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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누기/맑은 사진 - 꽃과 …

동호회의 노루귀 사냥 현장

by 실비단안개 2012. 3.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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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2년 처음으로 들꽃을 만나러 갔습니다.

가차운 곳에 노루귀가 피지만 일이 있어 나간 김에 2010년에 노루귀를 만났던 그곳으로 갔습니다.

들꽃을 찍는 이웃들은 대부분 그 장소를 비밀에 부치게 되는 데 장소가 공개될 경우 들꽃들이 수난을 당하기 때문입니다. 들꽃을 채취하거나 본인이 찍은 후 다른 이들이 찍지 못하도록 아예 흔적을 없애는 경우도 있다고 합니다.

 

어쩌면 내 발아래에서 들꽃이 아파했거나 죽어 갔을 수도 있으며, 나 또한 훼손의 장본인이 될 수 있습니다.

이른봄 노루귀를 만나는 이곳을 이웃에게 귀뜸으로 듣고 그동안 두어번 갔으며, 대부분은 근처에서 흔하게 만나는 풀꽃을 찍으며, 그외 나름 귀한 들꽃은 다니다 발견정도라고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노루귀는 복수초와 함께 대표적인 봄꽃이며 이어 바람꽃, 얼레지 등이 피어 납니다. 복수초를 아직 야생에서 만난적이 없다보니 노루귀는 여전히 귀한 생명입니다.

이른 봄에 피는 노루귀를 비롯 많은 들꽃은 마른풀이나 낙엽을 뚫고 고개를 내밉니다.

풀꽃 자생지 공통점이라면 깊은 산속보다는 사람이 보아 주기를 바라는 그런 장소에 대부분 피어 납니다.

그러나 워낙 작다보니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면 스치기 쉬운 게 이른 봄에 피는 풀꽃입니다.

 

대부분의 봄꽃이 그러하듯 노루귀도 잎보다 꽃이 먼저 피는데 꽃은 3~4월에 자주색, 하얀색 또는 분홍색을 띠기도 합니다. 꽃에 꽃잎은 없고 6장의 꽃받침잎이 꽃잎처럼 보이며, 3갈래로 나누어진 잎은 토끼풀의 잎과 비슷하며 꽃이 진 다음에 뿌리에서 나오는데, 털이 돋은 잎이 나오는 모습이 노루귀 같다고 해서 노루귀라고 부른다고 합니다.

 

평소에 꽃송이를 집중 공격하는 편이기에 이웃 어느 분이 그랬습니다.

왜 꽃 모가지를 댕강댕강 자르냐고.

사진 찍는 기술이 부족하기에 전초 접사에 약한 거지요. 하여 그나마 찍힌 노루귀 전초(▲)는 어느 동호회 사진가들 덕분입니다. 고마워 해야 하나...

 

우리가 그곳에 도착하니 이십여명은 족히 될 듯 한 이들이 삼삼오오 움크리거나 엎드려 접사중이었습니다.

노루귀 담는 일을 포기하고 그분들 행동을 지켜보다 집중사격을 받는 노루귀에게 마른 나뭇잎을 덮어주니 사진 찍는데 왜 그러냐고 하데요.

하여 원래 노루귀는 나뭇잎 뒤집어 쓰고 꽃을 피우는 거라고 하니, 다른 이들이 이미 이렇게(뿌리 가까이 흙을 파 놓은 상태) 해 뒀기에 찍는다고 했습니다.

그러거나 말거나 자료용으로 찍으면서 노루귀에게 일일이 나뭇잎 이불을 덮어 주었습니다. 30여분.

 

 ▲ 한 컷에 담긴 인원이 이 정도입니다.

 

▲ 찍은 후 흙과 나뭇잎 등으로 도닥여 줘야 할 것입니다.

 

이들은 동호회 이름표를 목에 걸고 있었으며, 예로 실비단안개님~ 이런 식으로 부르는 걸로 봐 온라인 동호회에서 들꽃 출사를 나온 듯 했으며, 대부분 흔히 말하는 대포를 들고 있었으니 사진 동호회가 맞을 겁니다.

들꽃 동호회라면 이 정도 인원이 한꺼번에 움직이지 않을 것이라는 게 제 생각이니까요.

 

노루귀가 핀 곳은 나뭇잎을 알뜰히 치웠으며, 어떤 이는 고사리류를 꺽어 배경을 어둡게 처리중이었고 이끼가 있으면 참 좋겠다며 아쉬운 표정을 짓기도 했습니다.

주변을 싹쓸이 하듯 치우는 것도 모자라 휴대용 조명을 이용하기도 하더군요.

반사판을 이용하는 것, 연꽃 촬영시 분무기를 준비한다는 것 정도는 익히 알지만 아마추어라기에는 끓지도 않고 넘쳤으며, 프로라기에는 사진과 들꽃에 대해 모르는 동호회 회원들이었습니다. 연령대는 대부분 50대 넘게 보이더군요.

 

붉은 동그라미는 노루귀와 그들의 장비, 깔개입니다.

장비중에 삼각대가 빠지지 않았으며, 노루귀 한 송이를 찍기 위해 발버둥치다시피 했으니 주인공 노루귀 주변의 노루귀는 아야 소리도 못하고 꼬꾸라졌을 겁니다.

잎이 툭 불거진 얼레지는 더러 드러눕기도 했더군요.

 

 

 

 

 

그들 일부는 배터리가 다 됐다면 주차장쪽으로 내려 갔으며 나도 더 머물 생각이 없어 내려 왔습니다.

얼라아부지가 한 마디 합니다.

"꽃 찍는게 문제가 아니고 엉덩이 쑥 빼거나 엎드려 사진 찍는 저런 거 좀 고발하소. 산이 다 반질반질하네. 꽃이 살겠나... 갑시더."

실제 노루귀가 자생하는 그곳은 사람들의 걸음으로 반질거렸습니다.

 

 

운 좋은 풍경을 만나지 않는 한 대부분의 노루귀는 아래 풍경같은 곳에 자생합니다.

이꽃들은 사진의 꽃 보다 작은데요 큰꽃은 엄지손톱만하며 작은 봉오리는 새끼손톱만 했습니다.

 

 

 

나누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들꽃을 나누는 일도 다른 일들과 마찬가지로 과정이 아름다워 합니다.

어설픈 카메라질을 하는 사람으로 심한 자괴감마져 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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