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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누기/가본 곳

덕유산 설천봉의 눈꽃 풍경

by 실비단안개 2011. 12. 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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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주리조트까지 196km, 3시간 정도면 되지 않을까 생각했지만 88올림픽고속도로가 왕복 2차선이다보니 예상보다 시간이 더 걸려 오후 7시쯤에야 무주리조트에 닿았습니다.

무주리조트에 갔다고 우리 식구들이 스키를 탈 줄 알거나 그렇지는 않으며, 눈 구경하고 맛 있는 거 먹자는 시누이의 초대로 가게 되었습니다.

저녁은 준비해간 생선회로 했으며, 무주리조트 야경을 카메라공부를 잇는다는 생각으로 찍어 봤습니다.

크로스 필터가 없으며, 스타킹도 없었기에 콘도 방충망을 이용해 야경을 찍어 봤는데 그럭저럭 되는 것 같기도 했지만 마음에 쏙 드는 건 아니었습니다.^^

 

 ▲ 방충망을 이용한 야경찍기 - 설천하우스

 

18일 일요일.

모두 알람을 끄고 늦잠을 자자고 했지만, 습관이 되어 대부분 정시에 일어 났으며, 호텔티론에서 아침으로 먹기에는 부담스러운 뷔페로 했습니다.

무주리조트의 많은 건물들이 유럽식이었는데, 호텔티론 건물도 유럽식 건물이며, 티론에서 일을 하는 여자분들 복장이 알프스소녀풍이었기에 우리는 마치 알프스 어느 산장에서 식사는 하는 듯 했습니다.

방금 내린 커피로 식사를 마치고 짐을 꾸려 설천하우스로 갔습니다.

 

 

곤도라를 타고 설천봉으로 갔는데 8명 정원이었기에 우리는 모두 곤도라 하나에 탈 수 있었지만, 모노레일카보다 작은 곤도라였기에 위험하게 생각되어 얼라아부지 팔을 꼭 잡고 무사히 설천봉에 닿았습니다.

검색을 해 보니 설천봉은 해발 1500m가 넘었기에 설천봉은 (설천봉이 처음이었기에 앞이 보였다고 할지라도 어디가 어딘지 몰랐겠지만)하얀세상이었기에 앞을 분간할 수 없었습니다.

 

덕유산 국립공원 안내가 어렴풋이 보이며, 휴게소 2층 처마엔 고드름이 주렁주렁 달렸습니다.

식구들이 휴게소에 들렸지만 나는 사진 찍을 욕심에 근처를 헤집고 다녔는데 미끄러질까봐 정말 조심스러웠으며, 큰늠이 보호자가 되어 주었습니다.

 

 

 

덕유산 설천봉 설경입니다.

세상이 너무 하얗다보니 ISO를 높여 찍었으며, 나중엔 눈보라가 몰아쳤으며 손가락끝이 시러웠기에 애를 좀 먹었습니다.

 

 

 ▲ 정자뒷쪽의 구상나무

 

구상나무 원산지는 제주도 한라산이며, 망개나무, 미선나무등과 함께 우리나라에서만 자라는 한국 특산종으로 한반도 끝 제주도까지 그 세력이 확장되었으나, 지금으로 부터 약 2만년전 빙하기가 끝나면서 한반도 내의 기온이 상승하자 대부분 자연도태되고 한라산, 지리산(노고단 임걸령), 덕유산 정상 주위에서만 살아남아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희귀수목이라고 합니다.

 

눈을 뒤집어 쓴 나무가지는 사슴뿔 같기도 하며 산호같은 눈꽃을 피웠습니다.

바람이 불때면 눈을 옴팍뒤집어 쓴 마른풀들이 흔들렸는데 그 풍경을 뭐라고 설멸할 수가 없습니다.

 

 

 

 

 휴게소옆에 정자가 있었지만 출입금지였기에 오를 수 없었으며, 눈발이 날려 정자의 모습도 제대로 보이지 않았지만, 히끄므레한 정자를 배경으로 찍어 보기도 했습니다.

 

 

정자의 돌담은 눈이 얼어 기막힌 풍경이었지만 사진으로 담아보니 당시의 맛이 나지 않네요.^^

 

 

 

설천봉 전체가 하얬으며 사람들은 줄어 이어 길을 만들었고 앞으로 앞으로 걸었지만, 우리는 향적봉 600미터를 남겨 둔 돌탑이 있는 계단앞에서 돌아 섰습니다.

장비부족으로 더 이상 나아가서는 안 될 길 같았거든요.

 

 

 

 

 

 

 

 

휴게소 난롯불에 언 손을 녹아며 커피를 주문했지만 차가운 손으로 뜨거운 카피잔을 제대로 쥘 수 없었지만, 커피로 나머지 몸을 녹였습니다.

요즘 커피를 즐기지 않다보니 외출시 필수품 같았던 커피를 준비하지 않는데 이제 차츰 커피를 준비해 다녀야 할 것 같습니다.(몸이 좋아지고 있다는 신호)

 

 

내리는 눈과 추위탓에 휴게소 안과 밖은 눈구경을 온 이들로 여전히 복작였지만, 우리는 길이 멀기에 내려왔습니다.

그동안 덕유산 설경들을 보며 눈이 내리는데 어떻게 올라가 사진을 찍었을까 궁금했었는데 그 의문 하나를 풀었습니다.^^

 

 

12월 22일 오전 9시 50분

어제는 대구의 솔바람님이 다녀갔습니다.

2년전 김달진 문학제 때 이후 처음이며, 솔바람님은 얼마전부터 블로그를 운영합니만 비공개라 그 속에 무엇이 있는지 모릅니다.

우리는 네티즌과 블로거로 처음 만났으며, 솔바람님 혼자 이 블로그를 찾아 가끔 댓글을 줍니다.

 

솔바람님은 목소리가 참 좋습니다.

어제 김달진 문학관에서 벽에 걸린 시를 낭송하더니, 이 계절에 잘 어울리는 문정희의 한계령을 위한 연가를 읊어 주었습니다.

남자들만 그런 마음을 가지는 게 아니었어, 시인도. 내 속에 소녀가 꿈틀거리는 듯.

한사샘도 생각났습니다.

 

이 페이지에 잘 어울릴 것 같아 올려둡니다.

 

한계령을 위한 연가 / 문정희


한겨울 못 잊을 사람하고
한계령쯤을 넘다가
뜻밖의 폭설을 만나고 싶다

뉴스는 다투어 수십 년 만의 풍요를 알리고
자동차들은 뒤뚱거리며
제 구멍들을 찾아가느라 법석이지만
한계령의 한계에 못 이긴 척 기꺼이 묶였으면


오오, 눈부신 고립
사방이 온통 흰 것뿐인 동화의 나라에
발이 아니라 운명이 묶였으면


이윽고 날이 어두워지면 풍요는
조금씩 공포로 변하고, 현실은
두려움의 색채를 드리우기 시작하지만
헬리콥터가 나타났을 때에도
나는 결코 손을 흔들지는 않으리

헬리콥터가 눈 속에 갇힌 야생조들과
짐승들을 위해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시퍼렇게 살아 있는 젊은 심장을 향해
까아만 포탄을 뿌려대던 헬리콥터들이
고라니나 꿩들의 일용할 양식을 위해
자비롭게 골고루 먹이를 뿌릴 때에도
나는 결코 옷자락을 보이지 않으리


아름다운 한계령에 기꺼이 묶여
난생 처음 짧은 축복에 몸둘 바를 모르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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