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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고향 이야기/텃밭 풍경

텃밭에 찾아 온 봄(풍경)

by 실비단안개 2014. 3. 2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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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항제를 앞둔 진해는 봄이 요동치고 있는데 목요일 시내에 나가니 벚꽃이 많이 피었기에 트위터에 올리기도 했습니다.

하여 출근하는 얼라아부지께 벚꽃도 만나야 하고 경화시장 구경도 하고 싶고 들에도 가야 하고... 몸이 몇 개면 좋겠다라고 했지만 결국 들로 나갔습니다.

들(텃밭)일이 재미있다면 믿을 사람이 얼마나 될까만 정말 재미있는 일이 들에 나가 이런저런 생명들 만나고, 흙파고 파종하며 채소 솎는 일입니다.

 

사람이 사는 마을엔 봄이 더 일찍 왔습니다.

매화는 이미 졌으며, 벚꽃필 때 피는 오얏꽃도 질 판이니 진해 봄 절정!이라고 해도 좋을 듯 합니다.

목련도 활짝 피었고 진달래도 피었거든요.

 

마을 교회 아래집에 오얏꽃이 환합니다.

향기가 얼마나 좋은지 절로 오얏나무 아래에 설 지경입니다.

오얏은 자두의 순 우리말로 오얏꽃은 조선왕실을 상징하는 꽃문양입니다. 자도(紫桃)를 자두로 부르며, 여기서는 풍개라고 합니다. 또 오얏나무라 하고 이(李)라고도 하며, 제아무리 무신경인 사람도 오얏 꽃밭에 들어서면 가슴이 울렁거린다고 하는데 향기 때문입니다.

자두는 이(李) 또는 자도(紫桃)란 글자대로 복숭아 모양의 붉은 자줏빛 과일인데 우리도 한 주 심었으니 내년쯤엔 꽃구경이라도 했으면 좋겠습니다.

 

 

개울을 따라 들로 갔습니다.

우리 텃밭 봄 풍경입니다.

지난해 성글게 친 울을 제법 튼튼하게 고쳤으며, 고추 파종을 위해 밭을 갈았습니다.

쉴 수 있는 공간이 밭 맨위에 있다보니 짐을 풀기위해 언제나 위로 가는데, 지난해 가을 파종한 도라지 대신 산자고가 자리를 잡았는데 이늠들 곧 꽃을 피우지 싶습니다.

그나저나 도라지는 왜 소식이 없을까요. 얼마전에도 씨앗 파종을 했는데.

 

 

밭을 일구며 나온 돌들을 멀리 버리지 못해 자그마하지만 울을 만들어 이런저런 것들을 심었습니다.

할미꽃도 지난해 파종을 했는데 얼었는지 소식이 없고, 집에 있던 로즈마리를 삽목했는데 노지에 둔 건 얼었는데 화분에 건 살아 있습니다.

주변에 흩어진 제비꽃을 화분에 심었으며, 동그라미안에 건 장미인데 지난해 공간구분을 위해 키우고 있는데 언제나 아치문모양을 만들 수 있을지 우리가 하는 일이 한심하기짝이 없지만 이런게 들일 재미지 싶습니다.

집의 덩이괭이밥은 잎이 봉긋이 올라 왔는데 큰화분에 심겨진 덩이괭이밥은 소식이 없습니다.

텃밭이 북향이라 춥기에 어쩌면 죽었을 수도 있습니다.

욕심에 이늠저늠 다 죽이는 건 아닌지 모르겠습니다.

 

 

짐을 내리고 미니화단을 지나면 둥근통에 연과 노랑어리연이 있습니다.

어리연은 얻었으며, 연은 씨앗 하나에 천원씩, 다섯을 심었는데 겨울을 잘 이기고 새순이 돋길 기다리는데 노랑어리연만 하트잎을 내밀고 있습니다.

 

 

지난해 여름 풍경입니다.

물병이 있는 곳은 우리가 만든 옹달샘인데 물이 시원하기에 물 종류를 넣어 두는데 주변으로 돋나물과 섬초롱꽃, 꽃창포를 심었는데 모두모두 잘 자라주고 있습니다. 기특하며 고맙습니다.

 

밭입구에 토란을 묻어뒀습니다. 싹아 빨리 나거라....

 

 

 

쑥입니다.

오전 9시가 넘은 시간이었지만 이슬이 가시지 않았기에 붓꽃의 잎과 쑥 등에 이슬이 방울방울 반짝였습니다.

이슬이 가시지 않았지만 쑥을 캤습니다.

쑥을 캐는 일이 일생이었지 할 정도로 들에 가면 빠뜨리지 않는 일이 쑥을 캐는 일입니다.

 

 

쑥을 한바구니 캐두고 채소밭으로 갔습니다.

겨울을 잘 이긴 상추와 치커리입니다.

지난주 상추씨앗을 빈곳에 뿌려뒀더니 그새 쏙 올라왔더군요.

여리디여린 잎이 추운 겨울을 잘 견뎌줬는데 세상에서 가장 위대한 채소는 상추라고 생각하는데 여리지만 강하며, 종류 가리지 않고 다른 것들과 잘 어울려 우리 입을 즐겁해 줍니다.

 

 

 

참나물, 상추, 치커리 등을 솎았는데 저녁상에 올랐지요.

소금(새우젓)과 매실즙, 마늘, 고춧가루로 소스를 만들어 살짝살짝 뒤집어 주면 되는 간단하지만 좋은먹거리 겉절이가 됩니다.

 

 

쑥 한바구니, 채소 한바구니를 캤으니 좀 쉬어야 합니다.

커피를 끓여두고 꽃구경을 했습니다.

가을에 필 산국과 구절초인데 원예용 국화와 달리 잎이 반지르하며 튼튼합니다.

참다래나무가 있는 곳은 돌밭이기에 현호색이 제법 있었는데 얼마전에 흙이 좋은 자리에 몇 포기 파종을 했는데 돌밭이 좋은지 계속 피어나고 있습니다.

 

 

 

개불알풀(봄까치꽃)은 민들레와 함께 봄을 가장 먼저 알려주는 풀꽃으로 요즘 많이 이쁩니다.

들로 가는 길에 길섶의 개불알풀을 떠 텃밭 언덕배기에 심어뒀더니 꽃을 잘 피우고 있습니다.

꽃구경을 가지 않아도 꽃이 고프지 않도록 작은 풀꽃도 심어둡니다.

 

 

식은 커피 마시고 다시 밭을 둘러 봅니다.

지난 가을에 파종한 쪽파와 시금치, 봄동입니다.

며칠전만 해도 봄동이 어렸었는데 이삼일 기온이 높아 꽃대가 올라오려고 했기에 김치를 담그기 위해 많이 캤습니다.

쪽파와 토종갓도 함께 준비했습니다.

시금치는 아예 자라면 데쳐 말려둬야 할까 봅니다. 소비를 다 못 해...

 

 

고라니가 먹은 흔적이 있는데 이제 울이 제법 튼튼하니 이늠들 얼씬 못 할 겁니다.

 

 

매실밭 한쪽이 비었었기에 당근, 쪽파, 시금치, 청경채를 파종했었는데 봄이 빠르게 진행되다보니 청경채도 꽃을 피웠으며 갓도 꽃대가 올라오고 있습니다.

매실나무 아래로 꽃다지, 광대나물, 냉이꽃이 어우러져 있는데 이것들은 그냥 두고 있습니다.

뱀이 아직 나오지 않았기에 요즘이 들일하기에 좋은데 봄이 너무 빠르게 흐르고 있어 걱정입니다.

 

 

파라솔옆으로 민들레밭을 지난 가을에 만들어 파종하여 겨를 뿌려 두었더니 잘 자라고 있습니다.

중간중간 꽃다지가 있었기에 갈등이 좀 있었습니다.

 

 

이제 한바퀴만 더 둘러보고 가야지...

가시오가피가 잎을 종긋거리고 있으며 참다래나무에선 고로쇠액같은 물이 계속 흐르고 있습니다.

지난 일요일 방풍초 파종할 밭을 갈때 옮겨 심어 둔 머위가 잘 자라고 있기에 가위로 조심스레 잘랐으며, 주변에 흩어져 있는 취나물 등을 뜯으니 거의 한바구니가 되었습니다.

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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