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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누기/사이판 총격 그 후…

박재형, 포커페이스님 아이들 고구마캐고 단감따고

by 실비단안개 2013.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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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이판 총격사건이 발생한지 4년이 가까웠습니다.

그동안 박재형 씨의 재판은 종결되었으며, 김만수 씨의 재판은 시작되지 않았습니다.

 

세월이 무섭도록 빠릅니다.

사이판 총격 피해자인 박재형 씨와 인연을 맺은지 여러해가 되었으며, 박재형 씨로 인해 알게 된 포커페이스 님은 절친 블로거가 되다시피 했습니다.

텃밭이야기 글에 포커페이스 님이 텃밭에 초대해 달라는 글을 남긴적이 있습니다.

포커페이스 님은 인사치레일 수 있었겠지만, 소식을 접한 저는 (다른 일도 그렇지만)무심코 넘기고 싶지 않았기에 지난주 토요일(12일) 포커페이스 님 식구들을 텃밭으로 초대했습니다. 박재형 씨가 함께 할 수 있다면 모셔도 된다는 글을 주었습니다.

텃밭이 계단식이다보니 박재형 씨가 올 경우 포커페이스 님이 업어야 하기에 조심스럽긴 했지만, 박재형 씨를 떼고는 이야기가 되지 않는 포커페이스 님과 실비단안개입니다.^^

 

블로그 친구가 방문 할 거다... 라는 이야기에 얼라아부는 쪽파옆의 고구마를 모두 캐가라고 했으며, 감을 딸 수 있는 장대를 준비해 주었습니다.

텃밭농사는 큰 인심을 나눌 수는 없지만, 텃밭을 방문하는 이에게 빈손으로 보내서는 안된다는 생각이기에 쌈채소를 틈을 주지않고 뿌리는 정도이기에 텃밭을 방문한 이들이 실망을 할 수도 있겠지만, 잠시나마 함께 나눌 수 있다는 생각에 우리 텃밭으로 와~ 이럽니다.

태풍 다나스가 지나간 후 밭에 가보니 설거지꺼리가 많았기에 평상의 자리를 말려두고 떨어진 나뭇가지를 치우고 이런저런 것들을 정리했습니다.

 

토요일 오후 4시 가까이 되어서야 포커페이스 님이 도착했습니다.

박재형 씨가 동행한다는 이야기가 없었기에 놀라긴 했지만 많이 반가웠습니다.

재형 씨 마산 내려와 함께 식사를 할 때 포커페이스 님이 재형 씨을 업어 밥집으로 모셨기에 힘들 수 있는 상황이었지만 포커페이스 님은 그때처럼 재형 씨를 업어 계단 밭을 오를 생각인 겁니다.

다시 떠오르는 시, 그 사람을 가졌는가.

 

그 사람을 가졌는가/ 함석헌 

 

만리 길 나서는 길

처자를 내맡기며

맘 놓고 갈만한 사람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 다 나를 버려

마음이 외로울 때에도

'저 맘이야'하고 믿어지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탔던 배 꺼지는 시간

구명대 서로 사양하며

'너만은 제발 살아다오'할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불의(不義)의 사형장에서

'다 죽여도 너희 세상 빛을 위해

저만은 살려두거라' 일러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잊지 못할 이 세상을 놓고 떠나려 할 때

'저 하나 있으니'하며

빙긋이 웃고 눈을 감을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온 세상의 찬성보다도

'아니'하며 가만히 머리 흔들 그

한 얼굴 생각에

알뜰한 유혹 물리치게 되는

그 사람을 그대는 가졌는가

 

- 함석헌의 <진정한 인간관계가 그리운 날> 중에서

 

개울가를 천천히 달려야 나오는 밭입니다.

개울가를 달려야 하는데 재형 씨 괜찮을까요?

포커페이스 님이 답합니다. "차 가는 곳은 다 갑니다."

 

주차를 하고 포커페이스 님이 재형 씨를 업어 계단을 올라 평상에 앉혔습니다.

간이베개 바람을 빼 방석을 만들어.

텃밭 초대가 과연 잘 한 일일까...

 

 

지현, 정우, 효정이가 고구마를 캡니다.

우리 아이들도 유치원 다닐 때 고구마나 감자캐기를 했으니 아이들에게 고구마캐기는 낯설지 않았을 겁니다.

겨우 두 고랑이었다보니 고구마캐기가 금방 되었기에 다행이었습니다.

해가 짧아지며 해질녘이면 벌레가 꼬이거든요.

 

 

고구마 파종 얼마 후 고구마꽃이 피었으며,여름날에도 아주 가끔 피었는데 고구마를 캐는 날엔 제일 많이 피었습니다.

흔치않은 풍경이기에 아이들에게 고구마줄을 걷던 포커페이스 님이 고구마꽃을 보여줬습니다.

 

 

고구마는 메꽃과로 꽃은 나팔꽃과 흡사합니다.

언론에서 몇 십년만에 핀 고구마꽃이라고 하며, 지구온난화현상으로 우리나라 기후가 점차 아열대기후로 변화되고, 근래 고온에 의한 이상 기후적 징후로 나타나는 현상이라고 유추할 수 있다고 하지만 종자에 따라 꽃이 피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꽃말은 '행운'입니다.

 

 

 

 

 

아이들이 고구마를 캐는 사이 효정이 엄마는 쌈채소를 장만했습니다.

치커리류며 상추는 이제 겨우 뜯어 먹을 수 있을 정도지만, 시골을 다녀가니 쌈채소 정도는 안겨드려야 할 것 같았습니다.

태풍으로 들깨대가 엉망이 되었으며, 청경채와 쑥갓은 생각만큼 자라지 못하고 있습니다.

 

 

고구마를 캐내니 감을 따기가 좋았습니다.

만들어 둔 장대도 어슬펐고 감을 따는 이 실력도 어슬펐지만 어른과 아이들 모두 좋아합니다.

이 밭이 원래 단감나무밭이었기에 늙은 단감나무 몇이 있는데, 얼라아부지와 동생은 모두 베고 다시 몇 주 심자고 하지만, 늙은 감나무에 대한 애틋함으로 그대로 두자고 우기고 있습니다.

 

 

농약을 치지 않았더니 단감은 홍시가 되어 떨어지는데 달며 과즙이 풍부하니 일을 하다 몇 개씩 주워 먹곤 하는데 포커페이스 님도 떨어진 감을 지현이와 효정이에게 먹였습니다.

꽃 이름이라도 알려 주고 싶었지만 해가 떨어지기에 더는 무얼 뭔할 수 없었습니다.

평상 울 뒤로 으름이 제법 달렸기에 으름따기 체험을 하게 했으며, 지현이 봉숭아꽃을 따 물을 들여 달라기에 포커페이스 님이 지현이 작은 손톱에 올려주었습니다.

 

 

처음 씨앗을 뿌린 봉숭아는 다시 씨앗을 맺어 밭 여기저기에 꽃을 피웠습니다.

꽃대가 약하긴 하지만 고만고만한 꽃들이 대롱거리는데 지현이와 효정이가 봉숭아꽃을 따고 있습니다.

뱀퇴치용으로 남겨 둔 백반을 조금 싸 봉숭아와 함께 들고 갔는데 물을 잘 들였는지 궁금합니다.

허접한 곳에서 미끄러지면서도 잘 놀아 준 아이들이 고마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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