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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이야기/텃밭 풍경

11월 텃밭풍경, 엄마는 항상 늦다고 하셨다

by 실비단안개 2014. 11.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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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른달과 달리 11월 텃밭풍경은 빨리 올립니다.

11월 중순이긴 하지만 말까지 쌈채소를 뜯는 일외에 특별한 일이 없을 것 같아서입니다.

 

웅동면이 단풍에 싸였습니다.

굴암산도 그렇고 보배산, 안골의 산과 마을 뒷산에도 단풍이 들었습니다.

이제 단풍이 들지만 다른 지역과 마찬가지로 서리가 이미 내렸으며 텃밭에 늦게까지 있으면 제법 찬기가 느껴지며, 논이 비워지고 밭도 비워지고 있습니다.

 

 

지난주 첫서리가 내린 오후 텃밭에 갔더니 금송화잎이 얼었으며 잡초와 으름덩굴잎도 얼었기에 서둘러 텃밭 겨울나기준비를 했습니다.

 

 

고구마를 매실나무 아래에 심었는데 그늘진 곳이라 마트 바구니 한바구니였기에 멀리있는 딸에게만 조금 보냈습니다. 이 자리에 대파를 심을까 생각중이었는데 그늘이라 아무래도 안심이 되지않아 해가 잘 드는 곳에 심어야겠습니다.

 

 

상추 등 쌈채소는 잎이 연약하지만 서리와 한파를 이깁니다.

타작을 마친 남의 논에서 볏짚을 가져와 뿌려두었는데 더 추워지면 부직포를 덮거나 비닐을 덮어 두면 내년 봄에 먹을 수 있습니다.

 

 

14일 오후 느즈막히 텃밭에 올라가 무를 뽑았습니다.

오후에 무 뽑으러 갈거라고 하니 엄마는 "다 얼었으낀데, 너거는 항상 늦다"고 하였습니다.

씨감자를 심을 때, 고추모종을 파종할 때, 상추씨앗 파종, 고구마순 파종, 배추모종 파종, 토란대 수확, 토란캘때, 배추묶을 때 등.

평생 들일을 하신 엄마에게 우리는 언제나 초보로 보일 것이며 직접 나서지 못 하시다보니 마음이 놓이지 않아 언제나 빨리빨리를 주문하지만, 우리는 알아서 해요하면서도 늑장을 부릴 때도 있지만 대부분 잘 하고 있다고 생각하는데 엄마는 씨앗뿌려 수확하는 날까지 너거는 항상 늦다고만 합니다.

엄마의 마음을 모르는 건 아닙니다만 정말 이제는 우리에게 맡겨주었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또 아버지는 말씀은 없으시지만 하루에 한번꼴은 우리밭과 동생네 밭을 둘러봅니다.

이미 백발이 성성한 자식도 부모님에게는 아기로 보이나 봅니다. 제가 2~30대 딸들을 아기라고 하듯이요.

 

 

무는 딱 먹기좋을 정도의 크기입니다.

김달진문학제 전날 생가 텃밭의 무가 정리되었기에 어떻게 된 거냐고 하니, 무가 튼실하게 자라도록 잎을 솎아 주었다기에 당장 잎을 속아 주었는데 며칠만에 수확을 하니 늦긴 늦은 것 같습니다.

콜라비는 비닐을 씌두었으며, 적무와 무를 뽑아 무청은 시래기를 하려고 말려 두었습니다.

 

 

지난해엔 무청을 데쳐 부분 말리고 부분 냉동실에 두었는데 일과 양을 줄이기 위해 텃밭의 지지대에 걸어 말리기로 했습니다.

지난 일요일에는 비닐막을 쳐두었으니 찬바람과 비에도 끄떡않지 싶습니다.

 

 

못난이당근도 뽑았습니다.

돌맹이를 골라내도 땅를 파면 돌맹이가 또 나오다보니 당근이 못난이가 되었습니다.

 

▲ 당근꽃 5월 29일

 

 

11월 15일 오후, 속이 차고 추위에 속이 얼지않도록 배추를 묶었습니다.

적배추를 솎아 쌈으로 먹으니 우리가 먹는 보통 배추와 맛에서는 차이를 느끼지 못 했지만 색감이 영 아니었기에 적배추는 올해로 끝을 내야 할 둣 했습니다.

파종때 씨앗파종한 우리배추와 적배추는 크기에서 엄청난 차이를 보였음에도 불구하고 수확시기인 지금은 우리 배추가 더 좋습니다.

잎의 수로 보아도 적배추가 못 했는데 텃밭용으로는 괜찮겠지만 판매용으로는 아직 부족한 단계같습니다.

 

 

배추를 묶으면서 우리는 자화자찬을 했습니다.

손에 잡히지도 않던 그 씨앗에서 어떻게 싹이 났으며 이렇게 잘 자랐을까, 누가 재배했는지 참 잘 됐네, 김장 맛있겠다... 하면서요.

 

▲ 9월 14일 정식때

 

▲ 11월 15일

 

배추옆의 한랭사가 씌원진 것은 적양배추인데 다가오는 휴일에는 비닐이라도 씌워야 겠습니다.

 

 

11월 16일, 참다래(양다래, 키위)를 땄습니다.

서리가 내린 후 참다래잎은 바람을 많이 맞은 곳은 말랐었는데, 며칠만에 전혀 다른 풍경이 되었기에 놀라웠습니다.

엄마는 또 걱정을 하십니다.

양다래 다 얼었겠다, 몬 묵겠다.

 

 

덩굴이 엉망으로 엉켜기에 지난해 수확후 대충 손을 보긴 했지만 엉망인 건 여전합니다.

나무를 심고 제때제때 덩굴손을 손봐야 하는데 부모님의 손이 참다래밭까지 미치지 못 했기에 덩굴은 사방으로 번졌으며 그 덩굴이 다시 뿌리를 내리다보니 참다래나무가 무척 많게 보이지만 처음엔 다섯그루였다고 합니다.

지난해까지는 지나는 이들이 주인없는 참다래인줄 알고 손을 댔지만 이제 우리가 밭을 가꾼다는 게 소문이 났는지 울밖에 달린 참다래라도 손을 대지 않습니다.

낮은 곳에건 손으로 땄으며 높은곳에 달린 참다래는 장대를 쳐 떨어지면 주웠는데 덩굴 사이를 헤매고 다녔더니 머리를 감을 때 검불이 많이 나왔습니다만, 아버지께서 거들어주었기에 수월케 끝냈습니다.

 

 

무를 신문지에 하나씩 싸 박스에 담아두고 참다래를 마당에 쏟아 꼭지를 땄습니다.

100kg이 좀 넘을 듯 했는데, 바구니의 큰것은 멀리있는 딸에게 보낼것이며, 나머지는 선별않고 한포대는 엄마와 이모들 몫, 형제들은 비슷한 양이며, 나머지는 우리가 가져와 이웃과 조금씩 나누고 있습니다.

무 스무개정도면 일년을 먹고도 남는 양이지만 우리만 먹기위해 달랑 스무개만 파종할 수는 없는 일이며 나머지들도 그러합니다.

또 나누고자하면 한도 끝도 없겠지만 내가 먹는 것 내 형제들과 함께 먹고 싶은 건 누구나 같은 마음일 것이며, 텃밭에 들리는 이들 빈손으로 보낼 수 없는 것도 누구나 같을 것입니다.

가끔 텃밭에서 자장면 등을 배달시켜 먹는데 자장면집 삼촌과는 감나무밭으로 통하며, 자장면집 삼촌이 배달왔을 때 오이를 딸 때면 오이 몇 개 드리고, 참다래 딸 때는 봉지에 조금 담아 드리고 하는데 자장면집 삼촌은 바쁜와중에도 텃밭을 잠깐 둘러보며 "참 좋다"고 한마디 해 주는데 힘이 됩니다.

나이가 들어가면 사람들의 감정은 대부분 비슷해지나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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