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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음 나누기/낙동江과 팸투어·답사

남해읍에는 농주가 있는 남면집과 신선한 전통시장이 있다

by 실비단안개 2014. 10.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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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월 14일, 아침엔 쌀쌀했지만 여전히 걷기도 놀기도 여행하기도 좋은 날씨

 

경남도민일보 해딴에서 이끌었으며, 한국콘텐츠진흥원·경남문화예술진흥원이 주최·주관하는 '경남·부산 이야기', 세번째 방문지는 농주(農酒)를 찾아 남해로 갔으며, 설천의 이름을 가지지 못한 막걸리집에 이어 남해읍에 있는 남면집으로 갔습니다.

 

남해 설천면을 벗어난 우리는 읍내방향으로 향했습니다.

남면집이라고고 하였기에 남면(南面)에서 농주를 빚는 집인줄 알았는 데 읍내 전통시장쪽으로 가기에 고개를 갸우뚱했더니, 농주를 팔고 있는 점방 이름이 남면집이라고 했습니다.

남해농협쪽으로 들어 방향을 꺾어 축산마트를 조금 지나면 남면집이 나옵니다.

남해읍내는 전통적인 읍내풍경을 간직하고 있는데 사람이 살아가는 데에 큰불편을 느끼지 않기 때문일 건데, 농주를 팔고 있는 남면집은 읍내의 다른 가게들 보다 더 읍내스러운 작은 술집이며 사랑방입니다.

해딴에 대표가 남면집이 지금 만원이니 전통시장을 한바퀴 돌아봐도 될 것 같다고 하여, 평일 낮시간인데도 장사가 아주 잘 되는 집이구나 생각하며, 남면집 맞은편 꽃집의 옹기종기 앉아 있는 국화향기를 카메라와 마음에 담고 시장통으로 갔습니다.

 

 

예전과 달리 요즘은 전통시장 시장통은 지붕이 있습니다.

고객은 비 등을 맞지 않으니 좋으며 상점은 물건을 내놔도 역시 비를 맞지 않는다는 장점이 있고 난전의 상인들에게는 더 없이 좋을 듯 한 전통시장의 지붕입니다.

아주 가끔 남해읍의 전통시장에 가긴 했지만 시간이 그다지 여유롭지 않았었기에 사진을 제대로 찍지 못 했는데, 남해는 밭농사와 바다농사가 풍족한 지역이다보니 (다른 지역도 그러하지만) 해산물이 신선하며 그다지 넉넉지는 않은 듯 하지만 채소나 곡식 등도 신선한데, 읍내장은 지역에서 생산하는 것들 특유의 신선함을 간직하고 있다는 이야기입니다.

 

가지, 쪽파, 호박 등을 팔고 계시는 할머니의 새벽시간이 그려지지만 할머니의 부지런함은 활기차지 않은 시장 분위기에 묻힙니다.

시장은 유동 인구가 많아야 서로가 좋은데 읍내시장은 섬안이다보니 매일 그 사람이 그 사람인 탓일겁니다.

 

 

비록 작은 시장이지만 포장된 것들은 원산지표시가 잘 되어 있습니다.

국산, 국산, 국산...

요즘은 국산품을 애용하면 호구 소리 듣지만 먹는 것만은 우리땅에서 나는 것이 최고라고 생각합니다.

빛깔좋은 대추와 토란대에 눈이 더 많이 갔습니다.

 

 

남해로 가기전날 토란대껍질을 7시간 정도 벗긴 후 건조기에 넣고 갔기에 토란대에 눈이 더 갔는데, 판매중인 토란대는 손질이 잘 되었으며 말림 정도도 아주 좋았습니다.

여자에게 좋다는 석류지만 신맛이 있기에 석류를 즐기지는 않지만 약간 벌어진 껍데기 사이로 나온 석류알이 미간을 찌푸리게 했지만 싱그럽습니다.

도시와 마찬가지로 시골도 김치류를 판매합니다.

가족 구성원이 옛날같지 않다보니 소비를 지혜롭게 해야 하는데, 배추 한 포기로 김치를 담글경우 신김치를 좋아하지 않는다면 버려질 수 있기에 판매하는 김치를 사 먹는 게 경제적으로나 시간낭비없어 좋을 수 있습니다.

예전에는 가공판매하는 식품류를 먹는 일을 꺼렸는데 나이가 들어가니 생각이 변하고 있는데 딸들과의 화합을 위해서도 필요한 변화같습니다.

 

 

활어도 있지만 구이용 전어가 많았으며, 어패류가 있고 요즘이 철인 대하도 있으며, 어릴때 배를 만들어 놀았던 갑오징어가 요즘은 없어서 못 판다고 할 정도로 인기가 좋은데 그 갑오징어도 있습니다.

호래기새끼같은 이건 이름이 뭔가요?

뭐긴 호래기 새끼지. 하하

고랑치 미역국이 좋은데하며 구경을 하는데 돔이 팔딱거렸습니다.

가끔 잡힌다는 연어도 있으며, 매운탕용으로 그만인 잡어도 한소쿠리 있고 남해에서 제사에 빠지지 않는다는 낭태도 있습니다.

기억과 현실을 오가는 바쁜 마음이 풍성해졌습니다.

 

 

남해읍 전통시장 구경이 남았는데 남면집으로 오라는 연락이 왔습니다.

남면집 맞은편에는 꽃집이 있으며, 꽃집옆 골목입구에 치자가 성탄트리의 솜같은 하얀꽃을 피우고 있습니다.

치자는 남해의 3자중에 하나인데 남해 3자는 유자·치자·비자입니다.

 

 

남면집입니다.

만원이라기에 제법 큰 홀이 있을 줄 알았는데 홀은 탁자 두개로 꽉 찼기에 홀 전체사진을 찍기에도 빠듯했으며, 주인 할머니가 기거하시는 방 하나가 딸려 있습니다. 잡다한 것들을 올려 둔 소품같은 선반에 정이 갔습니다.

 

 

맛집 블로거가 아니더라도 블로거들은 상이 차려지는 순간부터 순간순간 카메라질을 합니다.

메뚜기도 한 철이며 블로그도 권태기가 있다고 했었는데요, 카메라질을 연속으로 하지 않는 이는 블로그가 시들하거나 그동안의 경험으로 이런 건 그다지 필요치않다고 판단될 때 입니다. 그런데 돌아 와 사진을 정리하다보면 꼭 필요한 그 풍경이 없을 때도 있지만, 다음 나들이(팸투어, 답사 등)때도 같은 행동을 반복하게 되니 사람이 살아가는 일에 정답은 없나 봅니다.

 

막걸리는 양은주전자에 담겨 나와야 한다는 공식은 없지만 작은 막걸리집은 대부분 이랬지만, 우리는 공장에서 나오는 병막걸리를 주전자에 쏟아부어 분위기를 낼 때도 있었습니다.

술술 흘러 목구멍으로 술술 넘어가는 게 술입니다.

 

 

남면집의 술상은 시골의 점방 한귀퉁이에 탁자 몇 놓고 오가는 마을 사람들에게 막걸리나 소주 등을 잔술로 파는 듯 한 차림입니다.

물론 남면집도 잔술을 파는데 막걸리 한 사발은 천원이라고 합니다.

계절에 따라 약간의 변화가 있긴 하겠지만, 막걸리 안주는 정구지와 담치(홍합)을 듬뿍넣은 지짐과 양념을 버무리다만 듯 한 깍두기, 열무김치입니다.

동네 사람이 아닌 타지역에서 온 우리에게 할머니는 잘 보이고 싶었는지 양념간장에 참기름을 듬뿍 넣었는데 우리네 할머니·어머니의 모습 그대로입니다.

정구지지짐은 모양좋게 자르거나 하지 않고 팬에서 밀듯이 하여 접시에 담겨 나오는데 찢어 먹어야 맛입니다.

정구지지짐과 막걸리는 잘 어울리며 비가 내려야 더 맛이 날 텐데 하는 생각은 잠시였으며, 우리는 몇 번이나 지짐접시를 비웠습니다.

 

 

 

탁자가 두개임에도 할머니는 바쁘게 움직였기에 손님이 주방에서 필요한 것을 챙기기도 했는데, 남면집 주방입니다.

프라이팬이나 궁중팬, 편수냄비 등이 걸려있는 풍경은 주방을 풍요롭게 보이게 하기도 하지만 정갈하며 안정적이기도 합니다.

할머니는 프라이팬밑이 반지르하도록 닦아 걸어 두었는데 소소한 살림살이에서 돋보이는 공간이었습니다.

 

 

할머니는 새벽 4시에 일어나 들일을 하며, 술상은 역시 할머니께서 거룬 것들로 차려지고 있습니다.

저도 지짐굽는 일을 즐겨 하는데 할머니도 지짐을 뒤집어선 뒤집게로 꾹꾹 눌러주었습니다.

피자같은 두께의 지짐은 사실 좀 거시기하기에 최대한 얇게 꾹꾹 눌러주면 내용물도 잘 익거든요.

할머니는 혼자 몸으로 오랜날 지짐을 굽고 술을 빚어 생활을 했습니다.

막걸리야 집에서 빚지만 들일은 머나 가까우나 들로 나가야 가능한 일인데 그나마 정구지는 많은 거름과 잔손을 요하지 않고 잘 자라주는 채소이기에 막걸리 안주로 지짐을 구운 듯 했습니다.

정구지지짐의 재료는 찬바람이 불면 쪽파로 바뀔텐데, 비슷한 맛을 내는 채소는 재배철을 묘하게 비키는데 대파와 양파, 정구지와 쪽파가 그렇습니다.

쪽파 역시 잔손을 많이 필요로 하지 않으니 비교적 재배가 수월한데 할머니는 그 일마져 부쳤을 수 있었겠지만 그래도 오랜날 한 자리에서 지짐을 굽고 막거리를 빚고 있습니다.

 

 

 할머니(김선이)는 한창 재미있을 나이인 40세 때 남편을 잃고 남면에서 나와 38년을  이 자리에서 농주를 담그고 찌짐을 부치며 6남매를 키웠다고 하며, 농주는 흰수염이 긴 시아버지를 위해 빚기 시작했다고 합니다.

그 시절은 대부분의 국민이 없이 살았으며 자식들도 많았으니 이 집이나 저 집이나 고생의 정도가 비슷했을 테지만, 연세에 비해 건강이 양호한 듯 하여 다행이다 싶었습니다. 할머니는 우리 모두에게 막걸리를 따라주며 건강하라는 당부를 했습니다.

 

 

생업이긴 하지만 매일 막걸리 한 말을 빚는 일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닐텐데 그나마 할머니께서 건강하시기에 38년을 한자리에서 이렇게 막걸리를 빚어 팔고 있는데, 아래 단지가 한 말짜리 단지로 하루에 한 말 정도 팔며 주문이 있을 경우에는 더 빚는다고 했습니다.

우리는 남면집에 오기전에 설천에서 농주를 마셨기에 맛을 비교해 볼 수 있었습니다.

물론 개인에 따라 맛을 느끼는 정도가 다를 수 있지만, 설천의 막걸리보다 남면집의 막걸리맛이 보통 생각하는 술맛에 가까웠는데 세월이 맛을 만들지 않았을까 생각합니다.

농주를 빚는 모습을 봤으면 좋았겠지만 우리는 두 집에서 이미 빚어 놓은 막걸리 맛을 봤기에 아쉬움으로 남습니다.

* 동행한 우리는 맛집 블로거가 아니며, 맛집투어도 아니며 맛을 평가할만한 위치에 있지 않기에 술맛 생각은 주관적입니다. 

 

 

이제 그만 가봐라, 갈란다 이런 말 없이 할머니 친구분은 제법 오랜시간 우리 옆 테이블에 자리를 잡고 있었는데, 맞은편과 옆자리는 이미 여러 어르신들께서 다녀가셨거나 함께 하고 있습니다.

남면집은 그저 술을 파는 그런 집이 아닌 읍내장에서 가까운 사랑방이었는데, 지짐접시가 비었을 때는 우리와 함께 나누기도 했기에 자연스레 합석아닌 합석이 되어 이야기를 섞기도 했습니다.

 

 

잘 먹고 잘 놀았지만 해딴에는 집에 들어가고 싶어 일어나는데 옆테이블의 90세 할아버님도 일어섰습니다.

내일 집에 일(담장 공사)할건데 일꾼들 참으로 빵을 만원 어치 샀다고 합니다.

구순에도 건강한 모습인 할아버지의 뒷모습을 동행한 이가 오래 담고 있습니다.

우리네 할머니·어머니의 살아온 날들을 오래오래 기억하고픈 것 처럼.

 

 

옛날에 여기가 꽃밭이었는지 주소는 화전로 97번 가 길이며, 연락처는 출입문에 있는 번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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