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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향 이야기/진해 풍경

세스페데스 기념비는 천덕꾸러기

by 실비단안개 2015.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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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30일 웅천 남문동에 있던 세스페데스 신부 기념물을 재단장하여 세스페데스 공원 개장식을 했습니다.

 

우리나라에 온 최초의 서양인은 1593년 일본인 고니시의 초청으로 이 땅을 밟은 그레고리오 데 세스페데스(Gregorio de Cespedes, 1551~1611)입니다.

세스페데스는 천주교 신자였던 고니시 유키나가(小西行長)의 군종 신부로  스페인 출신의 그는 일본에서 사역하던 중 임진왜란의 와중에 조선에 오게 되었습니다.

그는 역사상 조선 땅을 밟은 최초의 서양인으로 우리에게 잘 알려진 하멜(1653년, 효종 4년 7월 64명의 선원과 함께 무역선 스페르웨르호를 타고 일본 나가사키를 향해 가던 도중 폭풍을 만나 8월 제주도 부근에서 배가 난파되어 일행 36명이 제주도 산방산(山房山) 앞바다에 표착漂着)보다 60년 앞섰으며, 통영에서 주장하는 멘데스(포르투갈 상인 ‘주앙 멘데스’. 1604년, 선조 37년 6월15일 34세의 멘데스는 당시 캄보디아에서 일본 나가사키로 가던 일본 무역선이 풍랑을 만나 통영 해안에 표류하면서 중국인 16명,일본인 32명,흑인 1명 등과 함께 조선 수군에 생포돼 조사받은 것으로 기록돼 있음.) 보다도 앞섰으며, 하멜과 메덴스가 일본으로 가던 무역선이 난파 ·포류한 것과는 달리 비록 일본인 고니시 유키나가의 초청이지만, 우리나라를 밟은 최초의 서양인이 세스페데스입니다.

 

세스페데스 기념조형물은 세스페데스 신부가 1593년 12월28일 조선에 처음 입국한 400주년을 맞아 신부의 고향인 스페인 또레도의 비야누에바 데 알까르데떼 시민들이 1993년 9월 당시 진해시에 헌정하여 풍호공원에 세워졌는데, 후에 신부가 조선에 첫발을 디딘 창원시 진해구 남문동 해안변의 간출암 근처에 공원을 만들어 기념조형물을 이전하여 세스페데스 신부공원이라고 하였습니다.

그런데 이 기념조형물은 국토교통부가 민간투자사업으로 시행하고 있는 부산신항 제2배후도로를 건설하면서 2013년 10월에 세스페데스 신부 공원에서 1.5㎞ 가량 떨어진 남문지구 제1호 근린공원으로 이전했습니다. 세스페데스 신부 공원 위로 터널이 지나가도록 설계되자 창원시가 조형물을 헌정한 스페인에 통보도 하지 않고 천주교 마산교구와 협의만 거쳐 세스페데스 신부와 전혀 상관없는 장소로 이전했는데 이번에 개장한 장소는 예전의 장소에서 약간 비켜 기와가마옆으로 이전하여 개장했는데, 비록 조형물이지만 부평초처럼 떠도는 신세가 되었으니 세스페데스 기념비는 천덕꾸러기인 셈입니다.

 

 

위는 남문동 해안변의 간출암근처의 세스페데스 신부 공원(2010년 5월)의 조형물이며, 아래는 2014년 7월 남문동 근린공원에 이전된 조형물입니다.

한 번 옮겨질때마다 기단이 다시 만들어졌음을 알 수 있습니다.

 

 

11월 30일 개장한 세스페데스 공원의 기념 조형물인데, 멀리 시루봉이 보이지만 위의 사진과 위치가 약간 다름을 알 수 있습니다.

 

 

진해식물원에서 세스페데스 공원으로 가는 도로 어디에도 세스페데스 공원 안내표지판이 없었습니다.

세스페데스 신부는 1595년 6월까지 고니시가 주둔했던 진해 웅천왜성에 머물며 왜군 천주교 신자들을 대상으로 미사 집전과 교리 강론을 하고 이교도들에게 세례를 주는 등 사목활동을 펼친 신부인데, 창원시는 일단 조선 최초 방문 서양인이 제주도가 아닌 창원에 왔다는 점에 의미를 뒀고, 또 세스페데스 신부와 관련 기록에서 그가 전쟁을 옹호하거나 왜군을 독려한 대목이 없다는 점, 다른 신부가 남긴 기록에서 세스페데스 신부가 조선인에게 우호적이었다는 점을 들긴 했지만 드러내놓고 자랑할 만한 조형물은 아님을 스스로 아니 해양공원의 많은 안내표지판과는 달리 주변에 세스페데스 공원 안내표지판은 두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이럴때 우리는 웃프다고 하지요.

 

 

세스페데스 조형물 뒷면입니다.

지난해와 올해 이전한 조형물인데 장소가 다름을 알 수 있는데, 지난해의 자리에서 약간 비켜 조형물을 다시 세웠는데 왜 그랬는지 알 수 없는데, 굳이 우리 문화유산인 기와가마옆에 세운 이유가 뭘까요. 조형물을 그 자리에 두고 주변을 손볼 수도 있는데 말입니다.

아무튼 창원시가 하는 짓(해안도로 자전거 도로 등)을 보면 돈이 남아 돌아 아주 안달을 하는 모양같습니다.

 

현재 남문근린공원은 한쪽엔 아파트를 짓고 있고 다른편엔 공장이 들어서고 있는 상황이며, 조형물은 간출암 옆에서 부산신항 제2배후도로를 건설하면서 현재의 장소로 이전되었는데, 현재 4번째 장소에 세워졌으니 완전 천덕꾸러기 신세입니다.

또 진해 글로벌테마파크가 들어선다면 이 조형물은 또 다른 장소로 이전될 가능성이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아무튼 세스페데스 공원은 재단장되어 개장을 했는데, 스페인 국토를 형상화한 회양목과 팬지, 스페인풍의 석재 앉음벽을 설치해 정원을 조성했으며, 공원입구 가벽을 이용해 왼편에는 세스페데스 신부 입국 광경을 황동 조형물로 재현했고 오른편에는 스페인에서 직접 제작해서 보내온 스페인어 공원명칭이 새겨진 타일과 스페인을 상징하는 건축물, 문화 등을 그림 타일로 표현했으며 조경공사는 현재도 하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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