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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함께 즐거우면 더 좋지 아니한가!
고향 이야기/텃밭 풍경

딸, 텃밭 보내니 받아라

by 실비단안개 2016. 7.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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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월 5일

장마 아니랄까봐 비가 종일 오락가락 하더니 오후에 잠시 멎는 듯 하여 텃밭으로 갔습니다.

아침에 텃밭에 갔을 땐 비가 내렸기에 멍하니 구경만 하다가 왔거든요.

딸들에게 감자와 양파 등을 보낸다고 했기에 그외 채소도 좀 장만해야 했습니다.

(얼라아부지에게 혹 내가 딸 둘을 차별하면 그땐 치매니 갖다 버리라고 했는데, 이 글을 받는 이가 작은 딸인 이유는 작은 딸이 보통 택배를 받기 때문임.)


작은 딸, 여긴 비가 억수로 내렸으며 지금도 오락가락한다. 삼촌 텃밭의 저수지물이 흙탕물이 되었으며 도랑물은 꽐꽐 흐른다.

비 많이 올땐 자전거 타지말고 창문 열어 내리는 비 구경만 해라. 집은 습하지 않은 지 모르겠다. 한 번 올라가야지 하면서도 시간이 나지 않네. 미안.



아빠가 상추를 보더니 쑥대밭이 되었네 하더라. 상추가 엉망이 될 정도로 비가 많이 내렸다. 그런데 잡초는 아주 빳빳하게 자라더라.



언니가 깻잎김치를 좋아하니 깻잎김치 담그려고 깻잎을 땄다. 깻잎따는 일은 허리를 약간 굽히기에 조금만 따면 허리가 아프네.

또 엄마는 고생을 사서 한다고 하겠지만 텃밭일은 엄마의 좋은 놀이이니 고생을 사서 한다는 그런 이야기는 이제 하기없기다.



다리가 불편하지만 아빠는 이틀에 한 번은 고추밭을 둘러 보는데 그 사이 고추가 익고 있네. 고추가 달리기도 엄청 달렸다.



들깨와 자소엽이 너무 자라 고추밭 옆으로 번졌기에 들깨를 좀 벴다.



이제 우리 텃밭이다.

단호박이 주렁주렁 달렸는데 좀 어린 단호박을 보내니 껍질째 채를 썰어 나물을 하고, 나머지는 된장찌개나 부침개를 부쳐라. 함께 보내는 적양파를 넣으면 더 맛있고. 물론 작은 딸이 알아서 잘 하겠지만.



작은 딸에게 전화로 무얼무얼 보낸다고 하면, "엄마 그건 안 먹으니 보내지 마셔요"할 것 같아 전화도 않고 오이소박이를 담그기 위해 조선오이와 정구지를 캤다. 오이는 매일 따도 내일 가면 또 따야 할 정도로 잘 자라며, 정구지도 여러번 사서 심었더니 이제 정구지밭 꼴이 난다.

오이가 싸다고 중국산이냐고 물었는데, 요즘이 오이가 나는 철이니 싼데 농사짓는 사람들께 감사한 마음 가지면서 사 먹길 바란다. 엄마가 농사를 지어보니 농산물 가격에 딴죽은 못 걸겠더라. 오이 다섯개 보낸다. 아빠는 농산물이 싸다보니 택배비로 사 먹는 게 나을 수도 있겠다고 하지만, 그래도 엄마의 마음이니 잘 먹어라.




풋고추도 좀 땄는데, 땡초와 맵지않은 고추가 섞였는데 작은늠이 땡초고, 동글동글한 건 피망이며 약간 길쭉한 건 파프리카인데 니가 알아서 해 먹어라. 삶은 완두콩도 보내니 작은 딸이 좋아하는 카레라이스 해 먹음 되겠다. 피망이나 파프리카는 맨 나중에 넣고.

상추만 보내면 밋밋할 것 같아 치커리도 좀 뜯었다.



작은 딸이 좋아하는 무시김치를 담그려고 농협마트에 다녀 왔다. 마트에 간 김에 상추를 보내니 삼겹살이 있으면 좋을 것 같아 한 팩을 구입했고, 쌈장도 함께 보내며, 쇠고기 국거리도 한 팩 보낸다. 무시를 절일 때는 소금과 사이다를 넣어 절였다.



오이소박이는 소금물을 끓여 십자로 썬 오이에 부어 절이는데, 무시는 한 시간 정도 절였으며 오이는 30분쯤 절여 두어번 헹궈 물기를 빼고 오이는 키친타올로 물기를 꼭 짜 주었다.



무시와 오이가 절여지는 동안 쌈채소를 씻었는데, 고추와 쌈채소는 따로 봉지에 담았다. 이상한 향이 나는 쌈채소는 당귀인데 몸에 좋으니 상추에 올려 꼭 먹어라.



무시와 오이가 절여지는 동안 들깨김치양념과 오이소박이 속을 준비했으며, 무시김치 양념도 만들었다.



들깻잎이 생각보다 많으니 수원이 언니에게 좀 주든지 해라. 언니가 좋아하니 다 먹게 하든지.

우리도 얼마전에 깻잎김치를 담갔는데 아빠가 즐기더라. 언니 입맛이 아빠를 닮은 모양이네.



무시김치 양념인데, 붉은고추와 양파에 찬밥을 넣어 믹서기로 갈았다. 사이다 조금 넣고. 그리곤 김치양념을 조금 넣어 버무렸다.

지난번에 보냈을 때 작은 딸이 맛있다고 했기에 또 보내니 잘 먹길 바라는 마음이다.



오이소박인데, 가는 동안 물이 좀 날 수 있으니 그릇에 옮겨 담을 때 물이 많으면 버리든지 김치찌개 양념으로 해라.

큰 딸과 작은 딸 입에 맞으면 좋겠다.



그리고 다리가 불편한데도 아빠가 낚시를 다녀왔다. 한치를 어마하게 낚았기에 할머니댁에 좀 드리고 얼려서 보내니 회로 먹든지 볶음이나 튀김을 해라. 오징어보다 부드럽다. 껍질 다 벗겼으니 한 번 헹궈서 그대로 요리를 하면 된다. 우린 생한치와 살짝 데친 한치로 회로 먹었는데 데친 한치는 먹물과 내장을 그대로 데쳤더니 속의 내장인지 알인지 모르겠지만 마치 고두밥처럼 맛있었는데, 너희건 다리부분은 빼고 몸통껍질을 벗겨 보낸다. 함께 맛을 봤으면 좋았을 텐데 아쉬웠다.




양파는 적양파만 보낸다. 그런데 엄마가 작은늠으로 담으니 아빠가 큰걸로 넣어주소 하기에 아이들 한끼씩 겨우 먹는데 작은 게 좋소 하며 작은 양파로 했고, 감자는 하얀감자가 왕감자며 자색감자는 하얀감자보다 작다. 감자는 녹색으로 변한게 없긴 하지만 잘 익혀 먹어라.

장마로 햇빛에 말리지 못 했기에 집에서 하룻밤 말렸는데 신문을 깔아 좀 더 말려라.


택배박스가 두 갠데 스티로폼 박스엔 당장 먹을거리와 얼마전에 만든 페퍼민트차니 꾸준히 차로 마시고, 종이박스엔 침구청소기와 감자와 양파인데 위에 덮은 신문지를 펴서 감자와 양파를 말려라.

카톡으로 아지랑 떨어줘서 고맙고 보고싶다. 언니 휴가때 꼭 함께 오너라. 와서 니 말대로 하루 놀러도 가고 남해도 다녀오자. 우야든둥 잘 먹고 문 단속 잘 하고.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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