통영 강구안 프리마켓과 전당포, 그리고 장어추어탕

7월 12일 토요일 약간흐림

 

전쟁의 시작, 한산도대첩 3 - 강구안 둘러보며 점심 먹기 / 길 위의 인문학(마산도서관)

 

통영 충렬사, 세병관에 이어 우리가 탐방할 곳은 한산도 제승당인데, 그 전에 점심식사 시간이 주어졌습니다.

통영 문화마당에서 하차하여 도로를 건너 밥집이 있는 골목으로 들어섰지만, 얼라아부지는 걷기만 했습니다.

근처에 충무김밥집과 우짜 등 통영만의 먹을거리가 있었기에 그중에 한 곳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는데, 이런 경험이 처음인 얼라아부지 마음 상하지않게 하기 위해 뒤를 졸졸 따라 걷다 골목에서 좌판이 있기도하고 없기도한 그런 노점을 만났습니다.

마산 청동예술촌 투어때 만난 창동의 프리마켓(창동 프리마켓에서 불량소녀 되다)과 비슷했지만 상품을 파는 이나 사는 이들, 노점상 풍경이 더 정답게 다가왔습니다.

 

처음엔 노점이나 상품보다 벽에 걸린 김춘수의 꽃에 끌려 카메라질을 했습니다.

김춘수 시인은 충무에서 태어났으며, 1945년 충무에서 유치환·윤이상·김상옥 등과 '통영문화협회'를 만들고, 노동자를 위한 야간중학과 유치원을 운영하면서 창작활동을 시작했으며, 1946~48년 통영중학교 교사생활을 한 통영인입니다.

유명 지역민은 현재를 살아가고 있는 지역민들에게 큰 힘이 됩니다.

 

     꽃 / 김춘수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기 전에는

   그는 다만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주었을 때

   그는 나에게로 와서

   꽃이 되었다.

 

   내가 그의 이름을 불러 준 것처럼

   나의 이 빛깔과 향기에 알맞은

   누가 나의 이름을 불러 다오.

   그에게로 가서 나도

   그의 꽃이 되고 싶다.

 

   우리들은 모두

   무엇이 되고 싶다.

   나는 너에게 너는 나에게

   잊혀지지 않는 하나의 의미가 되고 싶다

 

 

골목을 살피며 걷다 이 정겨운 풍경은 어디서 왔나 싶어 물어보니 강구안 프리마켓이라고 했습니다.

강구안 프리마켓은 벼룩시장마마냥 필요시에 잠시 열리는 시장으로 손수 만들었거나 중고제품을 판매한다고 합니다.

지난해부터 올해초까지 추진했었던 '강구안 푸른골목만들기'사업의 연장선상으로 '강구안 골목 프리마켓'행사는 5월 10일부터 올해 말까지 매월 두번째, 네번째 토요일에 여는데 우리가 한산도 대첩지 탐방날이 토요일이었으니 그날 프리마켓 풍경을 만났는데 완전 행운이지요. 

통영 강구안 골목 프리마켓은 통영시종합사회복지관과 푸른통영21추진협의회가 공동으로 진행하는 행사로 단순한 판매와 물품거래 이외에도 강구안 골목의 활성화를 위한 여러가지 이벤트들이 도입될 예정이라고 하며, 낮 12시부터 오후 5시까지 열립니다.

 

장소 : 통영 강구안 충무김밥 뒷골목 일대

일시 : 2014년 5월 10일~2014년 12월 27일까지 오후 12시-5시 (매월 두 번째, 네 번째 토요일 진행)

주최 : 통영시종합사회복지관, 푸른통영21

문의전화 : 055-640-7703

역시 푸른통영21 주최인데 김형진 선생님이 여전히 활동하시는지, 윤미숙 님이 연관되어 있는지 궁금하지만 몇 해전 사이판 총격 피해자 박재형 씨 처가인 통영에 가면서 인사차 전화를 드렸는데 김형진 선생님과 윤미숙 님이 점심을 사주셨기에 당혹스러웠으며 죄송했기에 그뒤로는 통영에 가더라도 연락을 드리지 않고 있는데 안부가 궁금합니다.

 

 

골목에서 만난 할머니와 아가들입니다.

포도를 먹고 있던 아가가 카메라를 보니 아기의 엄마가 웃으며 다가오셨습니다. 마치 시골골목의 풍경같았습니다.

할머니는 아무것도 모르고 포도만 계속 드세요.

 

 

프리마켓 골목 시작부분이라고 해야 할 것 같은데요, 요즘 보기드문 대장간이 있었는데 대장간이 아닌 공작소 간판을 달고 있으며, 주인장은 카메질을 해도 모르고 하던 일에 열중이었습니다. 장인이십니다.

 

 

마산 창동과 오동동처럼 이곳도 한때는 통영의 대표 중심지 골목이었지만, 신시가지가 생기면서 사람들의 발길이 끊기고 추억이 잊혀져 밤이면 어둠만 가득한 골목이 되었는데, 작년 한해 동안 환경개선과 꽃길을 가꾸어 변화된 이곳은 통영의 명동을 꿈꾸며 통영 최초의 정기 프리마켓, 길거리공연이 어우러진 복합문화공간으로 탈바꿈중이라고 하니 통영 여행시 꼭 들려보세요. 저는 개인적으로 이런 풍경을 참 좋아 하는데 시간에 쫒겨 머리핀도 하나 못 사고 왔습니다.

 

요즘 아이들에게는 낯선 전당포일텐데요, 아이들은 인터넷 중고거래를 하거나 팔기도 하기에 전당포 만나기가 결코 쉬운 일이 아닌데 강구안 골목에서 만난 전당포입니다. 작은 간판에 깨알같은 글씨가 있습니다. 강구안길 7-1

두성전당포

서민들에게 희망과 위로가 되기를

친구나 지인이라고 선뜻 돈 빌려 달라기가 어렵잖아요. 가지고 있는

금붙이를 잠시 맡겨서 필요한 금액을 빌리고 나중에 다시

찾아가는 곳이니 불편한 곳만은 아니잖아요. 사람은 누구나 그럴 때가

있지요. 팔아버리는 것 보다 오히려 효과적이기도 하지요.

가난하던 옛날에는 옷도 맡기고 시계나 전자제품을 맡기기도

했는데 지금은 그런 것은 안받아요.

주고객층이 여전히 나이드신 분들이 많아요. 멀리 섬에서도 찾아오는

단골들도 있어요. 은행거래 이런 것들이 어려운 분들이 많으세요.

35년이나 되었으니 강구안 골목의 역사와 서민의 애환과 함께 해온

가게지요.

가장 밤늦도록 불이 켜진 집이기도 하구요.

늦은 시간 손님이 전당포를 찾아 올까봐 불을 일찍 끄지 못하는 전당포의 주고객층은 역시 나이드신 분이라고 하네요.

갑짜기 양철지붕의 여인숙이 그리워집니다.

전당포옆에는 여인숙이 꼭 있어야 할 것 같은 고약한 이 심보는 뭘까요.

전당포와 대장간은 붙어 있습니다.

 

 

배 고픈데 얼라아부지는 한참을 걷어 길손식당(통영시 항남2길 15-5 항남동 055-644-4360 44석)으로 들어 갈까 합니다.

배가 고프며 지쳤으니 돌도 삼킬기세였기에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 들어 갔습니다.

길손식당은 쌈밥전문점인데 쌈밥을 먹을 시간이 되지 않을 것 같아 빨리 먹을 수 있는 장어추어탕으로 했습니다.

찬 몇 가지와 장어추어탕이 나왔는데 좀 짰기에 생수를 조금 넣었는데 반찬에 손이 가지지 않을 정도로 장어추어탕이 입에 맞았습니다. 찹쌀가루를 풀었는지 약간 걸죽했고 고사리도 들어 있었습니다.

여름엔 흘리는 땀을 보충해야 하기에 보양식을 먹어주어야 하는데 우리집은 장어를 최고로 치니 밥집을 제대로 찾은 것 같았습니다.

 

 

길손식당을 나와 강구안 거북선 만나고도 제승당으로 갈 시간이 남았기에 톱할아버지(톱 할아버지 詩 날개달고 방송 촬영하다 / 톱 할아버지 음반 전달과 각 지역 방송일정 )를 만나러 갔습니다.

그 사이 할아버지는 좀 야위어졌으며 노래 가사들이 붙어 있긴했지만 예전처럼 카세트테프를 크게 틀어놓지는 않았더군요.

"안녕하세요?"

할아버지는 인사를 받아 안녕하세요 하셨지만 제가 언제 만난 누구라는 걸 몰랐는데 그렇다고 서운한 마음은 들지 않았습니다.

건강하시고 하시는 일 계속 잘 하시면 되는 거지요.

 

버스에 올라 제승당으로 갈 배를 타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