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양 꽃새미마을 더 다정해졌습니다

 

그 사이 한 달이 넘었으니 꽃새미마을도 겨울로 가고 있을 겁니다.

그점 감안하며 읽어 주세요.

 

10월 16일, 미리벌민속박물관 구경 후 근처에 있는 초동 꽃새미마을로 갔습니다.

저수지엔 낚시꾼이 낚싯대를 드리웠고 저수지를 따라 꽃새미마을로 가는 길엔 금송화가 환하게 피었으며, 물봉선 등 가을 들꽃도 피었습니다.

카메라를 들이밀지 않고 시골길을 걷는 것만으로 충만한 행복을 느낄수 있는 길입니다.

 

10월 중순, 그때 막 단풍이 들기 시작했지만, 아이들은 물놀이(땟목타기)를 하고 있었습니다.

어리다는 건  이렇게 건강하고 용감하구나 생각하며 꽃새미마을로 들었습니다.

첫눈에 꽃새미마을이 달라졌음을 알 수 있었는데, 더 아기자기해져 다정한 느낌이었습니다.

남자들은 이런 변화를 대부분 잘 모르는데 얼라아부지는 꽃새미가 더 이뻐졌네 할 정도였으니까요.

 

밀양시 초동면 봉황리는 작은 산촌마을입니다.

이 산촌마을의 이름은 참새미라는 유명한 약수터에서 이름을 따 '꽃이 샘처럼 피어나는 마을'이라는 뜻에서 '꽃새미마을'이라고 부르며, 마을 입구부터 주민의 정성 가득한 150여개의 돌탑과 돌담길, 장승, 솟대, 담장벽화 등 볼거리가 있습니다.

 

또 전통 체험마을로 자연생태 체험, 농심 체험, 민속놀이 체험, 전통음식 체험 등이 준비되어 있어 잊혀져 가는 옛 고향의 냄새와 아이들에게 생소한 농촌의 문화를 맛보게 할 수 있는 마을입니다.

 

마을 입구의 저수지 또한 돌탑과 솟대, 장승을 배경으로 운치가득한 풍경을 연출하며, 마을입구에는 두 갈래 길이 있는데, 왼쪽은 소원돌탑길이며, 오른쪽은 108돌탑길입니다.

돌탑은 선사시대의 험준한 고갯길에 쌓아서 무더기를 만들었다가 맹수를 만나면 이 돌을 사용하여 물리치고 다음 사람을 위해서 다시 돌무덤을 쌓아 놓은데서 유래했다고 합니다.

 

꽃새미마을의 돌탑은 서부 경남 사람들이 장을 보러갈 때 방동재라는 고개를 넘어 다녔는데, 재를 무사히 넘어가게 해달라는 기원의 의미로 재 밑에서 주워 온 돌멩이를 쌓으면서 소원을 빌었다는 이야기가 전설처럼 전해지는데, 이 돌탑 전설에서 아이디어를 얻은 마을 주민들이 마을의 입구에서부터 돌담길과 함께 마을의 번영을 기원하며 만들어 명물이 되었는데, 돌탑 옆에는 장승과 솟대도 있습니다.

 

 

밀양시 초동면 봉황리 꽃새미마을은 108돌탑길 양옆으로 허브나라, 참샘팝스데이, 흙촌 등은 따로의 풍경이지만 하나로 연결되어 커다란 하나의 풍경을 만드는 데, 편의시설로는 식당, 허브상품점, 허브찻집, 식음료, 초화판매대, 허브체험, 황토펜션이 있습니다.

20년 넘게 땀과 정성으로 가꾼이는 손정대 씨로 도자기 체험, 야생화와 허브농장을 운영하며, 프로방스풍의 소품과 안내판을 직접 만듭니다.

 

허브나라엔 2년전엔 입장료가 없었는데 그날은 어른 1인 3천원의 입장료를 받았습니다.

주인 손창대 씨가 그날의 나를 알아보고 1인 입장료에 2인이 입장하게 해 주며, 홍보할 방법을 잘 모르겠다고 하더군요.

아름아름으로 꽃새미마을을 많이 찾는 걸로 아는데 대부분 허브류 구경과 약간의 체험만을 하다보니 운영에 어려움이 있나 봅니다.

우리 역시 허브제품을 구입하거나 아이들없이 다니다보니 먹을거리를 구입하지 않기에 마을의 어려움을 알 것 같았습니다.

 

 

가을의 기도 / 김현승

가을에는  
기도하게 하소서…….
낙엽(落葉)들이 지는 때를 기다려 내게 주신
겸허(謙虛)한 모국어(母國語)로 나를 채우소서.

가을에는  
사랑하게 하소서……
오직 한 사람을 택하게 하소서.
가장 아름다운 열매를 위하여 이 비옥(肥沃)한
시간을 가꾸게 하소서.

가을에는
호올로 있게 하소서…….
나의 영혼,
굽이치는 바다와
백합(百合)의 골짜기를 지나,
마른 나뭇가지 위에 다다른 까마귀같이.

 

그때는 가을이 오고 있음에도 가을이 그리웠습니다.

개인적인 사정으로 올 한해를 거의 잃어버리다시피 했기에 가을이 더 그리웠습니다.

멀건히 서 가을의 기도를 읽었습니다.

그리고 몇 가지 글을 더 읽었습니다.

 

 

그때 국화와 세이지가 많이 피어 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자연스레 국화의 효능과 체험에 관한 안내가 있었으며, 여러개의 허브 효능 등이 정답게 안내되어 있었습니다.

 

 

 

 

몰래 아기들 모습을 담고 자리를 비우기를 기다렸다 나도 그네를 탔습니다.

어디서나 호기심이 탈이라 멈춘 기차를 타기도 했는데, 나를 찍어주는 얼라아부지도 나만큼 멍청한 짓을 잘 합니다.

 

 

 

어디까지가 그림일까요?

허브나라엔 그림도 진짜풍경같고 진짜풍경도 그림같습니다.

마치 꿈길같은 이곳은 사뿐사뿐 걷는 것 만으로도 충분한 행복을 느낄 수 있습니다.

 

 

우리가 처음으로 꽃새미마을을 방문한 그해 겨울 친정식구들과 꽃새미마을에서 1박을 한적이 있습니다.

- 먹는 즐거움으로 더 좋았던 가족여행   그때 저녁식사는 오리불고기였으며 이튿날 아침은 새싹비빕밥과 된장찌개로 했었는데, 그 식당이 외부풍경입니다. 차림표를 본다고 생각할 것 처럼 막 물이 들기 시작한 담쟁이옆을 왔다갔다하며 몇 번을 봤지만, 우리는 귀명리에서 점심식사를 했기에 참샘향기에서 아무것도 먹지 않았습니다.

 

 

 

부모님과 우리 남매들, 올케, 조카가 묵었던 그 황토방은 수리중이었습니다.

그날 많이 추웠지만 덕분에 귀한 추억을 만들었습니다.

 

실내허브농장과 야생화 전시장을 구경하고, 다시 허브나라를 한바퀴 돈 후 윗집에서 직접 빚은 동동주를 두 병 구입했습니다.

한 병은 내가 마실것이며, 한 병은 아버지께 드릴려고요.

어디 가면 항상 먼저 생각나는 분이 부모님이거든요.

꽃새미 다녀와 부모님께 우리가 묵었던 방 수리하더라 등등을 막 쫑알거리기도 했네요.

 

사랑이란 / 양현근

키큰 나무와 키작은 나무가 어깨동무하듯
그렇게 눈 비비며 사는 것
조금씩 조금씩 키돋음하며
가끔은 물푸레나무처럼 꿋꿋하게
하늘 바라보는 것

찬서리에 되려 빛깔 고운
뒷뜨락의 각시감처럼
흔들리지 않게 노래하는 것
계절의 바뀜을
누구보다 먼저 알아채는 것

새벽길, 풀이슬, 산울림 같은
가슴에 남는 단어들을
녹슬지 않도록 오래 다짐하는 것
함께 부대끼는 것
결국은 길들여지는 것.

 

 

 

좋은 사이, 좋은 날일 때는 어딜가도 좋습니다.

 

더 아플수도 있고, 더 외로울 수도 있고, 더 그리울 수도 있겠지만, 누군가 그리워 마음이 허할 때, 혼자 혹은 좋은 친구와 꽃새미마을로 가 보세요.

아기자기하게 꾸며진 허브네 풍경에 슬핏한 미소를 머금을 수 있을 겁니다.

누군가는 정신없는 풍경이네 할 수 있지만, 저는 소녀적인 이런 풍경이 좋기에 사진으로 봐도 마음이 몽글몽글해 집니다.

 

-  밀양 꽃새미마을 : http://kkotsaemi.go2vil.org/