서 산대요. 하루잠을 1시간 30분 자도 많이 잔다고 혼나고.

학교로 가던 아이가 다시 돌아 왔지만 혈관촬영실에는 오후 3시가 넘어서야 갔습니다.

링거를 왼팔에 꽂아야 한다며 또 굵은 바늘을 찔러 아팠지만 링거는 왼쪽발에 계속 맞았습니다.

 

혈관촬영실은 수술실이나 시술실 등과 같았습니다.

무서워서 눈을 꼭 감았습니다.

움직이지 마세요, 침 삼키지 마세요 - 를 다섯번 정도 들은 것 같습니다.

긴장되어 침도 고이지 않았지만 나는 침을 삼키지 않는 척 했습니다.

혈관촬영시간은 개인에 따라 30분에서 2시간 정도 소요된다고 했는데 30분만에 마쳤습니다.

촬영실을 나오니 큰아이가 좋아했습니다.

 

촬영기구를 넣은 동맥자리에 모래주머니가 올려지고 10시간을 꼼짝않고 있어야 했습니다.

마취가 풀려도 아픔은 느끼지 못했는데 장시간 한자세로 누워있으니 허리가 무지 아팠습니다.

야속한 간호사들은 10시간을 꼭 채운 새벽 2시에 나를 자유롭게 해 주었습니다. 멍도 들지않고 잘 되었다네요.

 

그 사이 동생네와 얼라아부지가 2~3일 후에 나온다는 결과를 기어코 의사를 만나 듣고 갔습니다.

한쪽 뇌가 죽어 있는듯이 보이지만 우리에게 보이지 않는 부분으로 피가 공급되며 약간의 혈관이 보이는 왼쪽은 혈관조영술로 충분하다고 했습니다.

참, 산부인과에서 처방받아 먹던 호르몬약 복용에 대해 의사에게 물으니 호르몬약이 뇌경색을 유발할 수 있으니 복용을 중지하라고 했습니다.

 

목요일 오전에 의사는 "내일 퇴원하세요"했습니다.

어제 엄마에게 결과를 보고했기에 엄마가 병원에 오셨습니다.

팔순인 엄마는 허리가 90도며 자리만 보면 눕고 싶어 합니다.

 

하루 한시간 수업을 위해 작은늠은 부산의 학원을 다닙니다.

작은늠이 할머니를 하단에서 택시로 태워 보낸 후 수업을 받고 병원으로 왔습니다.

큼직한 종이봉투를 내밉니다.

아이 말이, 엄마가 무서워 할머니가 들려준 과일봉투라고 합니다.

내가 그 정도로 못된 딸이었나...

팔순 엄마가 지하철을 타기 위해 계단을 오르내리는 것도 그렇거니와 여러번 차를 갈아 타야 하기에 내 딴엔 엄마가 염려되어 병원에 오시지 말라고 했는데..

엄마에게 과일을 깍아 달래서 병실식구들과 나누어 먹었습니다.

와중에 작은늠은 프레스 블로그에서 보내 온 마스(mas)선물세트를 들고 와 자랑을 합니다. 현빈이 광고하는 비타민이 좋다나요. 그러니 엄마 빨리 퇴원하여 마스카페에 가입하고 리뷰도 열심히 쓰라고 합니다.

 

참 그 사이 내과병동에서 신경외과 병동으로 이사를 하기도 했습니다.

큰아이가 없었기에 병실식구들이 이사짐을 날라 주었습니다.

 

3월 25일.

이른 시간부터 부산하게 움직였습니다.

입원하여 처음으로 밥을 한공기 다 먹었습니다.

현재로선 자가진단이 가능한건 컴퓨터질뿐입니다.

퇴원준비를 한 후 휴게실 컴퓨터를 하고 오니 병실식구가 원무과에서 연락이 왔다고 합니다.

가까운 마트에 가 딸기를 3박스 샀습니다.

잠시지만 정이 든 병실식구들과 고마운 간호사언니들에게 드렸습니다.

계산은 가계산과 별반차이가 없었습니다.

계산을 마치고 얼라아부지께 전화를 했습니다.

 

생각보다 모든것이 빨랐습니다.

집으로 오는길에 개나리가 노랗게 피었습니다.

봄이네...

 

진해연세병원으로 갔습니다.

병원에서 걱정을 많이 한 모양입니다.

기브스를 풀었는데 내 팔이 내 팔이 아니었습니다.

손목보호대를 해주었는데 엄지손가락이 닭다리가 되었습니다.

기브스를 했을 때는 의지할 게 있어 컴퓨터에 글을 쓸 수 있었지만 기브스를 푸니 아무것도 할 수 없었습니다.

5주 5일 기브스를 했기에 때가 많아 3일간 아이가 씻겨주었고 그후부터 물리치료를 받으러 다니며, 지난주 목요일에는 동아의료원에 진료를 받으러 갔습니다.

 

하단에서 지하철을 타고 서대신동역에 내렸는데 엘리베이터가 고장나 점검중이었습니다.

혼자하는 첫외출이며 아직 어지럽기에 무섭고 조심스러워 에스컬레이터를 타고는 뒤를 한번도 돌아보지 못했습니다.

예약환자이기에 별다른 수속없이 2층으로 갔습니다. 에스컬레이터가 무서워 2층이지만 엘리베이터를 탔습니다.

혈압을 혼자 재랍니다. 보통 90에 70인 혈압이 병원 생활을 하는 중에 110에 90이 되었는데 퇴원 1주일만에 잰 혈압도 같았습니다.

차재관선생님과 면담을 했습니다. 시술부분이 부었다고 하니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 진다고 했으며 약 한달치를 처방해 주었습니다.

다시 동아대 학교차를 타고 동대신동역에 내려 지하철을 탔으며 하단에서 연세병원으로 바로 가 물리치료까지 받았습니다.

장시간이었기에 피곤하긴 했지만 혼자 훌륭하게 병원을 다녀왔습니다.

 

정신이 깜빡깜빡하여 빨리 기억을 해 낼 수 없고, 긴 뉴스같은 건 읽기가 싫습니다.

글도 쓰기 싫고 사람들과 말하기도 싫어질 때가 있습니다.

식구들은 빨리 일어나 사진찍고 블로그 해야지 하지만 아직 벚꽃 사진 한장 찍지 못했습니다.

 

어제는 통영에 동행한 동창이 왔기에 만나 밥을 먹고 통제부와 해안도로를 한 바퀴 돌았습니다.

살짝 쌀쌀한 날씨였지만 친구들 덕분에 마음이 많이 가벼워졌습니다.

 

진해날씨가 참 좋습니다.

벚꽃은 하루가 다르게 활짝활짝 피어나고... 봄날은 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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