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고향 이야기/텃밭 풍경

연휴, 텃밭에서 한 열두 가지는 일이었다

by 실비단안개 2014. 10. 9.
728x90

10월 3~5일은 다른이들에게는 꿀같은 연휴였을 겁니다.

저도 2년전에는 그랬습니다만, 텃밭농사를 시작하고부터는 연휴는 일을 더 많이 해야 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10월 3일 개천절에는 창원 용지문화공원에서 있은 개천절 행사에 다녀왔으며 4일과 5일은 텃밭에서 살았습니다.

 

텃밭에 가면 특별히 주어지는 일이 없는 한 꽃구경이 0순위인데, 지금 텃밭은 봄보다 더 화려한 꽃들로 눈을 뗄수 없을 정도입니다.

여뀌, 구절초, 고마리, 물봉선 등이 피어 있는데 꽃들은 씨앗을 받아 파종한 것도 있고, 절로 나서 꽃을 피우기도 하는데 여름날 잡초를 뽑을 때 조심스럽기까지 했습니다. 고마리나 여뀌, 연삼, 참취꽃 등은 해마다 절로 피어나며, 구절초는 남해에서 뿌리를 채취하여 지난해에 심었더니 피어나고 있습니다.

사람들이 저마다의 사연을 지니고 있듯이 우리 텃밭의 꽃들도 사연들이 있습니다.

 

 

 

그동안 많은 오이를 따 먹었으며 인심도 썼는데 오이대를 거두었는데 쪽파 가운데 당근이 있긴 하지만 오이를 심었던 자리에 쪽파를 마져 심어야 합니다.

무밭의 한랭사를 걷자기에 비가 온다는 예보가 있었기에 며칠 더 두자고 했습니다.

 

 

지난해 만든 손바닥만한 미나리밭인데 재미를 못봤기에 고구마를 심었습니다.

짜투리땅에는 대부분 고구마를 심었는데 돼지감자밭 앞쪽과 함께 고구마를 캤습니다.

일정에 고구마캐기는 없었는데 고구마줄기 걷었으니 체험학습하라고 하여 캐니 제법 알이 좋았기에 단감, 호박과 함께 친정에 드렸더니, 엄마는 그날 저녁에 고구마를 삶았더군요.

 

 

 

4일날 가장 큰일은 마늘파종이었습니다.

전날밤 얼라아부지는 마늘 10kg망을 꺼내 파종용으로 쪽을 냈습니다.

여름에 남해에서 최고품이라기에 샀는데 그 사이 빈껍데기도 생겨 10kg을 골랐지만 얼마되지 않았기에 친정에서 더 가져와 심어야 했습니다.

 

 

15cm쯤 될까, 양파 파종용 멀칭비닐인데 마늘 파종용으로 해도 될 것 같아 마늘을 파종했습니다.

파종용 마늘은 제타비료를 희석하여 30분 정도 담가뒀다 한알씩 구멍에 넣어 흙이나 상토로 덮어주고 물을 주었습니다.

여기까지가 놀이 정도되기에 한계같았는데, 두끼를 텃밭에서 해결하고 일이 계속 되었기에 텃밭놀이는 진짜 일이 되었으며 연휴 다음날 몸살이 났습니다.

 

 

무 파종후 남은 씨앗을 흩뿌려 두었더니 잘 자랐으며, 얼갈이배추도 잘 자랐기에 솎아 양념김치를 담갔습니다.

 

 

적운무도 좀 솎았으며, 시금치 첫 수확이었기에 당근, 파프리카 등으로 잡채를 했습니다.

(학교 급식에 질려)작은늠 잡채를 좋아하지 않는데 제 엄마가 한 건 잘 먹어 주거든요.

 

 

마늘을 심은 밭의 고춧대는 부분 뽑았으며, 아래밭의 고추는 더 딸 수 있을 것 같아 두고 있는데 양이 많지 않았지만 고추를 땄습니다.

이때는 일을 분담했는데, 저는 마늘 파종을 했으며 얼라아부지는 고추를 딴후 제타비료를 했습니다.

 

 

5일, 좀 더 자고 싶은 마음이 굴뚝이었지만 둘이서 집에서 식사를 하고 들로 갔습니다.

배추밭입니다.

지난해 고추밭이 올해는 배추밭이 되었는데 겨우 손에 잡힐 정도의 어린 모종이었는데 잘 자라주고 있으며, 한랭사를 걷었습니다.

바람에 한랭사가 날리까봐 빨래집게를 많이 꽂았더니 집게 처리하는 것도 일이었습니다.

한랭사와 활대를 거둔후 웃비료를 했는데 무밭과는 달리 비닐멀칭을 했기에 비료주기가 쉽지않았는데, 마늘 파종과 웃비료 등 앉은 일을 많이 했더니 허리가 아팠습니다.

 

 

이제 감만 따면 일 끝나요?

몇알 달리지 않은 단감이지만, 6일날 동호회 번개가 있었기에 후식용으로 단감을 가져가고 싶다고 하니 장대로 단감을 따 주었습니다.

단감을 따는데 사촌동생이 아기와 텃밭에 왔기에 조카에게 홍시를 먹이고, 매실나무 아래의 고구마캐기를 체험하라고 작은 손에 장갑을 끼워 호미를 주었더니 조카는 장갑이 흘러 내려 불편할텐데도 마냥 신나했습니다. 그늘이 져 그런지 고구마가 많이 달리지 않았기에 좀은 실망스러웠지만 어린 조카는 만족해했으며, 풍선덩굴의 하트가 그려진 꽃씨와 톡 터지는 봉숭아 씨앗을 보여주니 누나에게 자랑하고 싶어 제 아빠를 졸랐습니다.

여러가지 일을 했기에 열두 가지라고 했지만 실제는 그 보다 적을 수도 있고 더 많은 일을 했을 수도 있습니다.

뭐든 지나치면 모자람보다 못 하다고 했는데, 워낙 일을 벌여 놓았다보니 텃밭놀이가 아닌 일이 되었기에 연휴가 싫었습니다.

 

 

쪽파를 솎은 자리에 다시 심어야 하기에 파씨를 다듬다 바람이 많이 불었기에 해가 남았음에도 일을 접어야 했는데 그날 저녁 반상회가 있기도 해서였습니다.

피곤해도 잊지 않는 건 일을 마치고 다시 꽃들을 한번 보는 일입니다.

가을의 대표꽃인 구절초는 매일 함박입니다.

 

 

728x90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