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월 12일 매실 수확하는 날
매실 딸 날을 받아놓곤 날씨가 신경이 쓰였습니다. 비가 온다고 했습니다. 하여 전날 몇 번이나 하늘을 올려다봤으며 휴대폰으로 날씨를 확인했습니다.
그리곤 매실 따는 날 새벽 5시에 일어났습니다. 어릴때 마치 소풍날을 기다리는 아이마냥 설레어 했는데 얼마만인지 모르겠습니다.
날이 밝긴 했지만 시간상으로 새벽시간이었기에 집안에서 할 일이 없었기에 베란다 아래의 손바닥만한 화단을 정리했습니다. 잡풀을 베고 시든 장미가지도 자르고 삼색병꽃 새 가지들도 자르고 마당을 쓸었습니다.
마늘을 수확한 후 얼라아부지가 매실 딸 날을 받았으며, 그날 동생네들 다 불러 텃밭에서 점심먹읍시다 하더군요.
그리곤 둘이서 장을 봤습니다. 고기류와 새우, 수박, 음료수 등을 구입하여 냉동실과 텃밭 옹달샘에 담가두었으며 텃밭에서 채소를 따고 뜯고 했습니다.
얼라아부지의 인정과 배려, 핏줄의 끈끈함이 설레게 한 듯 합니다. 모두들 생활이 바쁘다보니 함께 식사를 하기가 쉽지않은 요즘입니다. 하여 오랜만에 함께 하는 식사였기에 정성을 다했습니다.
고기류를 먹으니 쌈채소가 있어야 하니 상추, 깻잎, 치커리를 뜯었습니다.
파프리카, 땡초, 오이, 당귀도 준비했습니다. 넉넉하게요.
엄마는 국물이 있어야 하니 근대를 뜯어 데쳐 조갯살을 다져 근대된장국을 끓였습니다.
치커리와 정구지에 적양파를 넣어 새콤달콤하게 겉절이를 했습니다.
우무와 오이를 채쳐 역시 새콤달콤하게 버무렸습니다.
양념은 매실청에 천일염과 다진마늘, 깨소금입니다. 새콤달콤 시원하며 치아가 약한 어르신이 드시기에 좋으며 여름 찬으로도 좋습니다.
적양파, 파프리카, 땡초, 마늘 등을 적당한 크기로 썰어 용기에 담아 냉장고에 넣어 두었습니다.
정말 소풍가는 듯 설레어 전날 이런저런 준비들을 했는데, 위의 양념이 들어 간 정구지겉절이와 우무오이채는 썰어 냉장고에 두었다가 텃밭으로 가기전에 버무려 주었습니다. 양념으로 막장과 닭꼬치 양념을 만들었는데, 이것저것 준비하느라 닭꼬치를 잊고 텃밭으로 가지고 가지 않아 동생에게 집에 한 번 다녀오자고 하니, 찬 많으니 나중에 부모님과 오붓하게 드세요 하기에 아쉬웠지만 준비한 찬으로 식사를 했습니다.
언제나 하며 먹는 잡곡밥이지만 이날은 더 잘 되었습니다.
김장김치와 열무김치, 충무김밥 무김치를 준비했습니다. 몇 가지 장아찌가 있지만 찬이 많으면 남길 것 같아 장아찌는 챙기지 않았습니다. 여자들이 많다면 장아찌를 많이 먹겠지만 이날 여자는 큰올케와 저 둘이었습니다.
부모님은 이모의 생신 초대에 가셨고, 작은 동생네의 올케와 여조카들은 각자의 일이 있었으며, 큰동생네의 조카도 각자 일이 있어 참석을 못 했는데, 마침 작은 동생네의 막내 조카가 참석을 하여 자리가 빛났습니다. 조카가 꽃입니다.(민규 덕분에 고모가 설레었던 보람이 있었다.)
고모부와 조카의 미소.
동생과 올케가 구이를 담당했습니다. 밥집에 가더라도 구이는 동생이 하는 편입니다.
많이 먹어라.
후식은 수박과 쑥떡이었습니다.
이제 감자 캐는 날 텃밭에서 점심 먹자고 하며 텃밭에서 내려왔습니다. 비가 내렸습니다. 쉬라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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