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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이야기/텃밭 풍경

5월 텃밭풍경, 고개를 끄덕이게 한다

by 실비단안개 2014. 5. 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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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월 하순입니다.

마치 물에 물감을 떨어뜨린 듯 초록은 금새 번졌고 바쁘게 살라고 합니다.

텃밭에 서면 마치 깊은 산속에 혼자 있는 듯 합니다.

라디오는 너무 시끄럽기에 저장한 음악을 듣는데, 그날은 기온이 높아 볕에 폰커버가 휘어졌기에 그 다음날 부턴 주머니에 넣고 음악을 듣는데 몸이 움직이다보면 이늠이 밭에 툭 떨어지기도 합니다.

 

붓꽃이 지고 있으며, 달개비, 송엽국, 덩이괭이밥이 좋고 노랑어리연도 수를 늘리고 있습니다.

그만큼 개구리의 수도 늘어 납니다.

다행인건 비상개구리라 울지 않는 듯 하기에 들일을 합니다.

비상개구리가 원래 울지 않는 지 그건 알 수 없지만, 민감한 성격상 개구리가 울어대면 들일을 못 할 겁니다.

아직 뱀은 나오지 않았지만 지네는 여러번 나왔었는데 한 번은 아주 큰늠이었기에 호미로 잡을 수 없어 얼라아부지를 불렀더니 소주빈병에 들어 가도록 했는데 지금 그늠은 질식사했으며, 혼자 밭을 맬때 여러번 만났는데 이제는 호미로 잡을 정도니 콩알만 한 간이 감자알만해졌나 봅니다.

 

 

5월 중순까지 찔레와 떼죽나무꽃이 좋았는데 벌써 지고 있습니다.

꽃이 널려 있어도 들일 마치고 찍어야지 하다가 들일 마치면 피곤하여 곧장 집으로 오게 되는데 기온이 높은만큼 빨리 지칩니다.

 

이게 아닌데 / 김용택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사는 게 이게 아닌데

이러는 동안 어느새 봄이와서

꽃은 피어나고


이게 아닌데 이게 아닌데

그러는 동안 봄이가며

꽃이 집니다

그러면서 그러면서

사람들은 살았다지요

그랬다지요

 

고개를 끄덕입니다.

 

 

 

고추모종 파종한지 한 달이 넘었습니다.

고춧대가 진녹색이 되었으며 꽃이 제법 피었는데 문제가 생겼습니다.

평생 농사일을 하신 아버지께서 아버지의 고집대로 고추에 비료를 했습니다.

비닐멀칭 하기전에 기본적인 비료와 거름을 했기에 더는 하지 않아도 되는데 말입니다.

우리는 밭에 제초제를 일절 사용하지 않으며, 진딧물 예방용으로 고삼초액을 희석하여 살포하니 고추밭에 농약 치지마셔요 했더니 비료를 준 겁니다.

덕분에 고추 몇 주가 시들시들 해 졌기에 아버지께 말씀드렸더니 비료를 너무 가까워 줬네 하시며, 큰나무 그늘에 있는 고추를 시들한 고추를 뽑고 그 자리에 심었습니다.

뿌리를 잘 내린 고추지만, 지난 경화장날에 30주를 구입하여 시들한 고추를 뽑고 그 자리에 심었습니다.

아버지의 마음에 고개를 끄덕이게 되지만, 건강한 먹을거리를 위해 비료와 농약은 안된다고 계속 말씀드릴 겁니다.

 

또 곁가지를 거의 다 잘라 주었는데 아버지는 우리가 한 일이 마음에 들지 않는지 요즘은 밭에 들리는 걸음이 줄었습니다.

몇 년간 이런 갈등이 있겠지만 아버지도 언젠가는 우리의 의견에 동의해 주시리라 믿습니다.

고추를 파종할 때 나오는 비닐을 일일이 줍는데 반해 부모님은 그대로 두거나 땅에 묻기에 그것 또한 파내 다시 수거하며, 땅에 묻으면 가을에 땅 팔 때 다시 나오니 비닐은 나올 때 마다 주워야 한다고 말씀 드렸는데 이 부분도 부모님은 마음에 들지 않았을 테지만, 먹을거리는 위생적으로 관리를 해야 한다는 게 우리 생각입니다.

 

 

16일, 친구에게서 문자가 왔습니다.

모기장이 있는데 밭에 필요하면 가져다 주겠다면서요.

우리도 있다 하고 답을 보내고 새치커리가 좋으니 모종으로 하게 오라고 했더니 텃밭으로 왔습니다.

감잎차를 만들어야 하는데 감잎을 딸 시간이 없었기에 친구가 가져온 과일을 먹고 친구에게 감잎을 따게 하고 돼지감자밭을 계속 맸습니다.

고추밭두렁에 난 돼지감자는 한 번 맸는데 자람이 워낙 좋기에 차라리 가을에 수확을 하자며 포기했는데 사이사이 옥수수가 잘 자라야 할 텐데 하는 걱정이 있습니다.

 

 

5월 중순까지만 해도 연둣빛이던 감잎은 이제 녹색으로 변하고 있습니다.

세상에는 미뤄도 되는 일이 있기도 하지만 미뤄서는 안되는 일이 있는데 들에서 캐거나 딴 것들 정리입니다.

밤에 감잎을 씻어 베란다에서 밤새 물기를 빼 다음날 썰었습니다.

엄마가 다 썰었나, 엄마 기계네.

그래 너거 엄마 기계다.

차로 만들 감잎은 1mm내외로 썰어 그늘에서 바람에 말렸으며, 또 다른 친구에게 차로 마셔라며 좀 주었습니다.

 

 

밭을 매는 일은 하룻만에 절대 마무리않는데 다음 날 밭에 가야하는 꺼리를 둬야 하기 때문입니다.

피곤하여 하루라도 빠지면 일이 산더미같거든요.

얼마전에 발톱을 잘라 뽑는 수술을 했습니다.

대단한 건 아니지만 발톱이다보니 신을 신을 수 없었기에 열흘 가까이 들에 나갈 수 없었는데 그 사이 잡풀이 자라 텃밭이 엉망이 되었기에 지난주 내내 풀을 맸습니다.

별 것 없는 텃밭이지만 게으럼을 용서않는 땅입니다.

지난해 가을에 파종한 치커리와 상추는 꽃을 보기 위해 두고 있는데 조만간 정리를 해야 겠으며, 그동안 감자밭을 한 번 맸음에도 잡풀이 많이 자랐습니다.

페트병 바람개비는 이웃밭에 세워져 있었기에 우리도 바람개비 만들자고 했더니 지난해에 만들어 세웠는데 까치, 산비둘기 등이 여전하니 별 가치가 없는 듯 하지만 그래도 세운거니 그냥 두고 있습니다.

 

 

감자꽃 / 권태응

자주 꽃 핀 건 주주 감자 / 파 보나 마나 자주 감자

하얀 꽃 핀 건 하얀 감자 / 파 보나 마나 하얀 감자

 

지난해 순천 남부시장에서 자주색 감자를 구입했었는데 작년에 심어 재미를 봤기에 올해도 조금 심었는데 우리집과 친정에서 몇 번 쪄 먹을 양이 될 겁니다.

감자꽃 폈더나?

네.

감자꽃 따줘야 하는데...

5월 25일 아깝지만 감자꽃을 따주었습니다.

 

 

상추가 아무래도 부족한 듯 하여 매실나무 아래를 일궈 상추 등 쌈채소를 파종했습니다.

씨앗을 들어 부었는지 아주 촘촘한데 얼마전 작은어머니께서 상추 뜯어러 오셨다가 딱하게 보였는지 상추밭과 정구지밭 잡초를 매어 주었습니다.

 

 

매실나무 아래는 그늘이다보니 붉은색보다 녹색이 더 많기에 붉은상추보다 부드러워 보입니다.

 

 

4월 13일 파종한 오이와 토마토는 꽃을 피워 작은 열매를 달고 있습니다.

김해에서 산 모종인데 파종당시 이른감이 있었지만 모두들 잘 자라고 있습니다.

 

 

지난해 쏠쏠한 재미를 본 단호박입니다.

역시 4월 13일에 파종했으며 꽃을 피워 열매를 달았습니다.

25일, 토마토, 오이. 호박순을 잘라주었는데 토마토의 독특한 향은 스치기만 해도 좋습니다.

수확하여 나눠 먹을 생각을 하니 흐뭇합니다.

 

 

 

돼지감자밭 뒷쪽에 있는 참다래꽃이 피었습니다.

이렇게 자세히 보기는 처음입니다.

털복숭이 참다래 생김과는 달리 꽃이 순결합니다.

내일은 방풍초밭을 매야 하며, 들깨도 속아내야 하는데 과연 몇 시간이나 견딜지 의문이지만 나날이 풍요로워지는 텃밭은 늘 웃게하며 고개를 끄덕이게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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