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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성 학동 옛 돌담장길, 느리게 걸어야 더 아름답다

by 실비단안개 2015. 7. 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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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 일요일이라 모처럼 늦잠을 자고 아침식사후 학동 돌담길을 걷고 싶어 고성으로 나들이를 했습니다.

약 두 달만의 나들이며 집에서 고성 학동까지 약 두 시간 걸렸습니다.

 

옛 돌담장길이 있는 학동마을은 고성군 하일면 학림리(鶴林里)에 있으며, 주변 볼거리로는 상족암과 2년전에 다녀온 소을비포성지가 있고 갈마봉산림욕장이 있으니 여름 여행지로 안성맞춤인 곳이 고성같습니다.

 

 

하일면 임포횟집촌을 지나 학동으로 들어가는 머리에 서비 최(우순)선생 순의비가 있습니다.

서비는 서쪽 사립문이라는 뜻인데 나라를 잃고 일본이 있는 동쪽은 쳐다보지도 않겠다고 다짐하며 지은 호(號)로 을사늑약이 체결되자 최우순선생은 자결하였습니다.

순의비 울도 학동 옛 담장과 같은 방법으로 만들어졌기에 차를 잠시 멈췄습니다.

 

 

학동마을입니다.

찾는이들이 많은지 마을 입구에는 외부차량은 주차금지 안내가 있었습니다.

이름이 나면 어디나 주차가 문제되며 마을주민의 사생활이 노출로 방문이 부담이 되긴 하지만 꼭 걸어보고 싶은 학동 돌담장길입니다.

우리나라에서 돌담장이 옛모습 그대로 가장 잘 보존된 학동마을은 2006년 6월 19일 등록문화재 제258호로 지정된 전주최씨 안렴사공파의 집성촌으로 1670년경 전주 최씨 선조의 꿈속에 두루미(학)가 마을에 내려와 알을 품고 있는 모습이 나타나자, 날이 밝아 그 곳을 찾아가 보니 과연 산수가 수려하고 학이 알을 품고 있는 형국이므로 명당이라 믿고 입촌해 학동이라 이름 지은 유서 깊은 마을입니다.
1900년대에 들어오면서 150여 세대가 모여 살았으나 지금은 50여 세대 100여명이 거주하고 있다고 합니다.

담장 너머 오래된 고택과 텃밭이 있고, 담장을 돌아나가면 개천이 흐르는 곳에 오래된 느티나무가 있는 정겨운 마을로 정미소옆 울안에 옛 담장 안내글이 있었습니다.

 

 

 

학동의 돌담장들은 300년 전쯤 만들어졌는데, 뒷산에서 나는 점판암의 납작한 돌로 쌓아올린 참으로 단아하고 아름다운 담장입니다.

학동마을 옛 담장(국가등록문화재 제 258호)은 수태산 일원에서 채취한 2~3cm 두께의 납작돌과 황토로 쌓아 다른 마을의 담장과는 차별되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담장 아래쪽엔 조금 큰돌을 놓았으며 윗쪽에는 황토와 돌을 번갈아 쌓은 돌담장은 돌과 황토가 절묘한 조화를 이루는데, 마치 시루떡같으며 담 위에 개석이라는 널찍한 돌을 얹어 담을 보호하고 있는데 그 모양이 갓 쓴 양반 같습니다.

 

 

 

돌담장과 조화로운 쉼터 평상도 점판암위에 놓여 있으며 위로는 등나무덩굴이 흘러내리고 있었습니다.

잠시 앉아 숨고르기를 했습니다.

 

 

이제 돌담장길을 걷습니다.

어쩌면 이렇게 보존을 잘 했을까, 산에서 져 내려 쌓느라고 고생이 많았겠다는 생각이 절로 드는 돌담장에 능소화가 너울거렸습니다.

능소화는 벽돌담장에도 잘 어울리지만 돌담장에는 자연스운 맛이 있으니 꼭 양반꽃만은 아닌듯 합니다.

 

 

이 집은 건축물의 벽도 흙돌로 했으며, 담장에는 세월을 말해주는 듯 이끼류가 자라고 있어 더 멋스러웠습니다.

 

 

노랫말처럼 울밑에선 봉선화입니다.

화분에서 피었다면 나름대로 이유를 붙여 아름답다고 하겠지만 시골의 돌담장과 잘 어울리는 여름꽃입니다.

 

 

얼라아부지는 혼자 먼저 걷고 저는 느리게느리게 걷다가 뒤돌아보며 사진을 찍고 있는데 개 소리가 무섭게 들렸습니다.

나들이객이 목줄을 잡긴 했지만 그 소리는 골목에 무섭게 울렸으며 더워 혀를 늘어 뜨려 헐떡이기까지 했는데, 특히 개를 무서워하기에 한동안 서 있기도 했습니다.

개 주인들은 그럽니다.

"물지 않습니다."

주인을 무는 개도 있는데 하물며 낯선이를 물지 않는다고 하니 그런 말을 들으면 기가차는데, 여행시 개를 동반하는 일은 보는 이로서 불편했으며, 조용한 동네가 갑짜기 개소리에 놀라 학동마을의 다른 개도 막 짖었습니다.

이때 나타난 짧은 시입니다.

풀꽃 / 나태주

 

자세히 보아야 예쁘다

오래 보아야 사랑스럽다

너도 그렇다

 

자세히 보아야 예쁜 달개비가 담 위의 넓직한 돌에 피었습니다.

옆엔 산초나무같은데 뽑아 주어야 하는데... 혼잣말을 하며 걸었습니다.

 

 

고성 학림리 최씨종가인데 따로 올리겠습니다.

 

 

걸어도걸어도 시골냄새뿐인 돌담장길입니다.

걷다가 담장위 한 번 쳐다보고 또 걷고, 또 걷다가 뒤돌아보고 담장의 돌 한번 만져보고 또 걸었습니다.

 

 

경남문화재자료 178 호로 지정된 매사고택 최영덕씨 고가로 최씨종가에서 내려다보면 지붕과 마당 한켠이 보였습니다.

 

 

대문엔 명품고택 명패가 있으며, 전통한옥숙박가옥 안내와 가옥의 구조가 안내되어 있었습니다.

이 가옥은 우리나라 남부지역에 분포된 부농의 주거형으로 현소유주의 7대조 최필간이 순조 10년(1809년)에 지은 옛집으로 모두 5동의 건물이 남북으로 배치되어 있다고 합니다.

정면7칸 측면4칸의 전통목조 건물인 사랑채를 포함한 모든 건물은 일자형 평면 구조로 우진각 지붕의 안채 외에는 모두 팔작 지붕 건물이며, 대문간채는 앞면 5칸의 맞배지붕 솟을대문입니다.

숙박을 할 예정이 아니었기에 열린대문으로 들어가 큰 규모의 사랑채만 봤는데 규모가 컸지만 단아한 맛이 있었습니다.

- 좀 더 자세히 알기 : [경상남도 고성군] [명품고택]경남 고성 학동 최영덕 고가

 

 

 

최영덕 고가 담장에는 미국능소화가 늘어져 있는데 능소화이파리가 있는 곳에 아이 머리만한 구멍이 있습니다.

옛집의 담장 아래부분에는 보통 배수로가 있는데 이 구멍은 어른 키 높이즘에 있는데 배고픈 바깥사람들에게 음식을 내주거나 갖다 놓았던 구멍이라 합니다. 바깥사람들이 집안사람의 눈치 보지 않고 배고픔을 달래라는 배려의 구멍으로, 대문을 사이에 두고 양쪽에 있는데 흐뭇한 풍경에 미소가 절로 번졌습니다.

 

 

담장길을 걷다가 최영덕 고가쪽을 뒤돌아 보았습니다.

방금 만난 흐뭇한 풍경과 더불어 담장아래에 핀 봉숭아가 더 정답습니다.

 

 

이름없는 촌집의 마당 한켠에는 텃밭이 있으며 학동에는 취나물을 많이 재배하고 있음을 알 수 있으며, 마당의 돌도 돌담장을 만들고 남은 돌인듯 납작했습니다.

 

 

고가나 민가나 담장길이나 집의 울이나 하나같이 정겹고 정다운 풍경입니다.

돌만 쌓은 울아래에 핀 여름꽃이 정다워 웃어 주었습니다.

신기한 건 돌로만 쌓은 담장이라도 가운데 돌을 움직여보면 끄덕도 않는 다는 것이었습니다. 요즘처럼 시멘트를 바른것도 아닌데 말입니다.

크고 작은돌은 오랜 세월 눈과 비바람을 맞으면서 각자의 자리에서 제 몫에 충실했습니다.

 

 

 

담쟁이가 시원한 담장길을 따라 나이가 많은 느티나무를 만났습니다.

그늘이 시원했지만 더운 날씨탓에 마을 주민 누구도 나와 있지않고 우리끼리만 잠시 앉았습니다.

 

 

다리를 걸어 학림천을 보니 학림천을 싸고 있는 담도 크고작은 돌들로 이루어졌는데 괜한 걱정이겠지만 이렇게 많은 돌을 제공한 수태산이 무사할까 걱정이 되더군요.

 

 

학림천을 따라 돌담장이 길게 이어져 있습니다.

 

 

학동에는 점방이나 매점이 없기에 음료를 마실수 없으며 군것질도 할 수 없는데 풍경이 있는 찻집 학동갤러리가 있었습니다.

최영덕 고가와 마찬가지로 전통한옥체험 가옥이며, 주인장 부부가 거주하면서 정성스럽게 정원을 가꾸어 만들어진 공간으로 차와 숙박을 겸하고 있습니다.

 

 

마당에 살짝 들어섯지만 주인은 객의 발자국 소리를 듣지 못 했는지 하던 일에 열중이었기에 사진만 두어컷 찍고 나왔습니다.

정원은 다양한 식물과 조형물이 있었으며 옛 담장에는 담쟁이덩굴이 오르고 있었고, 뒤뜰에 있는 죽녹원은 대나무숲이며 공예품 체험과 구입도 가능하다고 합니다.

 

 

 

아래의 담장은 돌로만 되어 있지만 돌과 황토를 켜켜이 쌓은 담장에도 배수로가 있었습니다.

요즘은 하수관이 설치되어 있지만 옛날엔 집안의 물을 밖으로 내보내는 유일한 출구였을 겁니다.

 

 

늙은 담쟁이덩굴안속에도 돌담장이 숨어 있으며 담쟁이 꽃이 피고 있었기에 벌이 담쟁이속에서 많이 윙윙거렸습니다.

모두들 빠르게빠르게를 외치는 요즘, 진정한 슬로시티 [Slow City] 고장이 학동 옛 돌담장 동네였습니다.

능소화는 왜 그리도 많은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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