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월 29일
마산 내서에서 변산바람꽃을 만난 후 고성으로 갔습니다.
내비게이션에 엄홍길 전시관을 입력하여 갔는데, 엄홍길 전시관으로 가니 장의사가 1km 정도 더 가야 했기에 차를 돌려 장의사를 입력하여 장의사로 갔습니다. 장의사는 고성 거류산(570.5m)에 있습니다.
누가 돌아가셨나, 산속에 웬 장의사(葬儀師)?
葬儀師가 아닌 藏義寺, 즉 사찰인데 사찰에 볼일이 있어 간 게 아니고 거류산의 야생화를 만나기 위해 사찰을 경유했다고 할 수 있습니다.
장의사는 경상남도 고성군 거류면 신용리 거류산(巨流山)에 있는 절로, 대한불교조계종 제13교구 본사인 쌍계사(雙磎寺)의 말사입니다.
삼국통일 전에 전국을 순방하며 수도하던 원효(元曉)가 선덕여왕 원년(632년)에 창건하였다고 전해지는데, 근대 이전까지의 중창 및 중건의 역사는 전래되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다만 임진왜란 때 화재로 전소되었던 것을 1891년(고종 28)에 성담(性潭)이 중창하였고, 1917년에는 호봉(虎峯)이 중건하였으며, 1960년대 초기에 신도들의 도움으로 보광전(普光殿)을 중건하였다고 하는데, 2016년 2월말 보광전 자리에는 대웅전이 있었으며, 천불전과 사성각, 범종각이 있었습니다.
장의사로 오르는 길은 구불구불했는데 장의사 일주문에 오니 내려가는 길 안내가 있었는데 오르는 길과 내려가는 도로가 달랐으며, 모두 일방통행이었습니다.
일주문을 지나 조금 걸으면 장의사 해우소가 나오고 장의사 천불전에 이어 대웅전을 만날 수 있습니다.
단청이 되어 있지않은 말간 대웅전과 기둥이 낡아 오래된 듯 한 천불전입니다.
대웅전과 천불전 사이 계단을 오르면 사성각이 있는데 사성각도 중건을 한 듯 했습니다.
보통 사찰에는 산신(山神), 칠성(七星), 독성(獨聖)을 모시는 '삼성각(三聖閣)'이 있는 것이 비해 이 곳 장의사가 위치하는 고성이 바닷가여서 용왕을 더 모셔서 '사성(四聖)'으로 봉안하고 있다고 합니다.
저는 무교로 불교에 그다지 관심이 없는데 들과 산으로 다니다보면 절을 만나고, 그 절들은 교회나 성당처럼 문이 없기에 드나들기 쉬워 절 구경을 하게 됩니다. 또 친정엄마께서 일년에 두어 번 근처 절에 가시는데 수행을 하다보니 절에 가면 절 정도는 할줄 압니다.
새로 건축한 대웅전은 단청이 없으며 문살도 맨살입니다.
장의사 천불전입니다. 기둥이 오래되었음을 알 수 있는데 맞는지 모르겠습니다.
1979년에 건립한 범종각입니다.
범종각 아래로 다락논과 당동만이 그림처럼 펼쳐져 있는데 해질녘이라 뚜렷하지는 않습니다.
사성각옆의 소나무가 인물입니다.
대웅전엔 석조관음보살반가상(경상남도 유형문화재 제511호. 2011년 4월 28일)이 있다고 하는데, 대웅전과 천불사, 사성각 어느 곳도 문을 열지않고 겉만 훑었습니다. 장의사에 간 목적이 야생화를 만나기 위해서인데, 다른 절에 가도 문을 열어 무얼 확인하거나 하지 않습니다.
장의사 옆 계곡쪽 白雲敎를 건너면 등산로가 이어집니다.
백운교를 막 지나면 사리탑 1기가 있는데 안내판은 없었으며, 사리탑에 '虎峰스님舍利塔'이라고 쓰여 있습니다.
1885년 수해로 사찰이 소실되어, 1891년 원래의 위치에서 좀 더 아래쪽으로 내려온 현재의 자리에 성담법운(聖潭法雲)대사가 중수하였으며, 이후 1920년 호봉(虎峰)스님에 의해 중건되었다고 하니 사리탑이 건립된지는 그리 오래되지 않은 듯 합니다.
▲ 虎峰스님舍利塔
사리탑은 돌담장이 울이며 신우대가 주변을 싸고 있는데 거류산 등산로에는 신우대가 많았습니다.
신우대가 있는 곳엔 대부분 성이 있거나 성터가 있는데 거류산에도 거류산성이 있었습니다.
사리탑을 막 지나면 자연보탑이 나옵니다.
자연보탑(自然寶塔)
거류산 장의사 거사님들은 명산 명찰의 정기를 받아 부처님의 유촉(遺囑)을 마음에 새기고 불법(佛法)을 외호(外護)하는 수행자들이다. 그의 수행자들이 자연보탑을 건립하고 위로는 지혜의 완성을 추구하며 아래로는 자비의 실천을 발원하는 큰 불사를 회향하였다. 이 공덕으로 건립회원들은 복과 지혜가 항상 가득하고 온 누리의 유정(有情) 무정(無情)이 다 함께 불도(佛道)를 이루기를 기원하는 바이다.
불기(佛紀) 2538년 장의사 주지 김성허
불기 2538년은 서기 1994년 입니다.
그러니까 이십여년도 더 전에 자연석으로 자연보탑을 쌓았는데, 마이산이나 마산 팔용산 돌탑과는 다른 돌탑입니다.
장의사를 벗어날때 南無觀世音菩薩 (남무관세음보살)을 새긴 비석을 만났는데 그 앞에 주차가 되어 있어 찍지 못 했는데 자연보탑 사이에 南無何彌陀佛(남무아미타불)을 새긴 비석이 있었습니다.
불교신자라면 이런 비석이 앞에 있다면 합장을 할텐데 저는 무심히 사진만 찍었습니다.
등산로는 고르지 못 한 돌계단이거나 흙길이었으며 역시 신우대가 많으며, 딱 봐도 야생화가 많을 듯 한 산세입니다.
자연보탑중 하나인데 '묘지 앞에서'시가 새겨져 있었습니다.
묘지 앞에서/정계 김성규
저녁놀 소리 없이 가슴에 스며들고 세월에 잊어 왔던 지난일이 떠오르고
눈물로 마른사연 저토록 말이 없다 석양에 이는 저 별 어두음을 부르는데
잔디는 어디서
옛일을 접고 다시 돋아 푸르다 저녁 종소리가 묘지 한을 달랜다
자연스러운 돌들이 큰돌위에 올려져 있으며, 마삭이 자라 돌을 덮기도 하고 마치 꾸민듯 흘러내리기도 했습니다.
비바람이 몰아쳐도 돌탑은 허물어지지 않는 듯 한데 자연의 이치가 원래 그런건지 신비했습니다.
야생화를 만나지 않아도 봄을 기다리는 마음을 어루만져주는 돌탑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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