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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고향 이야기/김달진 문학관

그리운 문학관 동네 소사 한 바퀴

by 실비단안개 2012. 3.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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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정리하는데 눈물이 찔끔 납니다.

김달진 문학관 카테고리 페이지를 넘겨도 마찬가집니다.

 

참 느긋하게 즐겼습니다.

아주 잠시 들린 때 빼고 아마 1년이 넘었지 싶습니다. 지난해 눈이 내린 그날이 월요일만 아니었더라면 문학관과 시인의 생가에 내린 눈풍경을 찍었을 텐데, 그랬다면 나에겐 아무 일이 일어나지 않았을 텐데. 그렇다고 문학관을 원망하는 건 절대 아닙니다. 그냥 그렇다는 이야깁니다.

잠시잠시 비춰주는 해가 고마웠고, 건강한 이웃들이 고맙고 늘 그 자리에 있는 풍경들이 또 고마웠습니다.

지난주에 친구들과 잠시 들려 커피 한잔을 했으며, 7일날 문학관에 가니 학예사님 일 보시느라 출근전이었고 김씨 아저씨 고령으로 떠난 뒤였습니다.

목간갔다 바로 갔으니 갤러리 마당 문 열기 전이었고.

8일, 어제 다시 갔습니다.

공짜 점심을 먹을 수도 있다는 여사님의 말씀을 꼭 기억해 둔 건 아니었는데, 시내에 나갔던 일들이 뒤틀려 문학관으로 돌렸습니다.

 

새로 생긴 사진작가의 집은 여전히 대문이 닫혀 있었고 갤러리 마당은 문이 열려 있었지만 문학관으로 먼저 가니 김씨 아저씨 통화를 했기에 기다리는 중인지 커피를 마시는 중인지는 묻지 않았습니다. 그냥 반가운 사람들. 학예사님이 커피를 줍니다.

김씨 아저씨의 장황한 이야기를 듣고, 소사 방문객이 지난해보다 배 이상 늘었다고 하니 꼭 같은 이유는 아니겠지만 문학관과 김씨 박물관 다녀가 포스팅 해 준 블로거들이 새삼 고마웠습니다. 

점심때가 되었기에 학예사님과 근처 시인과 농부에서 함께 식사를 했습니다.

많이 힘들텐데 잘 드셔 주었기에 고마웠습니다.

먼저 가셔요, 난 소사 한 바퀴 돌며 봄을 만나야 하니까요.

 

시인과 농부 사장님과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저수지에서 흐르는 냇물이 에스자를 그리며 휘도는 그 집 뒤태를 찍고 들판을 걸었습니다.

시골의 길은 도시의 길처럼 모나지 않습니다. 그래서 그런지 사람들 마음도 모가 나지 않았습니다.

요새 들에 약 칠 일이 뭐가 있을까, 할머니 분무기를 담아 끕니다.

"안녕하세요?"

 

지난주에 다녀온 수원지쪽으로 자꾸 눈이 갑니다.

가 보고 싶다. 벚꽃장엔 갈 수 없지만, 동창회를 4월 벚꽃 필 때 웅동에서 할 계획이라는 연락을 받았습니다.

꼭 나 혼자 아는 것 마냥 웅동벚꽃장은 진해보다 꽃이 늦게 피거덩, 소사천 정비를 했는데 마음에 차는 건 아니지만 그래도 발 담그면 좋을 거다. 동창 카페에 의견 모을게...

구천동 계곡에서 만났던 구천교와 같은 이름의 구천교를 지나며 소화9년(1934년) 5월에 완공되었다는 표지석 사방을 살폈습니다.

지난주에 친구들과 걸은 구천동 계곡과 웅동수원지가 머리에서 떠나지 않습니다.

 

 

매화에게 다가가 이리저리 찍어 보지만 주변 풍경이 그럴듯하면 더 좋을텐데, 나이가 좀 더 들었더라면... 해 봅니다만 매화는 그저 향기만 뽐냅니다.

누구였지 누구였나, 청매봉오리 따 냉동실에 넣어 뒀다 매화차 만들면 된다고. 나도 알지만 마음만이었습니다. 꼭 매화차가 아니더라도 향기를 맡는다면 머리가 맑아질 것 같고 막 힘이 넘칠 것 같아 나무처럼 꿋꿋하게 자리를 지키는 학예사님께 한움큼 따 드리고 싶었지만 진짜 마음만이었습니다.

곧 애기똥풀 노란꽃 필텐데...

 

 

할머니 뭐 하시지, 냉이 캐나, 봄 캐나...

"안녕하세요?" 

아~ 잡초 뽑으시구나~ 경운기로 한번만 확 갈면 될 텐데...^^

할머니 웃으십니다.

"건강하셔요~"

 

 

 

다른 동네이긴 하지만 한 주만에 광대나물 꽃을 많이 피웠습니다.

박인희 노래, 봄이 찾아 온다네를 흥얼거립니다.

산 넘어 조붓한 오솔길에 봄이 찾아 온다네~

들 너머 고향 논밭에도 온다네


아지랑이 속삭이네 봄이 찾아온다고

어차피 찾아 오실 고운 손님이기에

 
곱게 단장하고 웃으며 반기려네 하얀 새옷 입고 분홍신 갈아 신고~♬

노래를 끝까지 모르다보니 박재란의 산 너머 남촌에는 누가 살길래 해마다 봄바람이 남으로 오네 아 꽃 피는 사월이면 진달래 향기 밀 익는 오월이면 보리 내음새 어느 것 한가진들 실어 안오리 남촌서 남풍 불 때... 로 바뀝니다.

북촌에 사는 것도 아니며, 김동환 시라 이제 잊어야지 하지만 또 흥얼거립니다. 물론 이 노래도 끝까지 부를 줄은 모릅니다.

처음 만나고 얼마간 김씨는 돈키호테 같았는데 요즘은 봄대추같아 마음이 짠합니다. 누군가는 수집을 해야 하고 또 누군가는 기록을 해야 하지만 그것들이 일상에 지장이 된다면 혼자의 고민으로 그쳐서는 아니 되겠지만 그렇다고 딱히 도울길이 없다보니 일찍 함께 들렸던 2박물관엔 눈길을 다시 주지 않았습니다.

참 부암에 주막거리가 있었다는 이야기를 해 주지 못했는데 다음에 해 줘야 겠습니다.

김씨 2박물관이 원래 주막을 차리겠다고 시작한 곳이거든요.

 

매화와 산수유가 함께 터질듯한 밭을 지나 다시 청매가 핀 언덕아래 할머니댁을 기웃거렸습니다.

할머니 보이지 않은지 여러 해 되었건만 마당에 좀 있음 목련 필테고 가을이면 변함없이 은행잎 물 듭니다.

 

 

갤러리 마당 담장입니다.

예전보다 더 다듬어진 담장을 끼고 걸으니 고양이 한마리가 비파나무 그림자에 숨어 나를 지켜봅니다.

나는 그늠 찍고 싶어 숨었다 고개를 내밀었다 하고.

 

 

마당으로 가기전에 사진작가가 살고 있다는 담장에 살큼 올라 담장안 홍매를 찍었습니다.

학예사님 말마따나 시멘트뚫고 봄까치꽃도 피었습니다만 궁금한 주인은 아직 한 번도 만나지 못했습니다.

 

 

동네에 들 때 훤하게 보였던 사진작가의 하늘과 갤러리 마당 나무에 앉은 까치가 진짜 마당에도 앉아 있는데, 박배덕 화백님이 만든 까치인데 멀리서 보면 동네에 온 손님을 반기는 듯 한데 아래 나무는 언젠가 화백님이 타 준 헛개나무차의 그 헛개나무라고 합니다.

아~ 이게 헛개나무군요.^^

 

 

화백님 우물을 긷습니다.

영 가물때는 물이 겨우 잠기다시피 했는데 그래도 요즘은 제법 길어 진다고 하며 목단이 봄이야 합니다.

 

 

마치 작업중인듯 한 풍경에 "선생님 요즘은 밖에서 작업하세요?"하니, 포토존이라고 합니다.

손님 누구나 화가 흉내낼 수 있도록 마련해 둔 풍경이라네요.

천하제일남, 천하제일여 장승은 페인트통으로 만들었으며 겨울꽃은 막걸리병에 가위질을 하여 꽃을 피웠습니다.

모든게 폐품활용이라며 선생님 자랑하는 아이마냥 웃었습니다.

 

 

폐품활용 대가인 박배덕 선생님 못지않은 폐품을 이용하는 분이 계시는데 정기영 도자기의 정기영 선생님입니다.

대문에 그림을 그렸으며, 벽엔 스티로폼에 칠을 하여 글씨를 만들었습니다.

스티로폼을 일일이 파 글씨를 만들었으니 참 힘은 작업이었겠다 싶는데 정기영도자기는 문이 열리지 않았습니다.

정기영 선생님 도자기 만드는 일 외에 여러 재주가 있는지 시를 새겼습니다.

 

술/정기영

 

내가 술을 먹는다

살기가 재밌다고 말한다

술이 안주를 먹는다

살기가 빠듯하다고 말한다

술이 술을 먹는다

이놈의 세상이 이렇게 힘들줄 몰랐다고 말한다

노래방이 술을 먹는다

이 풍진 세상을 만났으니 너의 희망이 무엇이냐

술이 나를 먹었다

해롱해롱 한다

이하생략 -··

 

재밌다.

며칠간의 열정이 어느날 뚝 끊깁니다.

그리곤 며칠간 죽은 듯이 지냅니다.

이 풍진 세상이 원망스럽다거나 누군가가 원망스럽다거나 그런 건 절대 아닌데 말입니다. 바람 든 이런 증상을 사람들은 우울증 내지 조울증이라고 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대장동에서 내려오면 첫 집이었던 그집옆에 세 가구가 살 집을 짓고 있었고, 가끔 혼자 즐긴 그집은 친구 사촌누나의 집이라고 하며 학예사님이 안내했습니다.

두 분 오래 앉아 이야기를 나누기에 아직 겨울티를 벗지 못한 화단을 기웃거렸습니다.

상사화 피면 풍경 되겠는 걸.

 

작은 화분의 사향이 꽃을 피웠습니다.

학예사님 폴래폴래 선생님 이야기를 했습니다.

사향이 천리를 간다니 서울 폴래폴래 선생님에게 봄소식이 전해질 겁니다.

진해식물원, 소담수목원 모두모두 봄일텐데...

가을 김달진 문학제때는 뵐 수 있을까...

 

학예사님 기어이 나를 집까지 태워 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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