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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해, 가을도 익고 술(농주 農酒)도 익고

by 실비단안개 2014. 10.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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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4일, 아침엔 쌀쌀했지만 여전히 걷기도 놀기도 여행하기도 좋은 날씨

 

경남도민일보 해딴에서 이끌었으며, 한국콘텐츠진흥원·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주최·주관하는 '경남·부산 이야기', 세번째 방문지는 농주(農酒)를 찾아 남해로 갔습니다.

 

남해는 시댁이 있었던 지역이며 요즘도 벌초를 위해 일년에 두세번은 가는 곳입니다.

다른 사람은 모르겠습니다만 저는 시댁하면 아슴프레한 기억들이 밀려오는데 아버지 어머니께서 계시지 않아 그럴거라고 생각합니다.

봄날 벚꽃이 휘늘어졌던 그길을 달려 시댁이 있는 마을이 보일즘 일행이 탄 차는 부모님 산소가 있는 산길로 접어 들었습니다. 양모리학교가 있는 아래쪽에 농주를 빚는 이가 있다고 하더군요.

우리 아버지 산소 가는 길인데...

지난 여름 벌초를 하기 위해 산소로 가는 길에 아이스크림, 장터국수 등을 팔고 있던 그 시골집앞에 차가 멈췄습니다.

이 집? 이 집이 그 집이었습니다.

집앞 큰나무 아래에 국민학교 의자가 나란히 있으며, 쓸모를 찾으면 있기야 하겠지만 작은독도 소품이 되어 있습니다.

마당에 탁자 몇 있으며 탁자는 참다래 덩굴이 그늘을 만들어 주었고, 38kg이나 나가는 왕호박과 하얀구절초가 유자청병에 꽂여 가을임을 확인시켜 주었습니다.

 

 

 

우리는 산소로 가며오며 이 집을 스쳤지만 차를 세워 뭘 먹고 하지 않았었기에 이 집에서 농주를 팔고 있다는 사실조차 몰랐었는데 해딴에의 능력은 대단했습니다.

시댁 근처에 술도가가 있었다는 건 들어서 알며, 옛날엔 알게 모르게 다들 밀주를 담가 먹었던 시절이 있었는데, 간판도 술 이름도 없는 이 집의 막걸리는 얼마전에 돌아가신 시어머니에게 며느리가 전수를 받았다고 합니다.

우리의 도착 시간에 맞춰 술상이 차려지고 있었는데 책에 나오는 외가의 마당에 차려지는 그런 밥상같은 술상이었습니다.

온갖것 다 주고 싶어 하는 마음은 잘 익은 감도 올려놓고, 고구마도 쪄 올리고 도토리묵이 있음에도 고구마전분으로 묵을 또 만들어 올려두었습니다.

김치맛이 어떤지 맛을 보라고 권하는 주인 이귀자 씨는 우리에게 자꾸 뭔가를 주고 싶어 하는 어린 외할머니같았습니다.

 

 

다 밭에서 난 것들이랍니다.

시장이 머니 손님이 왔다고 시장에서 사올 처지가 아니기에 텃밭에서 이것저것 뜯거나 구해 차린다고 합니다.

비싸고 기름기 넘치는 음식은 도시에서 돈을 주면 얼마든지 먹을 수 있지만, 해풍과 맑은 햇살을 받고 자란 이런 술상은 돈으로 살 수 없습니다.

아직 온기가 가시지 않은 고구마와 그 순으로 만든 장아찌, 그 고구마에서 내린 전분으로 만든 하얀고구마묵, 술안주도 되고 간식도 되는 방울토마토와 콩 등은 우리의 눈과 입과 마음에 함박꽃이 피게 했습니다.

 

 

멀리 삼천포화력발전소가 보이며, 아래로 문항 체험마을이 있는 마을의 진섬이 물에 잠겨있고, 고개를 약간 돌리면 육각 선인장 농장이 보입니다.

처음으로 함께 한 이배사 동자갑선 언니입니다.

막걸리는 젓가락으로 이렇게 저어야 하고...

 

 

술을 제대로 마시지 못하다보니 술맛이 좋다 좋지않다 이런 말을 할 처지가 못 됩니다.

그래도 예전엔 막걸리 한사발과 맥주 한두잔은 마셨는데, 요즘은 술이 들어가면 위가 아프기에 마음으로만 말로 마시고 있습니다.

나누는 이야기에 따르면 막걸리가 탁하다고 했습니다.

 

막걸리는 우리나라 전통주로 지금은 동네 점방에서도 쉽게 구할 수 있는 도수가 낮은 술로, 탁주, 농주 등으로도 부르며, 술지게미를 거르지 않고 밥풀을 띄운 것을 동동주라고 합니다.

막걸리는 누룩에 고두밥을 버무려 만드는데, 누룩은 곡물의 반죽에 누룩곰팡이를 띄운 것을 말합니다.

요즘은 농주가 대접받으며 막걸리 세계화를 위해 정부에서 노력을 하지만, 어릴때 어디에서 나왔는지 뭐가 온다는 소문이 동네에 나면 엄마는 누룩을 돌돌 싸 옷장에 감추곤 했던 기억이 있습니다.

 

이귀자 씨의 시어머니 고향은 전라도며 손맛이 좋은 분이었다고 합니다.

소문에 전라도 여자들은 손맛이 좋다고 하는데 그 어른신도 그랬던 모양입니다.

이귀자 씨의 남편은 샌드위치같은 58년 개띠며, 몇 십년을 어머니의 술맛을 본 분이라 술맛에 대해 일가견이 있는지 어머니에게 술 빚는 법을 배운 이귀자 씨의 술맛이 어머니보다 더 좋다는 칭찬에 자신감을 얻어 아이스크림을 팔기 시작한 장사가 지금은 농주까지 팔고 있다고 합니다.

이 막걸리는 이슬맞은 누룩에 고두밥이 뜨거울 때 버무린다고 하는데, 일반적으로 쌀 등을 쪄 식혀 버무리는 법과 다른데 뜨거운 고두밥을 버무리는 게 이 집만의 방법이기에 특유의 술맛이 나는 모양입니다.

누룩과 고두밥, 물을 버무려 이스트를 넣어 이주일 정도 발효를 시킨후 걸러 3일 정도 숙성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우리의 약속때문인지 일주일만에 걸렀기에

탁한 막걸리가 되었다고 했지만 막걸리를 마시는 데는 이상이 없었습니다.

지금도 이 집에는 새손님의 맞기 위해 술이 익고 있을 겁니다.

 

 

주거니받거니 하는 사이 잔치국수가 나왔습니다.

남해의 멸치 등 10가지의 재료로 맛국물을 낸다고 했는데 국물은 맑고 개운했습니다.

 

 

4,000원 상차림이 어디까지인지 알 수 없지만, 국수와 이런 한상이 1인 4,000원이라고 하더군요.

 

 

 

이귀자 씨입니다.

남해 미조가 고향이며 설천으로 시집온지 30여년이 되었다고 합니다.

남해는 바다에 싸인 지역이니 갯일은 당연히 받아 들여야 하는데 이귀자 씨는 갯일은 찬거리 정도의 바지락캐기, 파래뜯기 정도를 했다고 했습니다.

우리 어머니는 삼베를 짰습니다.

하여 남해가 고향이면 삼베도 짰겠네요 하니, 남편이 장가를 들지 못 할까봐 시어머니의 베틀을 숨겼다는 일화를 들려 주었는데, 당시도 농촌의 총각은 장가들기가 쉽지 않았음을 알 수 있는데, 농산물 개방 등으로 지금이야 풍족한 밥상이지만 언젠가는 밥상의 대란이 예견되기에 농촌 총각 값이 하늘높은 줄 모르고 오를때가 있으리라 믿습니다.

 

시골에서 언제올지 모르는 손님을 위해 가정집 마당에 밥상, 술상만을 차릴수는 없습니다.

이귀자 씨댁은 대농이었습니다.

대농이란 말하는 이, 듣는 이에 따라 기준이 다르겠지만, 제가 텃밭농사를 지어보니 1,000평 이상의 밭농사, 과수농사를 하는 일은 대농에 속하며 일에 치여 살찔틈이 없을 정도일 건데요, 남해의 기본인 마늘농사, 참다래, 매실, 유자 등을 재배한다고 합니다.

물론 남편의 도움이 있지만 들일도 남자가 할 수 있는 일, 여자가 할 수 있는 일이 따로 있는데 잔일은 대부분 여자가 해야 하기에 여자가 하는 일이 집안일 만큼 많습니다.

말씀에 따르면 농사일은 아침저녁으로 하며 낮 시간에 잠깐 장사를 한다고 했지만 세상일이란게 예정대로 되는 게 아니기에 많이 힘들 듯 했습니다.

 

 

잠시 텃밭구경을 했습니다.

마늘이 10cm정도는 자랐으며 시금치, 쪽파 등이 자라고 있고 옆으로 참다래와 골드키위가 주렁주렁 달려있었습니다.

참다래 껍질을 벗겨 맛을 보라며 건넸기에 함께 맛을 봤으며, 텃밭 둘레엔 남편이 각시를 위해 심은 감나무에 감이 익고 있었으며 유자도 노랗게 물들고 있었습니다.

수확의 계절입니다.

텃밭의 농장물만큼 이귀자 씨의 농작물과 농주도 풍성한 수확을 거두었으면 합니다.

 

* 단체손님 예약 가능 : 010-3840-7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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