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창녕장 수구레국밥, 인심을 흔들다

by 실비단안개 2011. 11.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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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버지 만난다는 설레임에 아침을 먹지 못했습니다.

아버지를 만나러 가지 않고 다른 일로 나서더라도 우리는 대부분 아침을 먹지 못하고 집을 나섭니다.

추적이는 빗속을 달리다보니 배가 고파왔으며, 뭔가 뜨끈한 그런것을 먹고 싶던 차 창녕을 지나게 되었습니다.

수구레?

 

 

국밥을 좋아하지 않지만 얼마전 1박2일 전국 유명 재래시장편에 방송된 창녕장의 수구레국밥이 생각났습니다.

국밥을 즐기지 않는 이유는 국에 밥을 말면 밥알이 퍼지기 때문인데, 국밥과 마찬가지로 비빕밥도 즐기지 않습니다.

 

창녕장은 기억하기 좋은 게 우리 진해 경화시장날과 한 날입니다. 그러니까 3일과 8일이 창녕장날인 겁니다.

우리가 창녕장에 간 날은 11월 6일 일요일로 창녕장날이 아니었기에 시장의 그 수구레국밥은 먹을 수가 없었지만, 우리는 수구레국밥을 파는 국밥집을 찾아 창녕군청앞을 지나며, (우리가 못 찾아 그럴수도 있겠지만 어디에도 창녕시장 안내판이 보이지 않아) 우산을 들고 가는 몇 분에게 창녕시장을 물어 겨우겨우 시장통을 찾았습니다.

 

시장통으로 가는 길에 원조 수구레국밥집을 몇 번 만났지만 우리는 시장과 가차운 수구레 국밥집을 찾아 들었습니다.

 

▲ 창녕5일장 - 붉은동그라미 부분이 이수근이 먹은 수구레국밥노점이며, 시장통을 중심으로 국밥집 몇 곳이 있었습니다.

 

창녕장은 3일과 8일엔 장이 서며, 장날이 아닌날엔 주차장으로 이용하는데, 이른 시간임에도 여러대의 차가 주차되어 있었으며, 비를 피하는지 아침마실을 나오셨는지 어르신들께서 말씀을 나누고 계셨기에 어느 국밥집이 수구레국밥을 잘 하느냐고 여쭸습니다.

 

원래 수구레국밥은 장날에 한 곳에서 팔았는데 1박2일 방송 후 전국에서 국밥을 먹고자 몰려오다보니 일반국밥집에서도 수구레국밥을 취급하며, 장날에는 줄을 어디까지 서 기다렸다 수구레국밥 한 그릇을 먹고 간다고 합니다.

수구레국밥 방송후 창녕장은 관광지가 되었으며, 하루 몇 솥을 끓이지만 양이 모자라다보니 물을 더 붓고 끓이다보니 국밥이 제 맛을 못낼 때가 있기도 하며, 여기저기 원조라고 붙여 장사를 하다보니 당국에서 시정명령을 하기도 한답니다.

1박2일 재래시장편 창녕장 수구레국밥이 순박한 시골장터의 인심을 흔들고 있지만, 그날도 여전히 '원조'는 펄럭이고 있었습니다.

 

우리가 먹은 토속돼지국밥집은 돼지국밥, 순대국밥, 순대전골전문점이었는데 1박 2일 방송 후 수구레국밥을 취급하게 된 집입니다.

비가 내리는 이른 시간이었지만 손님이 있었으며, 우리가 수구레국밥 2개요 하니, 밥이 한공기뿐이니 좀 기다려 달라고 했습니다.

우리는 한공기면 충분하니 수구레국만 두 그릇을 달라고 했습니다.

 

 

▲ 원차림표에 없는 수구레국밥이 추가되어 있습니다.

 

수구레란, '수구리'라고도 하는데 수구레는 소의 가죽 안쪽에 붙은 살을 떼어 낸 다소 질긴 고기로 고기 값이 비싸던 시절, 서민들은 상대적으로 가격이 싼 수구레로 단백질을 보충하기도 했으며, 생활이 나아지며 수구레는 차츰 사라져 가고 있지만 시골장터에서 다시 찾는 귀한 추억의 '향수음식'으로 장터국밥과 육계장 비슷합니다.

선지해장국에 수구레를 첨가했다고 할까... ^^

 

이 국밥집은 돼지국밥을 17년째 취급하며, 보통 오전 7시부터 오후 9시까지 영업을 하지만, 늦은시간에 국밥 한그릇을 먹으러 오는 이들이 있다보니 영업시간이 딱 정해진 건 아니며, 원래 돼지국밥이 전문이지만 모두들 수구레국밥을 찾다보니 수구레국밥을 취급하게 되었으며, 이수근이 먹은 국밥집은 장날만 취급을 하다보니 주변에 자연스레 수구레국밥집이 생겨났다고 하며, 선지와 수구레, 야채가 그득한 수구레국을 줍니다.

사진의 솥은 65인분의 양이며, 밥은 양은솥 가득하면 15그릇이 나온다고 하네요.

 

 

 

찬은 돼지국밥처럼 새우젓이나 소풀겉절이, 양파 등 없이 김치와 깍두기뿐입니다.

보기엔 비곗덩어리 같은 수구레는 먹어보니 꼬들꼬들한게 물렁한 비계하고는 확연히 달랐으며, 쫄깃한 수구레는 씹을수록 고소한 맛이 배어 났는데, 요즘처럼 비가 잦고 추위가 엄습하는 날엔 추위와 맞서기에 적당한 음식같습니다.

 

 

 

우리가 다녀온 다음날 얼라아부지가 출장을 창녕으로 갔는데 또 수구레국밥을 먹었는데, 역시 전날 들었던 이야기를 들었다고 했습니다.

시장은 혼자 장사를 하는 곳이 아닙니다.

외지인으로서 창녕장터에서 들은 이야기는 유쾌한 소식이 못되니 국밥집을 운영하는 분들 모두 서로서로 챙겨주고 보듬어주며, 지역과 향토음식에 대한 자부심을 가지고 더 맛난 수구레국밥으로 관광객을 불러 들이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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