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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락방/우야든둥 잘 묵자

마지막이란 마음으로 김장했습니다

by 실비단안개 2011. 1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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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장을 어제 마쳤지만 지금도 몸이 찌부둥합니다.

김장이 힘들긴 힘들었나 봅니다.^^

 

금요일부터 추워진다기에 서둘렀는데, 지난주 목요일에 배추를 캤습니다.

자잘한늠들 빼고 280여포기며, 양이 많아 다른 밭에 건 심심할 때 쌈이나 싸 먹자며 그냥 뒀습니다.

280여포기는 부모님과 우리 삼남매의 김장입니다.

마늘까기와 생강까기, 양념버무리기 등이 손이 많이 가는데, 마늘까기는 마을쉼터 어르신들께서 도와 주었으며, 여름 내 따 말리는 고추는 여간 손이 많이 가는 게 아닙니다만 땅을 놀릴 수 없다며 해마다 올 해가 마지막 농사다며 파종을 하지만, 이듬해면 부모님은 또 고추를 심고 배추를 심습니다.

 

다른 해와 달리 고추 심는 날 잠시 도와주고 그 후론 고추 한 번 제대로 따지 못했으며, 배추를 심는지 마르는지도 모르고 그렇게 여름과 가을을 보냈습니다.

꼬부랑 할머니 우리엄마 헌유모차 밀고 다니며 고추 따고 날랐지만 두어번 더 따도 될 고추는 이미 말랐고,  아버지 아픈다리로 수시로 물을 주며 키운 배추밭입니다.

 

배추는 캘 때, 다듬을 때, 씻을 때, 양념할 때 마다 잎이 떨어지기에 밭에서 깨끗이 다듬다시피 했으며, 농로까지 멀다보니 자루에 일일이 담아 부직포를 덮어 뒀습니다.

주말이 아니면 져 내릴 일꾼이 없기에 밤에 기온이 내려감을 알지만 도리가 없었습니다.

 

 

 

배추 절임중이라는 연락을 받고 가니 소금간을 거의 다 했습니다.

집앞은 바닷가입니다.

어릴때 소금이 귀하기도 했겠지만 바닷물이 오염되지 않았기에 김장배추는 바닷물에 절여 바위에 건져 물을 빼곤 했는데, 동네 할머니들께서 도와주시며 옛날 이야기를 했습니다. 춥기는 와 그래 춥던지, 고무장갑이 어딨었노, 요새는 참 좋은 세상이다...

 

엄마 곧 팔순입니다.

엄마와 아버지 두 분 중 한 분이라도 돌아가시면 우리 남매들은 김치공장같은 김장을 하지 않을 겁니다.

농사는 여럿이 (일)해 나눠 먹는거라고 했는데 아버지나 엄마 중 한 분이라도 돌아가시면 배추와 고추를 심지 않을 것이며, 마늘이나 채소는 우리가 겨우 먹을 정도만 아마 할 겁니다. 내가 농사에 취미가 있는 것도 아니며, 마산 동생이 주일마다 손을 거들 것도 아니기 때문입니다.

그러다보니 몇 해 전부터 고추를 심거나 김장을 할 때면 (어른들의 하루는 알 수 없기에)마지막일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하게 되는데 생각이 여기에 머물때면 울컥해집니다.

 

 

 

 김장하는 날 점심은 물메기탕입니다.

나와 올케들이 엄마 솜씨를 따르지 못하다보니 식사준비는 엄마몫입니다.

볕 잘 드는 곳에 물메기 장만해 널어 뒀으며, 절이는 날엔 굴떡국을 먹었는데 굴은 안골이 아닌 한산도에서 가져왔습니다.

친구 언니네가 한산도에서 굴작업을 한다기에 5kg을 부탁했더니 택배비를 제하고도 쌌습니다.

 

 

 

무는 갈아 멸치와 새우젓에 함께 버무렸으며, 갓, 쪽파를 버무려 속으로 넣고, 무는 굵은 깍두기로 썰어 배추김치 중간중간에 넣었습니다.

새우젓을 제외한 (멸치젓갈을 비롯하여)모든 재료는 부모님께서 직접 재배 했습니다. 그러하기에 우리집 김장은 위생적이며 안전합니다.

동네 할머니 두 분, 이모, 올케 둘, 나 이렇게 양념을 했는데 중간에 새참을 먹긴 했지만 4시간이상 걸려 김장을 마쳤습니다.

 

 

 

김치통이 채워져 쌓이며 마당에선 수육을 김장김치에 싸 먹었으며, 고구마도 삶았습니다.

 

 

 

우리집 김장김칩니다.

배추를 잘 절여도 물이 나오기에 하루 묵혀 물을 따르고 냉장고에 넣습니다.

무는 배추보다 일찍 거두기에 무청은 일찍 삶아 뒀으며, 배추시래기도 삶아 물에 우렸습니다.

무청은 감자탕이나 우거지된장국용이며, 배추시래기는 시락국을 끓일 건데 몇 달간 푸짐할 것 같습니다.

 

 

 

 

 

 

 

김장을 마쳤기에 푸짐하지만 한편으로 허허로워 마음을 달랠겸 작은늠에게 배추전 부칠까 하니 좋지요 합니다.

막걸리도 필요하냐고 하니, 엄마 마시지 않음 안 마신다고 합니다.

배춧잎과 쪽파를 팬에 올려 밀가루반죽을 둘러 한면이 구워지면 뒤집어 다진굴과 고추를 올려 부쳤는데, 김장 후 남은 재료로 하니 특별히 장을 볼 일은 없으며, 무청으로 우거지된장국을 끓였습니다.

우거지에 다진마늘과 된장으로 주물러 멸치를 넣어 끓이는데 우리식구 모두가 좋아하는 겨울 음식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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